BLOG ARTICLE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my life/오늘 | 57 ARTICLE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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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06.01 어이가 없어서 참 4
  3. 2011.05.02 그동안 적지 못했던 것들
  4. 2011.03.11 3월 10일.
  5. 2011.02.15 오늘은 일찍 자야지 하면서도 그러긴 힘들 것 같다 1
  6. 2010.11.14 2010 11 13
  7. 2010.11.12 신변잡기 6
  8. 2010.11.01 .
  9. 2010.10.24 잔상
  10. 2010.10.24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2



며칠 전 테렌스 말릭 감독의 "생명의 나무 (The Tree of Life)"를 보았다.
지금의 내가 꼭 보아야 하고 반드시 끝까지 보아야 하고 이겨내야 만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조마조마 했고 기대도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기 보다, 느껴왔던 것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중심 이야기를 담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부분보다, 흡사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하는 우주와 바다 속의 모습, 거대한 마천루와 수풀들이 내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고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영혼의 해변이라는 모티브는 다른 영화, 소설들에서도 종종 다루어졌는데
프랑수아 오종의 le temps qui reste 의 마지막 장면에서 만큼 강렬한 이미지로 남지는 않았지만, 사실 조금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영화의 마지막을 잘 닫아준 것 같다.

2-3주 쯤 전인가 르몽드 부록 주간지에서 "80세, 그들은 아무것도 놓지 않았다" 라는 테마로 사회 각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80세 이상의 저명 인사들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91세의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브누아트 그루트 (Benoîte Groult) 는 말했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말 것, 그러나 사랑하지도 말 것.

또 어제는 보더 테리어 포럼을 뒤지다가 어떤 글귀를 읽게 되었다.
반려견이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라는 주제 아래 토론이 이루어졌었는데. 반려동물을 키움으로써 어린이는 가장 가까이서, 가장 즉각적으로 죽음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몇년을 함께, 혹은 태어나서부터 주욱 함께였던 동물이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을 때. 어린이들은 대개 최초로 죽음을 목격하고, 이 경험은, 어떻게 "해석"해주느냐에 따라 어린이에게 굉장히 중요한 가르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주로 강아지가 하늘에 갔다던가 어디 멀리 떠났다던가 라는 식으로 돌려 말하곤 하는데, 어떤 참여자는, 그녀의 아이들에게 강아지가 "살았었다 (il a vécu)" 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이 오래되고 아름다운 별에 잠시 다녀가는 존재들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살았었다"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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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 없다 할일 없다 노래를 부르면서 집에 가만히 앉아가지구
마이클 틸슨 토마스 말러 공연 안 갔다 ^^
공연 시작 40분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안 갔다는 걸.
스케줄러며 핸드폰 달력이며 심지어 벽에 붙은 플레이옐 예약내역 표에도 전부 다 적혀 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안 가다니.
못 간것도 아니고
안 가다니.



정말 슬프다.
나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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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바렌보임이 얼마전 라디오 클래식의 Passion Classique 코너에 출연, 올리비에 벨라미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늦어서 전부는 듣지 못하고 거의 마지막 10분 정도만 겨우 들었다.
그것도 재방송이어서 이미 시간은 새벽 1시를 조금 넘은 깜깜한 밤이었고.
삶, 죽음, 사랑을 주제로 한 곡 씩을 선택해서 들려주는 시간이었는데
바렌보임이 생각한 "죽음" 은 베토벤의 에로이카 2악장 marche funèbre,
"사랑"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의 2악장이었다.
베토벤이 흘러나올 때부터 이미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밤바다 물결같은 현악기 소리로 조용히 시작되는 쇼팽에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곡은 바렌보임이 예전에 직접 연주한 것이었고
곡이 어둠에 스미듯 fade out 되고 그는 조금 어눌하지만 차분한 프랑스어로 사랑과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방금 전 피아노로 이미 다 말한 내용의 되풀이에 지나지 않았다.

4월 12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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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스탄 게츠와 호앙 길베르투가 연주한 corcovado 앓이를 하고 있다.
아스트루드 길베르투의 노래도 좋지만 여기선 호앙 길베르투의 목소리가 특히 아름답게 들린다.
마음이 무척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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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드레스덴에서 아빠와 함께 탄호이저를 보았다.
슈타츠카펠레의 연주도 미국에서 온 슈퍼사이즈 가수분들의 노래도 정말 멋졌다.
의상은 정말 좀 혼내주고 싶었지만... 무슨 charity 숍에서 주워입고 와도 저럴 순 없을 텐데.심했다.
단호하고 우아하면서도 유려한 연주였다. 아 반주 정말... 짱.........
암튼 그 이후로 계속 탄호이저 서곡을 듣고 있다.
아빠랑 바이올린 파트의 cascade 부분을 말도 안되게 입으로 따라하느라고 독일 여행은 다했다.
아, 바그너 음악은 chevauchée de walkure 하고 (apocalypse now때문에)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 말고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탄호이저를 듣고 나니 왜 그렇게 좋다는지 알 것 같았다. 발퀴레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건 이미 충분히 알았지만.
테마 부분이 극 전체에서 알게 모르게 계속 되풀이 되는 것이 특히 훌륭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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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완전히 데려오기 전 까지는 말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8월 말부터 파리 집에서 보더 테리어 한 마리와 함께 살게 될 것 같다.
아직 4개월이나 남았지만 그동안 프랑스 보더 테리어 포럼을 샅샅이 뒤져 이미 이론은 꽤 익혔다.
목걸이를 무슨 색으로 해줘야 하나, 사료는 뭘 먹여야 하나, 산책은 어디로 나가야 하나,
하루종일 멍멍이 생각 뿐이다.
에휴.
여느때처럼 설거지하다가도 뒤를 쓱 돌아보고 요쯤 어디 앉아서 날 지켜 보고 있을 멍멍이를 생각하며 혼자 흐뭇하게 웃음짓기도. ㅋㅋㅋㅋ
아빠 말씀으로 "우리"같은 사람들은 늘 "자칫하면", 조금만 정신을 팔면 어느샌가 강아지를 키우고 만다고... 왜 진작 키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 곳에서의 나의 삶과 반려동물은 꽤 훌륭한 조합인 것 같은데 말이다.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서 열심히 "멍멍이 키우기의 변"을 열심히 노트에 쓰기도 하고 엄청 고민했었는데 아빠가 생각보다 흔쾌히 동의해주시고 내 생각에 공감 해주셔서 정말 팔짝 팔짝 뛸 정도로 기뻤다. 합의가 된 이후로는 둘이서 계속 멍멍이 얘기만 하고 인터넷에서 계속 보더 테리어 사진 찾아서 보고 동영상도 찾아보고 ㅋㅋ 부녀가 아주 잘 만났다. 엄마 설득은 아빠에게 일임했다.
아빠가 벌써 ㅋㅋ이름도 지어주셨다.
심지어 아빠와 드레스덴 Frauenkirche 앞에서 주인들과 함께 산책 중인 보더 테리어 한 마리를 발견하고 너무너무 반가웠었다. 아이고 이쁜 것
다다음주쯤 농장에 방문해서 처음으로 인사를 할 예정인데.
그때까지 기다리기는 너무나도 길고 괴로운 시간이 될 것 같다.
한번 만나고 와서 8월 말까지 또 기다려야 하는데 그건 아마 더 힘들겠지.
그래도 내 욕심만으로 5월에 당장 데려오고 또 금세 6월 말에 비행기로 한국에 같이 다녀오고 하려면 그게 멍멍이한텐 더 힘든 일일 것 같아서 꾹 참아야 한다. ㅠ
아. 정말 어떻게 기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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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문득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 음악 과목 시험범위에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생상스의 carnaval des animaux, 베토벤 교향곡,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바흐, 멘델스존, 리스트, 쇼팽, 왠만한 작곡가들의 유명한 곡들은 다 들어있었고 이 곡들을 테이프에 복사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음표를 달달 외워서 시험도 봤는데.
그때는 정말 이 음악이 마음에 하나도 와닿지 않았단 말인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지.
당시 아무리 들어도 감흥이 없던 그 음악들을 지금 와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더 잘 듣겠다고 씨디로 듣고, mp3로 듣고, 라디오로 듣고, 동영상으로 보고, 그걸로 부족해 한 달에도 몇번이고 공연장에 찾아간다. 분명히 나는 한 사람이고 같은 사람인데 2001년의 내가 2011년의 나를 상상조차 할 수 없고 2011년의 나는 2001년의 나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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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월 14일 (아직은)
그리고 내일은 2월 15일. 날짜 좋다!

정말 정신없이 이런 저런 글들을 읽어야 만 한다.
그래서 뭐가 누구의 글이었는지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하루에도 몇번씩 인상쓰고 고민한다
왠만한 기억력과 집중력 아니고서는 다 외우기 힘들 것 같다.
나는 물론 제대로 못 외운다 ㅋ

나는 음
courajod 만큼 sober 음 간결하고 꾸밈없지만 강하고 분명한 어조의 프랑스어를 마음껏 쓰지 못한다
더욱이 lafenestre 나 focillon 처럼 유려한 문장과 다채로운 단어들을 가지고 시적일만큼 아름다운 글로 프랑스 미술사를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들만큼 감동적인 미술사를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그렇게는 프랑스어를 다루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2-30년은 족히 걸려 이루어 낸 무언가를 매일 읽는 나는 무척 괴롭다.
그들이 쓴 것처럼 글을 쓰고 싶어서 노트에 문장 통째로 베껴 적어보고 외워도 보지만 음
사실 이미 프랑스어가 프랑스어라는 생각 조차 별로 들지 않는다. 한국어로 공부를 해본지가 너무 오래 되고 한국어로 학술적인 글을 써본 적이 별로 없어서 뭐... 내게 논문이나 발표문을 쓴다는 것은 그냥 프랑스어인데, 그렇게 프랑스어가 내 공부머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내 능력은 너무 부족한 것이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무척 답답한 노릇이다.
허참
이제와서 내가 프랑스에서 다시 태어나 자랄 수도 없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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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Tanztraume (트레마는 귀찮아서)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왔다.
피나 바우쉬 생전에 그녀의 작품들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서 무대에 올리도록 하는 프로젝트? 같은 걸 했었나보다. 그 내용이었다.
정말 무용은 너무 멋지다. 피나 바우쉬의 작품들에는 단순히 움직임이 아름답다 예쁘다를 넘어선 어떤 .....감동이 있다. 뭐라고 써야할 지 모르겠다. 그냥 너무 이해가 간다. 공감하게 된다.
그냥 평소에 하는 생각이지만
공감을 자아낼 수 없는 예술 작품이란 솔직히.... 그냥 혼자 써놓고 봐도 될 일기일 뿐이다. 그렇지 않나. 아무리 새롭고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어떤 깊고 심오한 뒷 얘기가 있더라도 보고 듣는 이의 마음을 두드릴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대중적인" 공감 이라는 단서가 붙는다면 또 다른 문제겠지만 어쨌든
아무튼 영화 좋게 보았다.

친구와 요새 뭘 하고 지내는지 얘기를 하다가 아, 요새 남는 시간에 영화를 많이 본다,
고전 영화들을 보고 있다. 하니 친구가
좀 더 가볍고 좀 즐거운,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것들 좀 보라고 한다.
내가 요즘 좀 우울하다고 하니까 해준 말일 것이다.
전혀 생각도 못했다. 그냥 시간이 나면 책이나 신문 읽고 좋고 어려운 영화들 무언가 가르침을 주는 무언가를 보고 듣고 읽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이건 정말 무슨 강박같다. 공부해야 한다는.
훌륭한, 지혜로운 (혹은 유명한, 솔직히) 사람들의 높고 심오한 정신을 배우고 닮아야 한다는. ?
어디로 가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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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가면 슈퍼에 파는 차(tea)를 많이 사가지고 돌아오게 되는데 이번에는 일정도 빠듯했고 여차저차 하다보니 필요한 차들을 충분히 사지 못했다. 가장 큰 타격? 은 내가 굉장히 즐겨마시는 카모마일 차를 다량구매하지 못했다는 것. 으으... 세인즈베리에서 파는 티백 80개들이 카모마일이 꽤 괜찮아서 그걸 사고 싶었는데... 테스코밖에 가지 못했고 그나마 거기서도 카모마일이 몇가지 없었다. 딱 두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너무 고급이어서 런던까지 가서 구입할 이유가 없었고 (파리에서 카모마일은 꽤 비싼 편 ㅠ) 다른 하나는 40개 티백에 75p 라는... 공장스러운 가격을 자랑하는 packers best 제품이었다. 결국 저렴한 것을 선택했는데
정말
맛이 읍따...
결국 나는 소맷부리로 눈물을 훔치며 집 밑의 슈퍼에 달려가 유기농 카모마일을 구입하고야 말았다.
티백도 20개 밖에 안들었는데 3유로나 한단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앉은 자리에서 티백 하나 가지고 3번째 우려먹고 있다. 크흑... 한번 더 먹을거다.
내가 인정하는 미식가 친구가 저번에, 카모마일이란 그다지 굉장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차인 것 같다! 고 단언한 바 있으나 그녀는 아직 이 75p 짜리 카모마일을 맛보지 못했을테니 이해하자...
국화차를 좋아하지만 여기서는 구하기도 어렵고 국화차보다 카모마일이 조금 더 맛이 엷고 가벼워 꿀꺽꿀꺽 많이 마시기 좋다.


매번 슈퍼에 가서 총 9킬로그램의 물을 사가지고 오기가 굉장히 귀찮고 또 무거운데. 바로 건물 1층에 슈퍼가 있지만 그래도 아휴 귀찮다. 이 곳의 대형 슈퍼 체인 (영원한 애증의 대상 대형 마켓 ㅠ ㅠ)인 모노프리에서 인터넷에서 첫 주문시에는 배달비가 공짜라기에. 물을 잔뜩 주문해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이런 이 장사꾼들 첫째 주문은 무조건 70유로 이상이어야 하고 둘째 그 안에 물, 주스, 우유를 포함한 액체류는 72리터를 초과하면 10유로 추가금을 붙여버린다. 뭔가 불안하지만 그래도 장바구니를 조심스레 채워보기로 한다. 앞으로 겨우내 큰 슈퍼 가지 않을 작정으로 이번에 다 사버려야겠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평소에 주로 뭘 먹고 사는지 생각이 안 난다 ! 모노프리 홈페이지를 띄워놓고 한참을 인상쓰고 앉아있다. 뭔가 처음의 의도가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이.
+ 이 글을 쓰고 30분 후 여전히 장바구니 때문에 고민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 창을 닫아버렸다. 이건 진짜 아닌듯 ㅋ.....그냥 무거워도 그때 그때 필요한 것만 사와야겠다. 가족 모두를 위해 장 보는거라면 몰라도.

3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중고로 구입한 약 9년 된 세탁기가 올 가을부터 꽤나 말썽을 부려 끙끙 앓다가 결국 새 세탁기를 들여오게 되었다.
세탁이 끝나고 나서 도무지 문이 열리질 않아서 매번 세탁기 문을 온 힘을 다해 (정말 젖먹던 힘을 다해서!!!!!!최근에 이렇게 힘을 써본 일이 있었던가) 밀어보고 때려도 보고 발..로도 차보고 전원도 뽑았다 켰다 호스도 다시 연결해보고 하며 한달을 넘게 버텼는데... 세제 냄새를 좋아해 일상의 큰 즐거움이었던 세탁이 이렇게 고역이 되고 나니 파리 겨울 날씨처럼 내 일주일은 잿빛이었다.
오랫동안 쓰던 고장난 세탁기에 비하면 정말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하고... 최소한의 빨래만 할 수 있는 제품이긴 하지만, 난생 처음 가져보는 반짝반짝한 새 세탁기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다. 빨랫감이 드럼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앞에 쪼그리고 앉아 넋놓고 구경하기도. 정신차려보니 내가 세탁기 앞에 혼자 앉아서 해맑게 웃고 있어서 정말 당황했다.
그래서 그동안 못한 빨래를 신나게 하고 있음. 온 집안에 산뜻한 세탁 냄새라 코가 즐겁다


샤를 드 골 사망 40주년이자 탄생 120주년인 올해 르몽드에서는 최근 샤를 드 골의 생애와 업적을 되짚어보는 텍스트들 - 전기, 주요 작품 발췌, 대담, 인터뷰 등을 부록?이 아니라 뭐라고 하나. 특별판? (hors-série) 으로 엮어냈다. 런던 가는 기차에서 읽으려고 샀다가 아쿠타가와 읽느라고 손도 못 댔는데 이제 읽어야지. 국립도서관에서 만나서 나한테 이것저것 충고 많이 해주던 보존가? 아저씨가 프랑스어를 잘 쓰고 싶으면 샤를 드 골의 글을 꼭 읽어보라고 했는데. 그 외에도 프랑스 역사, 정치사, 현대 정치판에서 까지 그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인물 자체가 궁금하기도 하다. 주위에 스스로를 gaulliste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그때는 그냥 뭔가 나도 아는 척, 아아, 그래? 하고 넘겼는데. 사실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빨리 읽고 나중에 다시 가서 아는 척 해야겠다. 얘들아 쪼금만 기다려줭...


날씨가 정말 별로다. 뭐 놀라울 것도 없지만... 파리의 겨울은 혼자라면 정말 더 우울하고 구질구질 축축하고 질척하고 쌩하고 너무 춥다. 이대로 겨울이 깊어가면 아침같지도 않은 시커먼 어느날 아침 천근같은 눈을 뜨고 노트르담 성당에 붙어있는 가고일이 차라리 나보다 유쾌하고 팔자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도 따뜻한 집에서 이불 빨래 하고 세제 냄새 맡고 무화과 빵을 먹고 책을 읽는 이런 날은 뭐 나쁘지 않다. (오늘은 11월 11일 l'Armistice. 도서관 여는 곳이 없다.) 보통 나는 겨울이라는 계절을 정말 좋아한다. 그 청량한 겨울 냄새! 잠이 덜 깬 뺨에 와닿는 쨍한 바람과 흐트러지지 않은 정갈한 햇살. 나는 그런 멋진 겨울 날씨를 가진 한국에서 나고 자란 탓에 도무지 이 곳의 겨울을 좋아하게 될 리 없다. 싫다고 !싫다고!
숲에 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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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야생동물 멸종 특히 북극곰 등을 걱정하는 마음은 그저
그저 지극히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을 동정하고 다큐멘터리를 챙겨보(려 노력하)고 주위에 이야기하는 것이
새삼 굉장히 오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만함과 이를 느꼈을 때 찾아오는 무력감 그 사이에는 뭔가 다른 것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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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곳에서 홀로 밝은 물체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아보면 또다시 어둠 속에 오롯이 빛나는 그 형상을 볼 수 있다.
바라보다보면 곧 그 희끄무레한 광원도 그를 둘러 싼 까망에 문대어져 사라지고 만다.
시간이 흐르면 흐려지고 잊혀지고 마는 것은 기억 뿐만이 아니다. 중요했던 것, 소중했던 무언가를 더이상 또렷하게 되살려내지 못하는 것이 소홀한 마음의 잘못 만은 아닌 것 같다. 바로 눈 앞에서 빛나던 것도 눈만 감으면 이윽고 뿌옇게 사라져 버리는데 하물며 지나간 일이야 누구에게 그 망각의 책임을 물을 것인가. 섭섭해하지말자. 이렇게 위안을 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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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
지금까지의 크리스마스에는 늘 조금씩의 불만이 있었고
따라서 늘 조금씩 다음 해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도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했다.
올해는 눈덩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고 싶군.

<미리 듣는 크리스마스 음악>
캐롤은 적어도 두달 쯤 전부터는 들어줘야 크리스마스 전에 적당히 질리면서 막상 당일이 되면 아 이제야 정말 끝이구나 하는 후련함과 함께 조금 서운해지므로 다시금 곱씹고 제대로 감상하게 되지.
매년 10월쯤 추워지기 시작할 때 꼭 다시 찾아듣는 Eddie Higgins Trio 의 캐롤 음반
빙 크로스비의 조금 우스운 그러나 느낌은 제대로 인 let it snow
그리고 Schoenberg의 Weihnachtsmu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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