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가면 슈퍼에 파는 차(tea)를 많이 사가지고 돌아오게 되는데 이번에는 일정도 빠듯했고 여차저차 하다보니 필요한 차들을 충분히 사지 못했다. 가장 큰 타격? 은 내가 굉장히 즐겨마시는 카모마일 차를 다량구매하지 못했다는 것. 으으... 세인즈베리에서 파는 티백 80개들이 카모마일이 꽤 괜찮아서 그걸 사고 싶었는데... 테스코밖에 가지 못했고 그나마 거기서도 카모마일이 몇가지 없었다. 딱 두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너무 고급이어서 런던까지 가서 구입할 이유가 없었고 (파리에서 카모마일은 꽤 비싼 편 ㅠ) 다른 하나는 40개 티백에 75p 라는... 공장스러운 가격을 자랑하는 packers best 제품이었다. 결국 저렴한 것을 선택했는데
정말
맛이 읍따...
결국 나는 소맷부리로 눈물을 훔치며 집 밑의 슈퍼에 달려가 유기농 카모마일을 구입하고야 말았다.
티백도 20개 밖에 안들었는데 3유로나 한단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앉은 자리에서 티백 하나 가지고 3번째 우려먹고 있다. 크흑... 한번 더 먹을거다.
내가 인정하는 미식가 친구가 저번에, 카모마일이란 그다지 굉장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차인 것 같다! 고 단언한 바 있으나 그녀는 아직 이 75p 짜리 카모마일을 맛보지 못했을테니 이해하자...
국화차를 좋아하지만 여기서는 구하기도 어렵고 국화차보다 카모마일이 조금 더 맛이 엷고 가벼워 꿀꺽꿀꺽 많이 마시기 좋다.
매번 슈퍼에 가서 총 9킬로그램의 물을 사가지고 오기가 굉장히 귀찮고 또 무거운데. 바로 건물 1층에 슈퍼가 있지만 그래도 아휴 귀찮다. 이 곳의 대형 슈퍼 체인 (영원한 애증의 대상 대형 마켓 ㅠ ㅠ)인 모노프리에서 인터넷에서 첫 주문시에는 배달비가 공짜라기에. 물을 잔뜩 주문해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이런 이 장사꾼들 첫째 주문은 무조건 70유로 이상이어야 하고 둘째 그 안에 물, 주스, 우유를 포함한 액체류는 72리터를 초과하면 10유로 추가금을 붙여버린다. 뭔가 불안하지만 그래도 장바구니를 조심스레 채워보기로 한다. 앞으로 겨우내 큰 슈퍼 가지 않을 작정으로 이번에 다 사버려야겠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평소에 주로 뭘 먹고 사는지 생각이 안 난다 ! 모노프리 홈페이지를 띄워놓고 한참을 인상쓰고 앉아있다. 뭔가 처음의 의도가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이.
+ 이 글을 쓰고 30분 후 여전히 장바구니 때문에 고민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 창을 닫아버렸다. 이건 진짜 아닌듯 ㅋ.....그냥 무거워도 그때 그때 필요한 것만 사와야겠다. 가족 모두를 위해 장 보는거라면 몰라도.
3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중고로 구입한 약 9년 된 세탁기가 올 가을부터 꽤나 말썽을 부려 끙끙 앓다가 결국 새 세탁기를 들여오게 되었다.
세탁이 끝나고 나서 도무지 문이 열리질 않아서 매번 세탁기 문을 온 힘을 다해 (정말 젖먹던 힘을 다해서!!!!!!최근에 이렇게 힘을 써본 일이 있었던가) 밀어보고 때려도 보고 발..로도 차보고 전원도 뽑았다 켰다 호스도 다시 연결해보고 하며 한달을 넘게 버텼는데... 세제 냄새를 좋아해 일상의 큰 즐거움이었던 세탁이 이렇게 고역이 되고 나니 파리 겨울 날씨처럼 내 일주일은 잿빛이었다.
오랫동안 쓰던 고장난 세탁기에 비하면 정말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하고... 최소한의 빨래만 할 수 있는 제품이긴 하지만, 난생 처음 가져보는 반짝반짝한 새 세탁기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다. 빨랫감이 드럼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앞에 쪼그리고 앉아 넋놓고 구경하기도. 정신차려보니 내가 세탁기 앞에 혼자 앉아서 해맑게 웃고 있어서 정말 당황했다.
그래서 그동안 못한 빨래를 신나게 하고 있음. 온 집안에 산뜻한 세탁 냄새라 코가 즐겁다
샤를 드 골 사망 40주년이자 탄생 120주년인 올해 르몽드에서는 최근 샤를 드 골의 생애와 업적을 되짚어보는 텍스트들 - 전기, 주요 작품 발췌, 대담, 인터뷰 등을 부록?이 아니라 뭐라고 하나. 특별판? (hors-série) 으로 엮어냈다. 런던 가는 기차에서 읽으려고 샀다가 아쿠타가와 읽느라고 손도 못 댔는데 이제 읽어야지. 국립도서관에서 만나서 나한테 이것저것 충고 많이 해주던 보존가? 아저씨가 프랑스어를 잘 쓰고 싶으면 샤를 드 골의 글을 꼭 읽어보라고 했는데. 그 외에도 프랑스 역사, 정치사, 현대 정치판에서 까지 그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인물 자체가 궁금하기도 하다. 주위에 스스로를 gaulliste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그때는 그냥 뭔가 나도 아는 척, 아아, 그래? 하고 넘겼는데. 사실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빨리 읽고 나중에 다시 가서 아는 척 해야겠다. 얘들아 쪼금만 기다려줭...
날씨가 정말 별로다. 뭐 놀라울 것도 없지만... 파리의 겨울은 혼자라면 정말 더 우울하고 구질구질 축축하고 질척하고 쌩하고 너무 춥다. 이대로 겨울이 깊어가면 아침같지도 않은 시커먼 어느날 아침 천근같은 눈을 뜨고 노트르담 성당에 붙어있는 가고일이 차라리 나보다 유쾌하고 팔자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도 따뜻한 집에서 이불 빨래 하고 세제 냄새 맡고 무화과 빵을 먹고 책을 읽는 이런 날은 뭐 나쁘지 않다. (오늘은 11월 11일 l'Armistice. 도서관 여는 곳이 없다.) 보통 나는 겨울이라는 계절을 정말 좋아한다. 그 청량한 겨울 냄새! 잠이 덜 깬 뺨에 와닿는 쨍한 바람과 흐트러지지 않은 정갈한 햇살. 나는 그런 멋진 겨울 날씨를 가진 한국에서 나고 자란 탓에 도무지 이 곳의 겨울을 좋아하게 될 리 없다. 싫다고 !싫다고!
숲에 가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