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아이폰이랑 아이패드 ios 업데이트 하느라 ㅋㅋ 글을 못 쓰고 그냥 잠들었다.
처음으로 에두아르 투빈 (Eduard Tubin : 에스토니아 출신의 20세기 작곡가인데 정확한 발음은 모르겠다.) 의 음악을 접했다. 단악장으로 된, 아니 그렇게 되었다기 보다는 미완성으로 남은 교향곡이었는데 번호가 11번이라 놀랐다. 내가 몰랐던 작곡가라고 해서 그가 11편의 교향곡을 남겼다는 것이 놀라울 것은 없는데 말이다.
네메 예르비도 즐겨 연주하던 작곡가인 것 같다. 이날 들은 11번 교향곡이 무척 마음에 들어 아마존을 찾아보니 전집이 하나 있는데 네메 예르비의 것이었다. 무척 세련되고 힘있고 신선한 곡이었다.

내 앞 옆으로 삥 둘러 음악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쭉 앉았는데 콘서트마스터인 Roland Daugareil 가 들어오자 마치 아인트호벤 사람들이 위숭빠레 ㅋㅋ 했던 것 처럼 로올렁 로올렁 하고 이상한 딱다구리 같은 소리를 일제히 내서 너무 웃겼다. 아마도 도갸레이의 제자였거나 제자인 모양이다. 웃음을 참느라 조금 힘들었다.

지난 금요일부터 쓰려고 잡고 있던 글인데 몸살 때문에 결국 일요일인 오늘까지 와버렸다.
무슨 말을 쓰려고 했었는지 점점 흐릿해져간다. ㅠ
어쨌든 카바코스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내가 라이브로 들은 연주 중에 단연 최고였는데 (그리 많지야 않지만), 지난번 스베틀린 루세프도 대단했지만 아무래도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정교함과 간결함, 콘트라스트가 그리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기승전결은 정말 거장의 그것이라 할 만 했다.
무대 바로 앞 두번째 줄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바이올린의 독주에 더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잘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매번 자리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들을 수 있는 최고를 들었다는 실감이 확 났다. 정말 눈물을 글썽일 뻔 했던 것은 이번이 아니라 루세프 때였다.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그런 벅찬 감동 때문에 울컥하는 일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온 몸과 마음으로 집중하며 감사하며 행복하게 들을 수 있었다.

2부에는 26세에 요절한 Hans Rott 라는 작곡가의 교향곡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연주 시간이 60분이라는 것을 보고 고민하다 그냥 귀가했다. 이 날 오전에도 수업이 있어서 보리를 네시간 가까이 집에 혼자 두었었는데 저녁에도 그렇게 오래 떠나있기가 영 마음에 걸려서였다. 조금 아쉬웠지만 대신 Tubin의 11번 교향곡을 알게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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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파리 오케스트라 그리고 나와 동갑인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치의 연주회에 와있다.

하이든의 교향곡 88번은 소규모 연주여서 인지 소리가 조금 비어보였으나 주법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2악장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블레하치가 이어서 들려준 베토벤의 피아노 콘체르토 4번은 음...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정말 좋았다.
블레하치는 곧 없어질 것만 같은 콩알만한 작은 얼굴에, 바람에 날릴 만큼 체구도 조그맣다. 숱많은 다갈색 머리카락에 얼굴이 가려 그나마도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 앳된 겉모습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소년같은. 그야말로 소년같은, 얌전하고 섬세한 연주를 한다. 피아노 건반을 중앙에서 반으로 갈랐을 때 오른쪽 높은 음들을 그만큼 아름답게 연주하는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귀가 번쩍 뜨일 정도...
파리 오케스트라의 조금 작은 듯한 음량도 다감한 피아노 연주에 무척 잘 어울렸다.
더군다나, 4번과 그닥 친숙하지 않은 나 조차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해석이 남달랐다. 여기는 느낌표를 팍 찍어주고 싶다. 현대 피아노 곡을 연상시킬 정도로. 정확히 어떤 부분이었는지 집어서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단 또래 연주자들보다 훨씬 배짱이 있는 것 같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사실 그가 뭔가 트릭! 을 썼다는 것은 직접 편곡한 듯한 무척 신선한 앵콜 곡들을 듣고 나서 더 확신하게 되었는데, 이 사람이 오늘 프로그램 내내 일관된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3악장에선 특히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이 더 좋아져서인지. 음. 감동적이었다.
왠지 이 블레하치라는 피아니스트는 원숙한 나이가 되면 누구라도 먼저 손에 꼽을 대단한 연주자가 될 것 같다. 이젠 예언까지.

심지어 지금 웃긴 것은 내가 오늘 도서관갔다 집에 오는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으셨던 할머니가 지금 플레이옐에서 내 뒷 열에 앉아계시다는 사실이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흔히 볼 수없는 독특한 안경에 같은 핸드백에 거기다 같은 수첩을 가지고 계시다. 버스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수첩을 (죄송하지만) 눈여겨 보았었기 때문에 틀림없다. 같이 오신 친구분들이 부르시는 걸 들으니 성함은 테레즈라고 한다. 버스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할머니에 대해 의도치않게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구나.

여기부턴 집에 돌아와서 쓴다.

프랑크의 d minor 심포니는 그런데 심지어 베토벤 협주곡보다 하이든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무서운 예르비....... 보니까 베토벤도 그렇고 시벨리우스, 오늘 연주한 프랑크, 이런 느낌 곡들을 잘 하는 것 같다. 볼 수록 괜찮다. 볼매야 볼매. 영화음악 같기도 하고 아 너무너무 멋있는 곡이었다. 영화음악 같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는, 굳이 풀이를 하자면 뭔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장면 장면이 눈 앞에 그려지는, 적어도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갖게 하는 그런 곡들이다. 닥치는대로 듣다보니 유독 그런 곡들이 있더라. 1악장에서 이미 기선제압을 하고. 2악장에서는 클라리넷을 필두로 한 관악기들과 하프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입이 떡 벌어지지만 뭐라 말을 할  수 없다. 3악장에서는 확인사살. 잉..말이 너무 무섭다. 근데 아무튼 뭐라고 해야하지. 그래. 쐐기를 박는다. 그래도 무섭네. 잠시 mute 한 다음에 이윽고 레퀴엠 같은 분위기로 무겁게 가라앉힐 때. 혼자 박차고 일어나 브라보를 외치고 싶었을 정도. 그랬다면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었겠지.
근데 다시 말하지만 2악장은 최고였다. 클라리넷 신들린 것 같았다. 워낙 곡을 잘 쓴 것 같다.
집에 와서 바로 열심히 다시 듣고 있는 중. 곡 진짜 멋지다.
우리집 바로 옆에 세자르 프랑크가 살았던 길 (rue César Franck) 이 있어서 왠지 더 반갑다.

오늘 공연은 사실 예전에 미리 예약했던 것이 아니고. 별로 생각 없었다가 얼마전에 루브르에서 루브르 carte jeune 회원들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고 지금 빨리 예매하라고 해서. 왠지 이런 혜택은 꼭 챙겨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13유로 주고 뒤늦게 표를 샀었던 것이다. 평소보다 4유로 더 내고 본 거지만 이렇게 좋은 공연이기만 하다면. (요즘 긴축재정이라 4유로 유독 크게 느껴진다.) 28세가 되기 전에 정말 플레이옐에서 하는 공연은 될 수 있으면 다 보고싶다. ㅠ그냥 그 앞에 텐트치고 살아야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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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콘서트가 자주 있다보니 며칠만 손을 놓으면 이렇게 밀려버린다.
3월 들어서만 벌써 네번의 콘서트를 보았다. 그나마도 3월 5일에 있었던 페트라 랑과 이반 피셔의 공연은 가지도 못했다 ㅠ 그날은 정말 심각하게 피곤해서 나무토막처럼 집에 뻗어있었다.

3월 4일은 정명훈과 라디오 프랑스, 알렉성드르 바티의 토마시 협주곡과 브루크너 7번,
6일에는 윌리엄 크리스티와 Les Arts Florissants 그리고 choir와 몇몇 성악가들,
어제 9일엔 파보 예르비와 파리 오케스트라, 기돈 크레머의 공연이 있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들만 간략하게 적자면...
바티와 라디오 프랑스는 토마시의 트럼펫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어쩐지 3악장에서 솔리스트가 약간 불안하다 싶었는데 앵콜로 3악장을 다시 연주했었다는 것. 그리고 다시 한 것이 훨씬! 정말 훨씬 좋았다는 것. 브루크너 7번은 기대를 많이 했는데 3악장 스케르초가 정말 흥미로웠던 것 외에는 머리에 그다지 들어오지가 않았다.

6일 윌리엄 크리스티와 레자르플로리성의 라모 공연은... 18-19세기 음악만 너무 편식한다는 생각에 교육적 ! 차원에서 숙제처럼 보러 갔었는데, 예상보다도 훨씬 재미있었다. 성악가 분들도 다들 훌륭했고... 옛날 악기들 구경도 재밌었고, 17세기 음악도 무척 신선했다. 여자 소프라노 두 분 (Emmanuelle de Negri 그리고 Hanna Bayodi-Hirt) 과 남자 카운터테너 Ed Lyon 의 약간 오그라드는 연기가 백미였다 ㅋㅋ 연주된 곡은 아나크레온과 피그말리온.

9일인 어제는 오랜만에 아들 예르비씨의 독특한 지휘를 다시 보게 되어서 좋았고.
스티브 잡스 옷차림이 아닌 기돈 크레머도 다시 보게 되어 좋았다.
베토벤의 아주 후기 작품인 Ouverture de La Consécration de la maison (집의 봉헌 서곡.!?) 이 첫 곡이었는데, 제목부터 낯선 이 곡은 파리 오케스트라 역사상 단 3번밖에 연주된 적이 없다. 10분 정도의 간결한 화법. 하지만 몇몇 passages만 들어도 베토벤의 곡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베르크의 천사의 기억에 바치는.바이올린 협주곡. 하지만 그의 천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라파엘로의 아기천사들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 정말 멋있다! 딱 "멋있다" 고 생각하며 숨죽였었는데. 기돈 크레머의 연주는 정말 훌륭했다. 행간을, 음표와 음표 사이를 읽는 능력. 지난번 차이코프스키보다 훨씬 좋았다. 2악장은 바이올린에 고압전류가 흐르는 것 같이 멋있었다.

그리고 음... 베토벤 4번도 역시 기분좋게 들었다. 오케스트라석에서 보다가 합창석으로 옮겨서 들었는데 지휘자의 얼굴과 동작들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은 역시 엄청난 장점이다. 인상적이었다. 기운차고 건강한 연주.

또 5일 정도 쉬고 14일날은 머레이 페라이어의 독주회가 있다.
16일은 라팔 블레하치와 파리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4번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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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심포니 4번 Italienne,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 바그너의 Siegfried-Idylle, 그리고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마무리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멘델스존과 바그너는 아직 지휘자가 제대로 뽑아낼 재간이 없는 것 같았다. 솔직히 정말 그냥 그랬다. 파리 오케스트라가 이렇게 심드렁하게 들리기는 처음이다. 물론 자리가 무척 안좋았지만 그래도 제2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만은 지나치게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 지독한 밋밋함이 연주자들의 탓 만은 아닌 것 같았다.
리스트 협주곡들은 정말 좋았는데 아마도 반 이상은 바렌보임의 피아노 덕분이었을 것이다.
귀가 굉장히 즐거운 연주였다. 특히 협주곡 2번에서 물 위를 찰박찰박 두드리는 듯한 윤기 넘치는 피아노 소리 듣기 좋았다. 내가 그를 본 짧은 기간동안에도 바렌보임의 흰 머리가 늘어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지만 어쩐지 그의 패기와 집중력은 세월에 무뎌지거나 깎여나가지 않는 모양이다. 마지막을 장식한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의 한 음 한 음 곡의 서사에 벗어남 없이 탄탄하게 응집된 매서운 피아노는 정말 등골이 서늘할 정도였다. 바렌보임의 연주회마다 사람들이 백유로 가까이 되는 티켓을 선뜻 사고 홀을 가득 메우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절대로 관객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볼 때마다, 그를 처음 보았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 2번 콘서트를 보고 와서도 그렇게 적었지만, 대단한 인물은 인물이라는 생각을 거듭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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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볼거리 + 들을거리가 풍부한 공연이었다.
게다가 마무리는 라벨의 볼레로.
마지막 곡으로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조셉 폰스는 스페인 국립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로,
2009년 3월 경 데 파야와 바르톡 등의 레퍼토리로 플레이옐에서 그의 지휘를 본 적이 있다.

(2009/03/28 - 26 Mars 2009 - Orchestre de Paris / Josep Pons / Bartok, Ginastera, de Falla)

조그맣고 유쾌해 보이는 이 지휘자의 음악이 나는 꽤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내가 본 중 가장 춤을 많이 추는 지휘자 중 하나다. (그런 그와 1등을 다투는 바렌보임.)

어쩌다보니 바르톡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을 금방 또 다시 듣게 되었는데 (지난번 바렌보임과 브론프만의 연주로) 이번에는 베레조프스키가 협연을 했다.
저번에 브론프만 때 보다 훨씬 더 좋은 자리에 앉아서 들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베레조프스키 연주가 더 해상도가 높게 들렸다. 둘 중 누가 더 낫다고는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ㅎㅎ 그냥 다 좋다.
베레조프스키의 박력과 민첩함도 대단하지만 브론프만의 규모있는 연주도 멋있었다. 다만 파리 오케스트라의 퍼커션은 베레조프스키의 속도와 타건을 받쳐주기 조금 모자랐던 것 같고 슈타츠카펠레 베를린은 피아노를 잡아 먹을 듯한 기세였던 점이 전체적으로 듣기엔 비교포인트인 것 같다.
조금 어려운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 반복해서 들으니 친숙해진 듯도 하다.
현악 없는 1악장 정말 특이하다.

소프라노인 노라 귀비쉬는 솔직히 별로였다. 음... 셰헤라자데 좋아하는데 노래가 기대에 못 미쳐서 집중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옆의 이상한 여자가 또 블랙베리 자판으로 공연 중에 문자를 자꾸 보내서 더 짜증났기도 하고.

어쨌든 2부의 라벨 곡들은 정말 다 훌륭했다. 워낙 조셉 폰스가 이 쪽 전문이기도 하고
파리 오케스트라의 합주도 뒤로 갈 수록 괜찮았다. 콘서트마스터인 Roland Daugareil 의 바이올린은 무척 고풍스럽고 부드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늘함이 간혹 엿보이는, 파리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에 꼭 어울리는 소리를 낸다. 첫 곡인 alborada del gracioso 에서 특히 좋았다.
 
무엇보다 볼레로는 정말 기립박수를 받을 만 했는데. 관악 솔로들 훌륭했다.
오늘의 약점은 팀파니였다. 매 공연마다 팀파니에 지나친 관심을 쏟고 있는 나인데, 너무 기대를 한 탓인지 볼레로에서도 앞서 연주된 Rapsodie espagnole 에서도 팀파니가 제 몫을 다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 때문에 다른 파트들이 바닥없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볼레로는 정말 보석같은 곡이다.
공연에서 라이브로 듣기에 가장 행복한 곡.
황홀하게 겹겹이 쌓여가는 소리들을 관찰하며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
이 곡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몇번이나 생각했다.
정말 안 끝났다면 좀 힘들었겠지만 ㅋ 빨간 구두 동화도 아니고


요 며칠 궂은 날씨의 연속으로 기분도 컨디션도 바닥이었는데
볼레로 듣고 좀 좋아진 것 같다.
그러나 내일 모레 오랜만에 정명훈 공연이었는데 건강상의 이유로 다른 지휘자로 급 교체 메일 방금 받음 ㅠ.ㅠ 울고싶다.


위에 잠깐 쓴 김에
Roland Daugareil 씨의 바이올린 같이 들어요. 들어봅시다? 들어볼까요?
ㅋㅋ어색 어색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협주곡을 설명하고 부분적으로 연주하는 영상. (embed가 안됨 ㅠ)

http://youtu.be/1sGgXKqwNqc

David Zinman과 쇼스타코비치 리허설 할 때.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blues. 처음 스타카토 때 너무 휘청거리셔서 좀 무섭지만 ㅋㅋㅋ
가눌 수 없는 주체할 수 없는 자유로운 프랑스 영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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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10분 안에 글을 쓰고 침대로 뛰어가는 것을 목표로.조금 안타깝지만.

오늘 첫 곡으로는 Arvo Pärt의 "Silhouette"라는 곡의 초연이 있었다.
아빠가 얼마전 정명훈의 지휘로 페르트(라고 읽나)의 곡을 듣고 굉장히 좋았다고 하셔서 작곡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보러가길 참 잘한 거 같다.
프낙에 달려가 더 베리 베스트 오브 아르보 페르트 따위의 음반을 살지도.
왈츠 박자에 (뭐 춤곡이라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지만) 현이 굉장히 아름다운 가볍고 세련된 곡이었다. 이 곳에서 현대 곡들을 상당수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늘 왜 현대음악은 꼭...선율이 없어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특히 루이지 논노 ㅠ으악) 페르트의 곡은 정말 좋았다.
잘 모르지만 뭐 고전 음악의 맥을 이어나가면서도 신선하고 시대 감각에 충실한 곡이 아닌가 싶다
귀스타브 에펠과 에펠탑의 이미지로 쓴 곡이라는데, 이번 시즌부터 파리 오케스트라에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파보 예르비와 그의 오케스트라에 헌정되었다.
곡이 끝나자 1935년생의 훤칠하면서도 소탈한 인상을 한 작곡가 본인이 무대로 뛰어 올라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저 오늘부터 팬이예요..

레온스카야 아주머니의 피아노는 공연에서는 두번째 듣는다. 라디오에서는 많이 들었지만
son allure d'une "grande dame" contrastée par un visage avenant et tout souriant,
커다란 꽃무늬가 있는 풍성한 스커트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피아노는 leonskaja같이...그녀의 피아노에는 사자같은 위엄이 있다.
다채로운 터치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지만 기본적으로 묵직한 톤을 낸다.
저번 실내악 공연에서도 그렇고, 다만, 뭔가 아직 특별한 무언가는 느껴지지 않는다.
리히터와 음악적으로도 실제 친구로서도 가까운 사이였다던데 리히터와는 많이 다르다.
그리그의 콘체르토는 썩 잘 어울렸지만... 역시 뭔가 음 참 잘 연주되었다! 마침표. 라는 느낌
그리그의 곡은 정말 멋지다. 정말 정말 매력적인 음악이다.

그리고 마지막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아 어서 자야하는데
시벨리우스의 곡들을 제대로 들어본 일이 한번도 없는 나는 사실 이 마지막 곡에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들어온 교향곡들과는 짜임새부터가 사뭇 달라 처음부터 집중해서 듣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지루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주로 듣는 베토벤이나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등의 교향곡들, 내면의 어떤 감정의 호소, 분출, 독백의 음악과는 아주 출발부터가 다르다고 나는 생각했는데, 굉장히 외향적이고 선이 굵어, 엄숙하면서도 소박한 독특한 정감이 있었다. 듣는 사람이 쪼그매지는 기분
마지막 악장의 피날레에서는 와 역시 이 맛에 산다 는 느낌 하하
전율 그 자체. 이래야지. 으. 멋지다.
알고보니 아버지 예르비가 시벨리우스 교향곡에 아주 강하시다고.
아드님 예르비는 아무리 봐도 타인의 삶에 나오는 비즐러와 인상이 자꾸 겹친다. 눈썹이 좀더 연한가? 나는 평생 음악따위는 몰라도 사는데 불편함은 없었네 하고 딱잘라 말할 것 같은 뻣뻣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오늘 공연에서 각기춤 같은 우스꽝스러운 동작도 개의치않는 열정적인 지휘와 또 기분 좋아 웃으시는 걸 보니 음 역시 피끓는 음악인이군 싶었다.




+ 아르떼 라이브웹에 올라온 실황 영상. 좋다
아이고 기침들 좀 그만하시라고요 ..



+ 레온스카야가 연주한 앵콜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F Major 중 아다지오 악장이었음.
옆자리 사람들이랑 대체 무슨 곡이었는가 궁금해했는데 어떤 아저씨는 슈만이라고 하고 나는 모차르트일거라고 했었다. 왼손이 계속 모차르트 반주여서......프랑스사람들을 이런걸로 이기는게 제일 기분 좋다. ㅋㅋ유치하지만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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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케스트라의 공연에 다녀왔다.
프로그램은 Debussy의 Petite suite, Ravel 의 Concerto pour la main gauche pour piano (re majeur) 그리고 Tchaikovsky Symphonie n.4 !!!!
나한테는 사실 시즌 내 제일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 앗 한번 더 있다. 베토벤 7번이랑 뭐였더라 아무튼. 기대가 컸다.
원래 Mikko Frank의 지휘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일본의 아주 젊은 지휘자인 야마다 카즈키로 변경되었다. 그래서 직전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 알고보면 사실 2009년 브장송 국제지휘경연대회에서 1등을 한 사람이고 이번에 스위스로망드오케스트라의 초대 chef principal 이다.
피아노 협연은 Jean-Frédéric Neuberger라는 역시 젊은 (어린 !) 피아니스트. 오랜만에 들은 힘찬 피아노였다. 사실 저번 드보르작 피아노는 약간 간질간질 밋밋한 느낌이어서. 오늘 기운차면서도 세련된 그의 라벨을 듣고나니 속이 후련하고 막 날아갈 것 같았다. 고맙습니당.

야마다 카즈키의 곡 해석은 - 차이코프스키 4번은 정말 내가 제일 열심히, 많이 들은 교향곡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휘자의 곡 해석에 대해서 나는 아마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크게 거부감 들지 않는 무난한 것이었으나. 간혹 음량의 강약을 조절하는 부분이 매우 인위적이었고, 마디마디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약간 거슬렸다. 마치 운동 부족인 사람이 관절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것 처럼. 그러나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큰 문제는! 박자가 제멋대로라는 점. 나름의 특색을 주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막상 연주시 컨트롤이 안 되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확고한 메트로놈이 없는 것 같았다. 특히 2악장과 3악장에서 관악기 솔로와 현악의 케이크 레이어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듯한 그 섬세한 앙상블이 박자 컨트롤이 이상해서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고통스러웠다. 로마를 불태우는 네로 황제를 등 뒤에서 오들오들 떨며 지켜봐야하는 가신의 심정일까.
그래도 지난번 도나니의 베토벤 3번에서는 이상하게 힘없는 쉰소리를 내던 바이올린이 살아서 다행이었고, 젊은 지휘자의 파리 데뷔 무대에 대한 욕심과 (아마도) 정제되지 않은 빗장 걸리지 않은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연주였던 것 같아 흡족하다. 앞으로 지켜볼 만 한 음악가인 것 같다.
아- 그리고 첼로 파트 너무 좋았다.
곡이 워낙 좋다.


집에 와서는 라벨 왼손 협주곡 이미 7번째 반복 청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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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e Pleyel에서 지난 목요일 있었던 파리오케스트라의 공연.
바르톡 피아노 콘체르토 3번과 알프레도 히나스테라의 Variations Concertantes, 마누엘 데 파야의 l'amour sorcier 를 들었다.
지금까지 봤던 것들에 비하면 대단히 유명한 스타는 없는 공연이고 게다가 비도 오는 평일이라서
정말 운좋게 아주아주 좋은 자리를 10유로에 구할 수 있었다.
사실 난 표가 한 장 이미 있었긴 했지만 같이 간 친구랑 옆에 앉으려구 그냥 다시 샀다.
1층 발코니 앞에서 두번째 줄 정말 정중앙 자리였다. 행복.

지휘를 맡았던 조셉 폰스는 카탈루냐 사람이다. 스페인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이기도 함.
그래서 나는 잠깐 바르톡, ginastera, de falla가 전부 다 스페인 사람인 줄 알았다.ㅎㅎㅎ
생각이 너무 앞서나감. 바르톡 이름에서 o 에 있는 accent때문에 더욱이 !
그치만 바르톡은 헝가리 사람이었고 Ginastera는 아르헨티나 사람이었다.
De Falla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스페인 사람.
그러구보니 저번에 헝가리 문화원 갔을 때 이런 작곡가가 헝가리 사람이라 좋겠다고 일기도 썼었는데 . 기억력에 이런 구멍이. 슬프다 ㅠㅠ
더 웃긴건 이 콘서트 본 다음날 아침 바로 르몽드에 바르톡 기사가 났다는 거다.
아침에 도서관 가는 길에 무심코 펼쳤다가 깜짝 놀랐음.
"헝가리 출신 작곡가 바르톡은.."
역시 지나치게 좋은 신문이라니깐................
친구한테두 막 그런거같다고 우겼었는데. 오늘 정중히 사과 문자 보냈음. ㅋㅋ

그런데 솔직히 바르톡 피아노 콘체르토는 대단한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피아니스트 분은 (Elena Bashkirova) 그냥 내가 듣기엔 준수하게 잘 하신 것 같은데 왠지 음악이 좀..비어 보였다. 모르겠다 내가 집중을 잘 못한건지두..

그치만 entracte후의 ginastera는 많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콘트라베이스 솔로와 하프의 이중주는 정말 아름다웠다.
곡 자체도 독특한 구성에 자유롭고 지루하지 않은. 신선한 것이었다.
데 파야는 아주 이국적인 선율을 들려주었다. 더군다나 플라멩코 댄서를 연상시키는 의상과 무대 매너를 보여주신 메조소프라노 히네사 오르테가(Ginesa Ortega)의 노래 덕분에 곡이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웠던 것 같다.

사실 ginastera의 하프-콘트라베이스 부분 영상이 혹시 있나 찾아봤는데 없어서.
조셉 폰스가 지휘하는 파리오케스트라의 데 파야.
3일 전에 올라왔다길래 혹시 그날 공연인가 했는데 역시나 그날 리허설 영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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