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10분 안에 글을 쓰고 침대로 뛰어가는 것을 목표로.조금 안타깝지만.

오늘 첫 곡으로는 Arvo Pärt의 "Silhouette"라는 곡의 초연이 있었다.
아빠가 얼마전 정명훈의 지휘로 페르트(라고 읽나)의 곡을 듣고 굉장히 좋았다고 하셔서 작곡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보러가길 참 잘한 거 같다.
프낙에 달려가 더 베리 베스트 오브 아르보 페르트 따위의 음반을 살지도.
왈츠 박자에 (뭐 춤곡이라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지만) 현이 굉장히 아름다운 가볍고 세련된 곡이었다. 이 곳에서 현대 곡들을 상당수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늘 왜 현대음악은 꼭...선율이 없어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특히 루이지 논노 ㅠ으악) 페르트의 곡은 정말 좋았다.
잘 모르지만 뭐 고전 음악의 맥을 이어나가면서도 신선하고 시대 감각에 충실한 곡이 아닌가 싶다
귀스타브 에펠과 에펠탑의 이미지로 쓴 곡이라는데, 이번 시즌부터 파리 오케스트라에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파보 예르비와 그의 오케스트라에 헌정되었다.
곡이 끝나자 1935년생의 훤칠하면서도 소탈한 인상을 한 작곡가 본인이 무대로 뛰어 올라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저 오늘부터 팬이예요..

레온스카야 아주머니의 피아노는 공연에서는 두번째 듣는다. 라디오에서는 많이 들었지만
son allure d'une "grande dame" contrastée par un visage avenant et tout souriant,
커다란 꽃무늬가 있는 풍성한 스커트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피아노는 leonskaja같이...그녀의 피아노에는 사자같은 위엄이 있다.
다채로운 터치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지만 기본적으로 묵직한 톤을 낸다.
저번 실내악 공연에서도 그렇고, 다만, 뭔가 아직 특별한 무언가는 느껴지지 않는다.
리히터와 음악적으로도 실제 친구로서도 가까운 사이였다던데 리히터와는 많이 다르다.
그리그의 콘체르토는 썩 잘 어울렸지만... 역시 뭔가 음 참 잘 연주되었다! 마침표. 라는 느낌
그리그의 곡은 정말 멋지다. 정말 정말 매력적인 음악이다.

그리고 마지막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아 어서 자야하는데
시벨리우스의 곡들을 제대로 들어본 일이 한번도 없는 나는 사실 이 마지막 곡에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들어온 교향곡들과는 짜임새부터가 사뭇 달라 처음부터 집중해서 듣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지루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주로 듣는 베토벤이나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등의 교향곡들, 내면의 어떤 감정의 호소, 분출, 독백의 음악과는 아주 출발부터가 다르다고 나는 생각했는데, 굉장히 외향적이고 선이 굵어, 엄숙하면서도 소박한 독특한 정감이 있었다. 듣는 사람이 쪼그매지는 기분
마지막 악장의 피날레에서는 와 역시 이 맛에 산다 는 느낌 하하
전율 그 자체. 이래야지. 으. 멋지다.
알고보니 아버지 예르비가 시벨리우스 교향곡에 아주 강하시다고.
아드님 예르비는 아무리 봐도 타인의 삶에 나오는 비즐러와 인상이 자꾸 겹친다. 눈썹이 좀더 연한가? 나는 평생 음악따위는 몰라도 사는데 불편함은 없었네 하고 딱잘라 말할 것 같은 뻣뻣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오늘 공연에서 각기춤 같은 우스꽝스러운 동작도 개의치않는 열정적인 지휘와 또 기분 좋아 웃으시는 걸 보니 음 역시 피끓는 음악인이군 싶었다.




+ 아르떼 라이브웹에 올라온 실황 영상. 좋다
아이고 기침들 좀 그만하시라고요 ..



+ 레온스카야가 연주한 앵콜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F Major 중 아다지오 악장이었음.
옆자리 사람들이랑 대체 무슨 곡이었는가 궁금해했는데 어떤 아저씨는 슈만이라고 하고 나는 모차르트일거라고 했었다. 왼손이 계속 모차르트 반주여서......프랑스사람들을 이런걸로 이기는게 제일 기분 좋다. ㅋㅋ유치하지만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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