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아이폰이랑 아이패드 ios 업데이트 하느라 ㅋㅋ 글을 못 쓰고 그냥 잠들었다.
처음으로 에두아르 투빈 (Eduard Tubin : 에스토니아 출신의 20세기 작곡가인데 정확한 발음은 모르겠다.) 의 음악을 접했다. 단악장으로 된, 아니 그렇게 되었다기 보다는 미완성으로 남은 교향곡이었는데 번호가 11번이라 놀랐다. 내가 몰랐던 작곡가라고 해서 그가 11편의 교향곡을 남겼다는 것이 놀라울 것은 없는데 말이다.
네메 예르비도 즐겨 연주하던 작곡가인 것 같다. 이날 들은 11번 교향곡이 무척 마음에 들어 아마존을 찾아보니 전집이 하나 있는데 네메 예르비의 것이었다. 무척 세련되고 힘있고 신선한 곡이었다.

내 앞 옆으로 삥 둘러 음악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쭉 앉았는데 콘서트마스터인 Roland Daugareil 가 들어오자 마치 아인트호벤 사람들이 위숭빠레 ㅋㅋ 했던 것 처럼 로올렁 로올렁 하고 이상한 딱다구리 같은 소리를 일제히 내서 너무 웃겼다. 아마도 도갸레이의 제자였거나 제자인 모양이다. 웃음을 참느라 조금 힘들었다.

지난 금요일부터 쓰려고 잡고 있던 글인데 몸살 때문에 결국 일요일인 오늘까지 와버렸다.
무슨 말을 쓰려고 했었는지 점점 흐릿해져간다. ㅠ
어쨌든 카바코스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내가 라이브로 들은 연주 중에 단연 최고였는데 (그리 많지야 않지만), 지난번 스베틀린 루세프도 대단했지만 아무래도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정교함과 간결함, 콘트라스트가 그리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기승전결은 정말 거장의 그것이라 할 만 했다.
무대 바로 앞 두번째 줄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바이올린의 독주에 더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잘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매번 자리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들을 수 있는 최고를 들었다는 실감이 확 났다. 정말 눈물을 글썽일 뻔 했던 것은 이번이 아니라 루세프 때였다.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그런 벅찬 감동 때문에 울컥하는 일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온 몸과 마음으로 집중하며 감사하며 행복하게 들을 수 있었다.

2부에는 26세에 요절한 Hans Rott 라는 작곡가의 교향곡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연주 시간이 60분이라는 것을 보고 고민하다 그냥 귀가했다. 이 날 오전에도 수업이 있어서 보리를 네시간 가까이 집에 혼자 두었었는데 저녁에도 그렇게 오래 떠나있기가 영 마음에 걸려서였다. 조금 아쉬웠지만 대신 Tubin의 11번 교향곡을 알게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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