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오케스트라의 공연에 다녀왔다.
프로그램은 Debussy의 Petite suite, Ravel 의 Concerto pour la main gauche pour piano (re majeur) 그리고 Tchaikovsky Symphonie n.4 !!!!
나한테는 사실 시즌 내 제일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 앗 한번 더 있다. 베토벤 7번이랑 뭐였더라 아무튼. 기대가 컸다.
원래 Mikko Frank의 지휘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일본의 아주 젊은 지휘자인 야마다 카즈키로 변경되었다. 그래서 직전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 알고보면 사실 2009년 브장송 국제지휘경연대회에서 1등을 한 사람이고 이번에 스위스로망드오케스트라의 초대 chef principal 이다.
피아노 협연은 Jean-Frédéric Neuberger라는 역시 젊은 (어린 !) 피아니스트. 오랜만에 들은 힘찬 피아노였다. 사실 저번 드보르작 피아노는 약간 간질간질 밋밋한 느낌이어서. 오늘 기운차면서도 세련된 그의 라벨을 듣고나니 속이 후련하고 막 날아갈 것 같았다. 고맙습니당.

야마다 카즈키의 곡 해석은 - 차이코프스키 4번은 정말 내가 제일 열심히, 많이 들은 교향곡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휘자의 곡 해석에 대해서 나는 아마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크게 거부감 들지 않는 무난한 것이었으나. 간혹 음량의 강약을 조절하는 부분이 매우 인위적이었고, 마디마디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약간 거슬렸다. 마치 운동 부족인 사람이 관절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것 처럼. 그러나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큰 문제는! 박자가 제멋대로라는 점. 나름의 특색을 주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막상 연주시 컨트롤이 안 되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확고한 메트로놈이 없는 것 같았다. 특히 2악장과 3악장에서 관악기 솔로와 현악의 케이크 레이어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듯한 그 섬세한 앙상블이 박자 컨트롤이 이상해서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고통스러웠다. 로마를 불태우는 네로 황제를 등 뒤에서 오들오들 떨며 지켜봐야하는 가신의 심정일까.
그래도 지난번 도나니의 베토벤 3번에서는 이상하게 힘없는 쉰소리를 내던 바이올린이 살아서 다행이었고, 젊은 지휘자의 파리 데뷔 무대에 대한 욕심과 (아마도) 정제되지 않은 빗장 걸리지 않은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연주였던 것 같아 흡족하다. 앞으로 지켜볼 만 한 음악가인 것 같다.
아- 그리고 첼로 파트 너무 좋았다.
곡이 워낙 좋다.


집에 와서는 라벨 왼손 협주곡 이미 7번째 반복 청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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