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테렌스 말릭 감독의 "생명의 나무 (The Tree of Life)"를 보았다.
지금의 내가 꼭 보아야 하고 반드시 끝까지 보아야 하고 이겨내야 만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조마조마 했고 기대도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기 보다, 느껴왔던 것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중심 이야기를 담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부분보다, 흡사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하는 우주와 바다 속의 모습, 거대한 마천루와 수풀들이 내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고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영혼의 해변이라는 모티브는 다른 영화, 소설들에서도 종종 다루어졌는데
프랑수아 오종의 le temps qui reste 의 마지막 장면에서 만큼 강렬한 이미지로 남지는 않았지만, 사실 조금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영화의 마지막을 잘 닫아준 것 같다.

2-3주 쯤 전인가 르몽드 부록 주간지에서 "80세, 그들은 아무것도 놓지 않았다" 라는 테마로 사회 각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80세 이상의 저명 인사들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91세의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브누아트 그루트 (Benoîte Groult) 는 말했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말 것, 그러나 사랑하지도 말 것.

또 어제는 보더 테리어 포럼을 뒤지다가 어떤 글귀를 읽게 되었다.
반려견이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라는 주제 아래 토론이 이루어졌었는데. 반려동물을 키움으로써 어린이는 가장 가까이서, 가장 즉각적으로 죽음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몇년을 함께, 혹은 태어나서부터 주욱 함께였던 동물이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을 때. 어린이들은 대개 최초로 죽음을 목격하고, 이 경험은, 어떻게 "해석"해주느냐에 따라 어린이에게 굉장히 중요한 가르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주로 강아지가 하늘에 갔다던가 어디 멀리 떠났다던가 라는 식으로 돌려 말하곤 하는데, 어떤 참여자는, 그녀의 아이들에게 강아지가 "살았었다 (il a vécu)" 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이 오래되고 아름다운 별에 잠시 다녀가는 존재들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살았었다"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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