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my life/오늘 2010. 10. 18. 02:47가끔 매우 익숙했던 것들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그리고 도대체 왜 그런건지, 나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게 된다. 거기에 내가 화가 난다는 사실마저도 언짢다. 내가 나에게 언짢고 화가 난다. 왜 눈치 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지.
받아서 (고맙지만) 손도 안 대고 유통기한이 약간 지나버린 과자를 어찌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먹지 않을 것 같아 아깝지만 버리기로 하고 건물 밖으로 들고 나갔다.
우리집 건물 아래층에는 슈퍼가 있고 그 슈퍼 입구에는 늘 구걸하는 집시...(로 보이는) 사람이 한명 쯤은 꼭 앉아있다. 오늘은 사르코지와 프랑스 이민부 장관이 내쫓으려한다는 Rom 사람으로 추정되는 내 또래 여자분이 있었다. 버리려던 과자를 그녀에게 주면 어떨까 한참 그 앞을 서성이면서 고민했다. 직접 주기는 좀 그랬다 조금이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고 그 사람이 돈을 원하는 건지 먹을 것이 없는 건지 몰라서... 그리고 솔직히 어떤 반응일지 좀 겁이 나기도 하고
그래서 쓰레기통과 그 사람을 몇번씩 번갈아 쳐다보다 결국 그 둘 사이, 건물 입구 턱에, 물론 통행에 방해가 되진 않게 살짝 올려놓고 갔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니 과자는 누가 쓰레기통에 버렸는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는지 없었다.
사실 오늘도 플레이옐에 공연을 보러갔었는데 귀가길에 친구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싶은지에 대해서 조금 구체적으로 꽤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아마도 내가 가장 속으로 원하는 것들이었던 것 같다) 두서없이 몇가지 털어 놓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그러지" 않아야 하는 건데, 어딘가 모순적인 나의 꿈은 어쩌면 위선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겠구나 싶더라.
저녁을 만들다가 문득 옛날 어떤 노래가 생각났다. (가수분께 전혀 악의는 없음. 죄송합니다.)
예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 만큼 행복한 건 없겠지
그리고 결론은
우리 사랑은 영원할 뿐이야
갑자기 밥맛이 뚝...
노래 가사를 이런 뜻으로 쓴 건 아니겠지만
나는 내가 예쁘게 살아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한지
그런걸 모르고, 등 돌린 채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모른척 하기는 너무 쉽다......사실 정말 쉽다
예쁘게 보다는 제발 점잖게 살고 싶다.
의젓하게 살고 싶다.
스트레스는 받지 않되
절실하게 고민하며 살고 싶다
나와 가까운 (아마도) 누군가가 해 준 제법 진지했던 말이 생각나서 약간 우습다
나는 모순을 사랑하는 사람 같다고
쉽게 눈에 뜨이고 싶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다가 아니니까. 다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trompeur 일 때가 더 많지 않은가. 그런 것들은 의미가 없다.
그런 것들을 위해서 살고싶지 않다.
지겹다 지겨워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예쁘고 깔끔하고 싹싹하고 이런거 신물이 난다.
으아
사춘기같군.
오늘 좀 스트레스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