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문득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 음악 과목 시험범위에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생상스의 carnaval des animaux, 베토벤 교향곡,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바흐, 멘델스존, 리스트, 쇼팽, 왠만한 작곡가들의 유명한 곡들은 다 들어있었고 이 곡들을 테이프에 복사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음표를 달달 외워서 시험도 봤는데.
그때는 정말 이 음악이 마음에 하나도 와닿지 않았단 말인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지.
당시 아무리 들어도 감흥이 없던 그 음악들을 지금 와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더 잘 듣겠다고 씨디로 듣고, mp3로 듣고, 라디오로 듣고, 동영상으로 보고, 그걸로 부족해 한 달에도 몇번이고 공연장에 찾아간다. 분명히 나는 한 사람이고 같은 사람인데 2001년의 내가 2011년의 나를 상상조차 할 수 없고 2011년의 나는 2001년의 나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