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iatoslav Richter의 연주.
Dmitri Chostakovitch의 Prélude & Fugue No.3 in G major, Op. 87




그리고 진짜 오늘 하루종일 들은 피아노곡은
폴리니가 연주한 Chopin Étude No.11 in A minor, op.25/11 CT 36. "Winter Wind"
유튜브에서 1960년 녹음을 찾았다. 18세의 폴리니.

내일이 개강 첫 수업인데도 불구, 무례를 무릅쓰고 강의실을 좀 일찍 빠져나오기로 고민 끝에 결정한 이유. 수업이 8시에 끝나는데 플레이옐에서 폴리니 공연이 있다.
만약 프로그램이 달랐다면 아마 좀 더 망설였겠지만...
눈물을 삼키며 중간 인터미션 때 들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ㅠ ㅠ
하필이면 첫 파트 곡들이 쇼팽이어서 도무지 어쩔 수 없었다.
prélude op.45, ballade n.2 op.38, scherzo no.1 op.20, 그리고 sonate no.2 op.35.
기대돼서 잠도 안 옴. 아 정말 정말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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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트라크의 연주를 통해서 처음으로 바이올린의 "맛"을 알았다.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이올린 곡 중 하나인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콘체르토 1악장에서 그의 바이올린은 굉장히 따뜻한 소리를 낸다.
차이코프스키의 이 곡은 정경화씨가 연주한 것만 가지고 있는데 오이스트라크에 비해 훨씬 날카롭고 강해서 한음 한음이 세고 곧게 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오래전 죽은 이 거장의 바이올린 소리가 더 듣기 좋게 들린다.
나만 그랬을지는 몰라도 명징하고 단아한 피아노나 무게있는 첼로에 비해 바이올린은 신경질적이고 산만한 악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조그만 악기가 때로는 세상을 (혹은 적어도 듣고있는 나 한사람만큼은) 다 품을만큼 깊고 풍부한 소리를 낸다는게 오이스트라크를 듣고있노라면 그저 수긍이 가는 것이다.
고맙게도 유튜브에 동영상이 있어 찾아 올렸지만 며칠 전 밤 라디오에서 예고도 없이 오이스트라크의 연주로 이 곡이 흘러나왔을 때의 벅찬 기분은 다시 느끼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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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enboim c'est vraiment un personnage.
공연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손톱을 다 뜯었다.
네모낳던 내 왼손 엄지 손톱은 거의 삼각형이 되었는데 공연 도중에 왼쪽과 윗면이 "다듬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 공연을 머리 속으로 곱씹는 동안 오른쪽을 또 뜯었다.
방심하다가 크게 한방 먹은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만족스러운 공연은 지난번 폴리니와 하겐 쿼텟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파리오케스트라(Orchestre de Paris, 알아보니 시립은 아니라고 함!)와 음악감독 크리스토프 에셴바크(Christoph Eschenbach)의 지휘, 그리고 피아노는 다니엘 바렌보임이 맡았다.
에셴바크 씨는 아주 예쁜 두상을 가졌고, 지휘할 때 양손으로 자꾸 항아리 모양을 그리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쓰니 정말 하나도 진지해보이지 않는구나.

오늘의 프로그램은 베를리오즈 두 곡, 그리고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베를리오즈는 어제도 여기에 썼듯이 한번도 찾아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것이 오히려 오늘 공연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지난번 페라이어 때 느꼈던 브람스의 생소함과는 반대다.
처음 무대를 연 것은 Benvenuto Cellini, ouverture, op.23.
개성있고 힘차고 강렬하면서도 묘하게 듣기 좋은 곡이었다.
공연을 지켜보면서 계속 느꼈지만 파리오케스트라에선 관악기 연주자들이 특히 훌륭한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오늘 좌석이 별로 좋지가 않아서 (머리 위가 1층 발코니라서 소리가 전달이 잘 안되는 듯) 현악기 특히 바이올린 소리가 다 먹먹하게 들렸는데 정말 너무 아쉽다.

나를 방심케 한 주역, 쇼팽 피아노 콘체르토 2번이 이어졌다.
바렌보임의 우아하고 열정적인 연주에도 불구하고 곡 자체의 원래 특성인지 조금 지루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왜일까... 사실 아직도 개운치가 않다.
곡이 끝난 후 entreacte때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다들 너무 대단한 연주였다며 입이 마르도록 찬사의 말들을 늘어놓는데 나만 친구한테 전화해서 별로였다고 털어놓았다. 나중에 다시 들어봐야지..

2부의 시작은 또 다시 베를리오즈의 곡으로, Carnaval romain (로마의 사육제!) 서곡 op.9 였는데 다행히 석연찮던 기분이 다시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정말 독특하고 즐거운 곡이다.
탬버린 ? 비슷한 악기를 흔드는 연주자들이 너무 귀여워서 혼자 웃었다.

마지막 곡으로 쇼팽의 피아노 콘체르토 1번이 마련되어 있어 조금 안도했다.
알쏭달쏭했던 2번과 달리 1번은 평소에도 많이 들었었고 또 좋아하는 몇 안되는 협주곡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아니나 다를까.
정말 좋은 연주였다. 달리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죽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3악장을 들으면서 손톱을 뜯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 공연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바렌보임의 앵콜곡들이었다.
내가 들어본 어떤 앵콜곡, 아니 어쩌면 어떤 피아노 독주 보다도 가슴 벅차고 멋진 연주들이었고
내가 기억하는 어떤 콘서트에서의 순간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몇 분이었던 것 같다.
이때 또 손톱을 뜯었다. (물론 이로 뜯지는 않았음.)

그는 오늘 앵콜로 무려 3곡을 연주했다!
그것도 얼마나 재치있게 "연출"을 하던지.
생각보다 쉽게 앵콜 요청을 받아준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어쨌건 마냥 좋기만 했던 첫번째 앵콜곡이 끝나고나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연주회장을 빠져나기 시작했고 그런 객석을 보더니
갑자기 피아노로 거의 뛰어오다시피(!) 잽싸게 와 앉아 숨돌릴 틈도 없이 다음 연주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어리둥절한 가운데 두번째 앵콜곡을 (고맙게) 들었다.
다들 "지금 내가 본게 뭔가" "저 사람이 지금 정말 뛰어온게 맞나" 하는 의아함과 웃음이 섞인 술렁거림이 가볍게 일었지만 어쨌든 두번째 곡이 끝났으니 이제 정말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까보다 더 많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본인도 정말 무대 밖으로 퇴장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홱 돌아서 피아노 앞에 또 털썩 앉았다.
사람들도 이번엔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나도 막 웃었다.
이런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면서 난 정말 이사람이 "인물이다" 하는 생각을 굳혔다.
에드워드 사이드와 절친한 친구이고 많은 사회 활동을 함께 해왔다는 사실에서 이미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했었지만.
뭐든 저렇게 즐겁게 웃으면서 하는 사람이 좋다. 더욱이 아무리 남에게까지 (긍정적인)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어떤 부분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신뢰를 하고 만다.
결국 마지막 앵콜곡이 끝나고 다시 한번 또 피아노에 앉는 척을 하더니
이번엔 제1바이올린의 솔로주자의 손을 잡고 끌고 나가다시피 해서 다른 단원들도 그 뒤를 따라 퇴장하여 최종적으로 무대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처음 두 곡은 내가 잘 모르는 곡이었는데 세번째 곡은 쇼팽의 왈츠 11번이었다. (아마도)
두번째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느낌이 좀 났지만 아무래도 음악에 관해선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하겠다. 아니면 브람스나 누구 무곡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한데.
쇼팽의 왈츠를 칠 때는 심지어 즉흥에 가까운 기교마저 선보이는 여유로운 모습에 감탄.
연주가 끝나자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를 쳤는데 나도 나의 이런 격한 반응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보통 남들 눈에 띄는 일은 잘 안함.) 하지만 다들 같은 "상태"였던 것 같다.
마지막 앵콜곡이 끝났을 때는 남아있는 관객 거의 전원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바렌보임의 연주에는 폴리니에게 (예를 들어) 보이는 정밀함이나 "무게"와는 다른 언어로 읽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닥 좋은 귀는 아니지만 내가 듣기엔 오늘 연주에서는 심지어 인접한 음을 대강 다 누르기도 하는 것 같아서 깜짝 놀랐는데...
물론 나의 대강과 그의 대강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에게는 아주 감각적이고 세련된 구석이 있다. 그것도 아주 독보적인.
상대적이긴하지만 그런 점이 꽤 명확하게 느껴지는 것에 놀랍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흐르는 듯이 자연스러운 와중에도 곡의 특징을 잡아내는 감각이 탁월하다.
앵콜곡에서는 실제로 약간의 변주를 했지만 정식으로 연주를 하는 중에도 뭔가 "재간"을 부리고 있다는 느낌이 아주 잠깐 들 정도로 독특한데. 그런데도 전혀 거슬리질 않으니 이상하다.
마지막 쇼팽의 왈츠는 두고두고 다시 듣고 싶을 정도로 멋졌다.

내년 2월에는 리사이틀이 이틀에 걸쳐 있을 예정인데 그 중 하루 표는 이미 예매해 두었다.
다른 날 것도 가고싶은 욕심을 빨리 어디론가 분산시켜야 될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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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wandhausorchester Leipzig
Riccardo Chailly : Gewandhauskapellmeister
Maurizio Pollini : piano
 
PROGRAMME DU CONCERT
Luigi Nono
Composizione n° 1
Felix Mendelssohn
Symphonie n° 4 "Italienne"

Ludwig van Beethoven
Concerto pour piano n° 4


2009/2010 시즌 처음으로 플레이옐에서 콘서트를 보았다.
오랜만이라 무지 기대했다. 왠지 새 시즌의 시작이다보니 복장에도 더 신경쓰게 되더라.
6개월 만에 만나는 폴리니 할아버지... 보고싶었어요 !!!!
이번에 내가 앉은 좌석은 무대 뒷편 (Arrière-scène) 으로
연주 내내 지휘자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꼭 한번 앉아보고 싶었던 구역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콘서트에 가면 주위에 신경에 거슬리는 (!) 관객들이 간혹 있는데
오늘은 그 영향이 특히 심해서 좀 피곤했다.
나도 참 너무 예민해서 탈이긴 한데. 누가 소리내면 난 그쪽 째려보느라고 집중을 못한다.
옆자리 아주머니들은 마치 동물원 물개쇼 구경 온 초등학생들 같았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도 계속 시덥잖은 이야기로 어쩜 그리 목청을 높이는지
온갖 이목을 다 끌더니
아직 공연이 시작되지 않아 의자들만 놓여있는 무대를 바라보며
아니 근데 이게 무슨일이야, 연주자들 왜 안오는거야? 이사람들 어딨는거야?
대체 무슨일이야??
하며 요란스레 패닉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선보여
자포자기의 실소마저 머금게 했다.
연주자들 모습을 보려고 공연 중간에 벌떡 일어나질 않나...
프랑스 사람들의 전반적 공연예절 수준이 높다는 것은 거짓말인 것 같다.
아니면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나혼자서 기대했다 실망한건지.
오늘도 어김없이 첫 곡의 시작과 함께 노키아 핸드폰 벨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난 그저 xylophone 소린 줄 알았다. 저 쇳소리가 핸드폰 소리라는 현실을 직시하기 싫었다.
에이. 정말.
지난번 Ivan Moravec 공연 때는 앞자리 앉은 여자분이 고개를 아주 살짝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귀걸이가 무슨 어린이들 장난감 딸랑이처럼 울려대서 정말 화가 났었는데
콘서트가 끝나갈 때 쯤에야 빼는 시늉만 하더니, 경악스럽게도, 금새 다시 끼웠고 여전한 짤랑짤랑.
내가 너무 예민한건가? 오히려 산만한건 내 쪽인건가? 아... 정말 집중하고 싶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한 공연이었다.
지난번 하겐 쿼텟과의 브람스만한 심장이 쿵 떨어지는 감동까지는 아니었어도
멘델스존도 너무 좋았고.....
4악장은 특히 오케스트라의 박진감과 전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굉장한 연주였던 것 같다.
갈수록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
제1바이올린 konzertmeister의 연주는 정말이지 너무 강렬해서 저러다 바이올리니스트의 몸이 사라지는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다.
피아노치는 폴리니의 모습은 정말 로마 médaille 동전? 에 새겨진 측면도? 프로파일 같다.
표정도 굉장히 엄숙해서 찌푸린 미간에 모인 기(!)가 눈에 보인다 싶을 정도.
그의 연주는 늘 제 몫을 다한다. 딱 피아노의 몫. 그 정확함이 정말 좋다.
그런 정량의 연주가 결국은 곡 전체를 사로잡는다.
물론 폴리니 정도의 연주를 "정량"이라고 한다면 다른 피아니스트들은 조금 억울하겠지.
베토벤 콘체르토는 그런데 뭔가 아 이거다 싶을 때 약간 아쉽게 끝났다.
아니 물론 곡이 끝나니 끝난 거긴 하지만.
앵콜도 없어서 뭔가... 아쉬움이 더했다.
어쩔 수 없지.
어쨌든 새학기를 이렇게 훌륭한 연주로 시작할 수 있어서 기쁠 따름이다.
2009년 9월 8일 폴리니의 파리 콘서트 좌중에는 내가 앉아있었고 오늘 그의 피아노는 약 1/2000 정도는 나를 위해 울린 것이 아닌가. 써놓고보니 내 몫이 너무 적네. 그게 아닌데. 나는 분명 백프로 들었는데. 피곤해서 눈이 감기는 중에 그래도 연주회 감상문은 꼭 그날 그날 남겨야겠다는 의지만으로 꾸역꾸역 쓰는 글이라 나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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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아노

ouïe/classique 2009. 7. 16. 07:55



늦은 밤 컴퓨터 앞에서 논문과 씨름하고 있다 보면
진짜 피아노가 너무 듣고 싶다.
나의 허약한 집중력으로는 뭔가 하고 있을 때는 두가지 이상의 악기를 감당할 수 없나보다 ㅎㅎ

디누 리파티의 마지막 브장송 리사이틀 앨범은 정말 나의 보물이다.
이런 연주자와 이런 곡들의 존재를 알 수 있었고, 듣고 싶을 때 꺼내 들을 수 있는건
내겐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어마어마한 행운이다.
유튜브나 인터넷에는 리파티가 연주한 슈베르트 impromptu 2번이 없는거 같은데
진짜.. 최고다 그리고 바흐 partita!
쇼팽 왈츠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사실 이 앨범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8번 a minor
유튜브에서 찾아서 넘 기쁘다. 좋은 곡은 사람들이랑 다 같이 듣고 싶다
지금도 듣고있는데 들을 때마다 새롭다
우아하고 풍부하고 깊고 그러면서도 쨍 하고 뭔가 알 수 없는 거리감도 느껴지고 이상한 곡이다.
무엇보다 너무 아름다운 연주다. 새털처럼 가벼운데 유약하거나 불안정하지 않다.



지금 나는 의사들의 수호성인들인 코시모와 다미아노?....뭐라고 하더라 아무튼 Côme과 Damien의 상징들에 대해서 보충해서 쓰고 있다.  (영어 표기는 Cosmas 와 Damian)
오늘도 새로 발견한 자료가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수정하게 된다.
너무 공부할 것이 많고 불어로 쓰는게 힘들고 그러면서도 정말 앞으로 별 "쓸 데"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오늘 도서관에서 새삼 느낀건데 나중에 돌이켜보면 정말 지금 공부한 것들이 참 자랑스러울 것 같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의지하던 무언가, 누군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
아무튼 세계는 참 좁으면서도 넓고 사람들도 다들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너무 다르고
이렇게 하나 하나 배워가는 것 내 자신의 무지함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
참 사는 보람이 있다
또 디누 리파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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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e Pleyel에서 지난 목요일 있었던 파리오케스트라의 공연.
바르톡 피아노 콘체르토 3번과 알프레도 히나스테라의 Variations Concertantes, 마누엘 데 파야의 l'amour sorcier 를 들었다.
지금까지 봤던 것들에 비하면 대단히 유명한 스타는 없는 공연이고 게다가 비도 오는 평일이라서
정말 운좋게 아주아주 좋은 자리를 10유로에 구할 수 있었다.
사실 난 표가 한 장 이미 있었긴 했지만 같이 간 친구랑 옆에 앉으려구 그냥 다시 샀다.
1층 발코니 앞에서 두번째 줄 정말 정중앙 자리였다. 행복.

지휘를 맡았던 조셉 폰스는 카탈루냐 사람이다. 스페인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이기도 함.
그래서 나는 잠깐 바르톡, ginastera, de falla가 전부 다 스페인 사람인 줄 알았다.ㅎㅎㅎ
생각이 너무 앞서나감. 바르톡 이름에서 o 에 있는 accent때문에 더욱이 !
그치만 바르톡은 헝가리 사람이었고 Ginastera는 아르헨티나 사람이었다.
De Falla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스페인 사람.
그러구보니 저번에 헝가리 문화원 갔을 때 이런 작곡가가 헝가리 사람이라 좋겠다고 일기도 썼었는데 . 기억력에 이런 구멍이. 슬프다 ㅠㅠ
더 웃긴건 이 콘서트 본 다음날 아침 바로 르몽드에 바르톡 기사가 났다는 거다.
아침에 도서관 가는 길에 무심코 펼쳤다가 깜짝 놀랐음.
"헝가리 출신 작곡가 바르톡은.."
역시 지나치게 좋은 신문이라니깐................
친구한테두 막 그런거같다고 우겼었는데. 오늘 정중히 사과 문자 보냈음. ㅋㅋ

그런데 솔직히 바르톡 피아노 콘체르토는 대단한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피아니스트 분은 (Elena Bashkirova) 그냥 내가 듣기엔 준수하게 잘 하신 것 같은데 왠지 음악이 좀..비어 보였다. 모르겠다 내가 집중을 잘 못한건지두..

그치만 entracte후의 ginastera는 많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콘트라베이스 솔로와 하프의 이중주는 정말 아름다웠다.
곡 자체도 독특한 구성에 자유롭고 지루하지 않은. 신선한 것이었다.
데 파야는 아주 이국적인 선율을 들려주었다. 더군다나 플라멩코 댄서를 연상시키는 의상과 무대 매너를 보여주신 메조소프라노 히네사 오르테가(Ginesa Ortega)의 노래 덕분에 곡이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웠던 것 같다.

사실 ginastera의 하프-콘트라베이스 부분 영상이 혹시 있나 찾아봤는데 없어서.
조셉 폰스가 지휘하는 파리오케스트라의 데 파야.
3일 전에 올라왔다길래 혹시 그날 공연인가 했는데 역시나 그날 리허설 영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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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WTC(Well Tempered Clavier).
바흐의 피아노는 어떨까 싶어서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보았다가
이 짧은 곡 하나의 인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서 며칠을 또 아마존과 여러 사이트들을 기웃기웃 자기 전에도 눈을 말똥말똥 뜨고 고민하다가......오늘 집에 오는 길에 프낙에 들러 사왔다.
아마존에서는 24.90유로 정도 했던 것 같은데 프낙에선 27.99? 아무튼 27유로가 조금 넘었다.
그래도 아마존에선 결제 직전에 늘 예상 밖의 택스가 붙는 것을 생각하면 괜찮은 가격이다.
매번 겪으면서도 매번 또 까먹고 아마존이 제일 저렴한 줄 알고 자꾸 사 버릇했던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뭔가를 주문하면 "돈을 쓰고있다"는 느낌이 덜하기 때문에.
큰 금액도 가차없이 질러버리곤 하는 데 아무래도 인터넷 쇼핑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들뜬 맘으로 새 씨디를 손에 직접 들고 집에 와서 바로 들어보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사진은 Hossein의 rate your music 사이트에서 가져옴 ㅋㅋㅋ괜찮아괜찮아)

앨범 자켓은 저렇게 생겼고, book 1, 2 해서 총 4장의 씨디가 들어있다.
분량과 연주의 내용에 비하면 정말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물론 환율은 애써 잊으려 노력하고 있음.......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연주.
바흐의 곡들은 아무래도 조금 차갑다..는 생각을 갖고있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요즘 듣던 19-20세기 곡들이랑은 많이 다른게 당연하지만.
역시 무궁무진한 음악의 세계 ..ㅎ_ㅎ

Clavier Bien Tempéré, Livre 1, Prélude no.15 in G major, BWV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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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 Classique 들을 때 아침마다 짧게 짧게 나오는 라벨의 볼레로.
멜로디는 익숙한데 반해, 한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새삼 깜짝 놀랐다.
마침 친구가 씨디를 샀길래 (harmonia mundi에서 나온.지휘자 이름은 까먹음.. ㅎㅎ)
같이 들었는데. 역시 좋다.
무엇보다 요새 날씨에 참 잘 어울린다.
따뜻한 봄이 언제나 올런지 두근두근하는 기대로 아침을 여는 요즈음 듣기 딱 좋은 것 같다.
처음의 플루트 등을 비롯한 관악기들 소리를 들으면 정말..
싱그럽고 축축한 풀밭 내음과 온갖 화초들이 떠오른다.
배경의 조근조근 속삭이는 듯한 batterie도 완벽완벽.
Ravel 들을 수록 정말 너무너무 매력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모리스 베자르. 이런.
저 안무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이란. 너무 아름답다.
정말 이 곡의 정수를 그대로 표현한 것 같다. 힘차고 우아한 움직임.
볼레로는 옛날 프랑스 Les uns et Les autres라는 Téléfilm에서 등장해 특히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거기에 이 안무가 나온다.

요즘 나에게 신선한 에너지와 무한한 영감을 주는 두 명의 Maurice.감사,쪽쪽.



Version orchestrale  : Barenboim, Berliner Philharmoniker, 1998

Part I


Part II


Charles Munch랑 Cluytens 가 지휘한 것도 좋다던데.
현재까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인터넷에선 들어 볼 방법이 없다.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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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공연을 보고서 기억에 많이 남아서 좀 찾아보았다.
하겐 쿼텟(Hagen Quartett, 프랑스어로 Quatuor Hagen)은 1981년 결성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출신 가족 쿼텟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세사람이 각각 Lucas, Veronika, Clemens Hagen이고 사진 상에서 제일 뒤에 보이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독일인인 Rainer Schmidt.

http://www.impresariat-simmenauer.de/pages/images/color10035.jpg
(출처 : 공식 홈페이지 http://www.impresariat-simmenauer.de/main.php?l=bio&lang=fr&byid=10035)

1981년 로켄하우스 실내악 페스티벌(Festival de musique de chambre de Lockenhaus)에서 2개의 상을 수상, 1982년 Yehudi Menuhin 현악쿼텟 콩쿠르에서 1위를 한 것으로 음악 커리어를 시작.
파리에서도 꽤 자주 공연 하는 것 같다.
아직도 어제 브람스의 후유증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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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헤리치와 폴리니의 연주를 같은 주에 연달아 들을 수 있었던건 정말 큰 행운이다.
이 기회가 더 특별한 것은 이것이 몇달전에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그 정도를 짐작도 할 수 없었던 무엇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그들의 이름을 알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토요일인 오늘도 또 늦을세라 바삐 걸어 salle pleyel 에 갔다.
오늘은 지난 월요일보다는 눈에 띄게 한산했는데, 폴리니같은 거장이 연주하는 날인 것을 생각하면 참 이상한 일이었지만. 레퍼토리를 보아하니 사실 그럴 법도 한 것이.
슈톡하우젠에 쇤베르크. 조금 힘들다..
그래도 마지막 곡인 브람스의 피아노 현악 5중주를 포기할 수 없어서.

오늘 본 공연은 Salle Pleyel이 기획한 "Pollini Perspectives", 즉 폴리니를 회고하는 일련의 콘서트 중 하나였다. 2008년부터 2010년에 이르는 기간을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인데, 여기서 폴리니는 67세라는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창작열과 발전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줄 놀라운 레퍼토리들을 준비했다. 여기에 대해서 Le Figaro에 실린 기사를 인용하자면 "현존하는 2-3명의 거장 중 한명이 되고 나면, 보수적인 관객들을 위해 쇼팽 리사이틀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쌓아온 영광과 성공을 유지하는데 만족하는 쉬운 길을 택할 법도 한데 말이다. 하지만 "쉬운 길"이란 폴리니가 알지 못하는 단어인 것 같다[각주:1]." 
그렇게 그는, 위대한 고전들을 소홀히 여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연주에서 현대성을 끌어내고, 접목하고, 나아가 음악 세계를 넓히는 데 끊임없이 열중하고 있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양식들 사이에 다리를 놓고, 대중의 귀를 교육시켜 그가 익숙한 것에 안주하며 간과해왔던 모든 음악사의 단면들을 알게하는[각주:2]" 것이다.  (좀 찔림.)
이러한 말들에 걸맞게도, "Pollini Perspectives"의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소나타나 브람스, 바흐, 멘델스존 뿐만이 아니라 오늘 내가 들은 슈톡하우젠과 쇤베르크, Pierre Boulez, Alban Berg, Anton Webern, Luigi Nono, Luciano Berio 등 온갖 "어려운" 작곡가들로 가득하다.

뭐랄까 슈톡하우젠의 곡을 들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는데
우선 그건 첫째로 곡에 "여백"이 너무 많아서 집중하기가 솔직히 조금 힘들었기 때문인 것도 같고
두번째는 음...너무 익숙하지 않아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커다란 콘서트 홀에 그랜드 피아노 앞 연주자가 앉아있는데도 곡 중간에 몇초간이나 정적이 흐르는 그 낯섦이라니.



피아노 독주(Klavierstücke VII, VIII & IX) 후 클랑포럼 비엔의 연주도..
화음이란 화음은 최대한 모조리 다 피해가기로 결심하고 만든 곡 같았다.
그러니까 익숙함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가 새삼 느낀다.
내게 음악이란 약간 변칙이 있긴 하지만 대개 노트들의 완벽한 조화와 끊임없는 선율만이 존재하던 어쨌거나 "아름다운" 그 무엇이었는데.
미술에서 Jean Dubuffet나 Marcel Duchamp이 안겨줬던 충격도 이런 것이었을까?
게다가 지휘자는 지금 저 곡을 다 이해하고 연주자들을 이끌고 있다는 말인가.
저 공백을 어떻게 계산을 하고 연주를 하고 지휘를 하는 건지.
오선지의 비어있는 부분도 저 노장에게는 손에 만져지고 눈에 보이는 무엇인건지.
그래도 공부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들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나를 진땀흘리게 하고 온갖 형이상학적 고뇌에 몰아넣었던 슈톡하우젠에 비해 쇤베르크는 오히려 듣기가 수월했다. 누가 프로그램을 짠건지 정말 영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고대하던 브람스.
오늘의 마지막 곡은 내가 아는 최고의 브람스였다.
사실 브람스 많이 들어 버릇하지 않아서 내가 생각해도 별 설득력이 없지만
아마 홀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역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Virtuoso Pollini. 정말 빛나는 피아노.
그리고 Quatour Hagen의 다른 4명의 연주자들이 워낙 잘했다.
다이애나비를 연상시키는 (멀리서 봤을때) 은금발의 비올리니스트의 열정적인 연주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1악장 allegro non troppo 에서는 저 사람들이 아까 저 띄엄띄엄 불협화음만 연주하던 사람들이 맞는지 좀 믿겨지지가 않아서 확인하려고 엄청 집중했고.
부드러운 2악장에서는 긴장이 살살 풀리더니 3악장 scherzo 에서는 사람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 손가락을 까닥까닥 수트 안에 점잖게 꼿꼿이 세운 등만 빼고는 전부 춤을 췄다.
마지막 4악장에서는 심장이 쿵쾅쿵쾅. 장중한 첼로소리와 반복적으로 죄어오는 피아노에 바닥으로 훅 떨어지는 듯 하다가도 다시 빠르게 앞으로 이끄는 비올라를 타고 밤하늘 위로 불꽃놀이 파편이 튀듯 쏘아올려진다. 황홀한 긴장감.

연주가 끝나자마자 정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우레와 같은.
나도 정말 열심히 박수를 쳤다.
이렇게 좋은 연주에 어떻게 답례를 해야할지 몰라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박수를 쳤다.
계속된 연주에 힘이 부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앵콜곡은 따로 없어서 좀 아쉽긴 했다.
끊이지 않는 박수에 폴리니를 비롯한 연주자들은 인사하러 무대에 4번이나 다시 나왔다.

이건 작곡가가 원래 대단한 건지 연주를 특히 잘 한건지 나로선 분간할 수가 없다.
그저 양 쪽 다 대단하다고 밖엔.
반면 슈톡하우젠의 곡들과 같은 경우에는 조금 다른 이유로 연주자의 실력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워낙 음표가 별로 없어서....역시 어려워.



이런 행복한 토요일 밤을 내게 허락해준 모든 것에 새삼스레 감사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인생에서 좋았던 추억을 간직하면서 그 덕분으로 힘든 순간도 이겨낼 수 있는 거라면
오늘 내가 느꼈던 낯섦과 경외와 행복감이 언젠가 날 기다리고 있을 괴로운 어떤 하루를 또 살아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 아닌가.
정말 힘겨운 날에는 미처 세상에까지 감사할 여유가 없을 지 모르니까 오늘 미리 해두어야겠다.
행복하다 오늘은 정말 :)


Salle Pleyel
Samedi 7 Mars 2009, 20H

Karlheinz Stockhausen
Klavierstücke VII, VIII, et IX
Kreuwspiel
Zeitmasze
Kontra-Punkte

Arnold Schönberg
Trois Pièces pour piano op.11
Mässig
Mässig
Bewegt

Johannes Brahms
Quintette pour piano et cordes en fa mineur op. 34
Allegro non troppo
Andante, un poco adagio
Scherzo, allegro
Finale, Poso sostenuto - Allegro non troppo

Klangforum Wien
Quatuor Hagen
Peter Eötvös, direction
Maurizio Pollini, piano



  1. Le Figaro, 2009년 1월 13일자. http://www.lefigaro.fr/musique/2009/01/23/03006-20090123ARTFIG00380-la-lecon-de-piano-de-maurizio-pollini-.php [본문으로]
  2. ibid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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