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오케스트라의 공연에 다녀왔다.
프로그램은 Debussy의 Petite suite, Ravel 의 Concerto pour la main gauche pour piano (re majeur) 그리고 Tchaikovsky Symphonie n.4 !!!!
나한테는 사실 시즌 내 제일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 앗 한번 더 있다. 베토벤 7번이랑 뭐였더라 아무튼. 기대가 컸다.
원래 Mikko Frank의 지휘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일본의 아주 젊은 지휘자인 야마다 카즈키로 변경되었다. 그래서 직전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 알고보면 사실 2009년 브장송 국제지휘경연대회에서 1등을 한 사람이고 이번에 스위스로망드오케스트라의 초대 chef principal 이다.
피아노 협연은 Jean-Frédéric Neuberger라는 역시 젊은 (어린 !) 피아니스트. 오랜만에 들은 힘찬 피아노였다. 사실 저번 드보르작 피아노는 약간 간질간질 밋밋한 느낌이어서. 오늘 기운차면서도 세련된 그의 라벨을 듣고나니 속이 후련하고 막 날아갈 것 같았다. 고맙습니당.

야마다 카즈키의 곡 해석은 - 차이코프스키 4번은 정말 내가 제일 열심히, 많이 들은 교향곡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휘자의 곡 해석에 대해서 나는 아마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크게 거부감 들지 않는 무난한 것이었으나. 간혹 음량의 강약을 조절하는 부분이 매우 인위적이었고, 마디마디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약간 거슬렸다. 마치 운동 부족인 사람이 관절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것 처럼. 그러나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큰 문제는! 박자가 제멋대로라는 점. 나름의 특색을 주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막상 연주시 컨트롤이 안 되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확고한 메트로놈이 없는 것 같았다. 특히 2악장과 3악장에서 관악기 솔로와 현악의 케이크 레이어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듯한 그 섬세한 앙상블이 박자 컨트롤이 이상해서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고통스러웠다. 로마를 불태우는 네로 황제를 등 뒤에서 오들오들 떨며 지켜봐야하는 가신의 심정일까.
그래도 지난번 도나니의 베토벤 3번에서는 이상하게 힘없는 쉰소리를 내던 바이올린이 살아서 다행이었고, 젊은 지휘자의 파리 데뷔 무대에 대한 욕심과 (아마도) 정제되지 않은 빗장 걸리지 않은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연주였던 것 같아 흡족하다. 앞으로 지켜볼 만 한 음악가인 것 같다.
아- 그리고 첼로 파트 너무 좋았다.
곡이 워낙 좋다.


집에 와서는 라벨 왼손 협주곡 이미 7번째 반복 청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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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하루는 24시간하고도 11분이 더 길었다.

바보같지만 절실하게,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졸이며 들었던 브람스 피아노 콘체르토 1번 3악장을 폴리니와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는
기꺼이 다시 한번 연주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하루는 꿈꾸듯이 11분을 더 갔다.

지금 어떤 말을 해도 내 기분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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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이 어떻든 간에) 보다 본격적인 의미의 방학이 점점 가까이 다가옴과 함께.
정말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지고 있다. 금방 지나가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 그나마도 짧게 끄적이는 수준이지만 - 글 쓰는 것도 전혀 엄두도 내지 않고 있었다.

어제 18일에는 정명훈과 Orchestre philharmonique de la Radio France,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Vadim Repin의 콘서트에 갔었다.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연주를 들었는데 이렇게 뿌듯한 날은 집에 돌아오는 그 익숙하고 별다를 것 없는 길이 살아 움직이는 무엇과 같아 그 숨소리가 들리고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만 같다. 마치 허공을 무게 없이 걷는 듯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공연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은 경직된 어깨로 지팡이만 없을 뿐인 좀머씨처럼 무섭게 걷고 주로 말도 안되는 팝송들을 귓 속에 구겨넣으며 돌아온다.

신뢰. 이제는 정명훈과 OPRF의 연주는 프로그램이 어떤 것이라 할 지라도 무조건 가서 보고 싶다. 사실 그 레퍼토리가 보통 대단히 모험적인 것은 아니고 이 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성적이고 세련되고 재기넘치는 프랑스-러시아 작곡가들의 "클래식"들을 비교적 온순하게 훑는 경우가 많아, 어떤 날짜를 선택하더라도 일반적 취향의 사람 (아마도 나도 포함)에게 그 권장분량을 초과하는 일탈을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이는 어쩌면 파리에서 고를 수 있는 가장 무난하고 점잖은 악단과 지휘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OPRF의 예술감독인 정명훈의 곡 선택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고 공연날 마다 관객석을 빈틈없이 가득 메우는 2천여명의 파리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원하는 것이 단순한 클래식 명곡 산책의 수준이 아님을 점점 더 확신하게 하는 수준 높은 전략이다. 프랑스 작곡가들이야 그렇다 치고, 올해는 러시아 문화의 해이므로 러시아 레퍼토리를 꾸준히 연주하는 것은 정책적인 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명훈과 그의 오케스트라는 그들이 선택한 곡들을 너무나도 빼어나게 연주해내고 있다. 이 사실에는 음악 외의 어떠한 설명이나 이유도 가져다 붙일 필요가 없다.

최근 정명훈 연주에서는 특히 긴장과 집중이 흩어질 새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하고 꽉 찬 느낌이 대단히 압도적인데, 매번 그럴 것이라는 기대에 배반당한 적이 없다. 바딤 레핀도 오케스트라와 어울려 대가 다운 훌륭한 바이올린을 들려주었는데, 본 프로그램인 랄로 스페인 교향곡도, 재치넘치는 앵콜곡도, 공연 보러다니는 보람을 백배 천배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앵콜곡 다시 듣고 싶어 죽겠다. 빨리 아르떼에 올라왔으면 좋겠다. 아. 얼마전 크레모나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박물관에 다녀왔는데. 그 예술 작품이 만드는 또 다른 차원의 예술을, 그 떨림을 지금 내가 바로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감격했다. 형체도 없는 선율을 만드는 예술.

차이코프스키 6번이야 워낙 곡이 대단하기 때문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다. 정명훈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은 무엇보다 그 생동감이 놀랍다. 아주 맛깔스러운 연주다.
합창석에 앉아서 팀파니와 관악기들 큰 소리를 너무 너무 가까이서 들어서 좀 아쉽긴 했다.

아직도 뿌듯하군.
솔직히 마음같아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와우ㅏ아ㅗㅇ앙 너무좋아 이렇게 써버리고 싶기도 하고
사실 전화로 말할 때는 우ㅏ와우ㅏ오우ㅏ와앙 짱이야 짱이야 이랬지만..
글로 쓰려니 힘들군.
연습이다 연습.
아이고 ㅋ

+
아르떼에 올라온 동영상을 다시 보며.
무시무시한 기교와 강철같은 집중력이 필요한 파트에서도 그저 음악이 즐겁고 기분 좋아 아이같이 입가에 떠오르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는 이 연주자, 스스로도 모르게 입으로 딴 딴!하는 지휘자.
앵콜곡 연주할 때 단원들 모두가 웃는 얼굴인 것이 왠지 뭉클하다.
노력하는 이가 즐기는 이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12세기에 허물어졌다 다시 지어진 시골 교회의 벽돌이 어느 지방에서 어느 경로를 통해 운반되어 온 돌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며 더없이 즐겁게, 말도 안되는 농담을 나누는 우리 교수님들의 아우라가 생각나 갑자기 등골이 서늘하다....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Myung-Whun Chung - Vadim Repin

vendredi 18/06 2010 20:00

  •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 Myung-Whun Chung : direction
  • Vadim Repin : violon

Programme

  • Modeste Moussorgski
  • La Foire de Sorotchiniski "ouverture" et "Gopak"
  • Edouard Lalo
  • Symphonie espagnole
  • Entracte
  • Piotr Ilitch Tchaïkovski
  • Symphonie n° 6 "Pathétique"


+ bis
Variations sur 'il Carnevale di Venezia' de Pagan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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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ïe/classique 2010. 5. 29. 07:44
시게티의 연주를 하루종일 (사실은 집에 와서부터지만) 듣다가 더 들을까 어쩔까 고민 끝에 방금 겨우 브렌델의 피아노를 듣기 시작했다. 음.이유는 모른다 - 아니 라벨의 전기를 어제 읽다가 리스트 얘기가 간혹 나오길래 왠지 듣고 싶어졌었는데 어제는 바빠서 못듣고 오늘 듣게 되었다 는 이야기 인 것 같군. 아무튼 이건 중요하지 않고 - 게다가 내가 당시 듣고 싶었던 것은 초절기교 연습곡인데 정작 집어넣은 것은 쌩뚱맞게 années de pèlerinage - 이제서야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튼
시게티의 바이올린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
힌데미트 소나타며 ...프로코피에프
시게티 연주 - 특히 소나타 류 - 를 들으면 완전 분위기가 확 바뀐다. 무드라고 해야하나, 그저 내 주변 분위기가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내 기분이 바뀌어 버린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내가 작은 돌멩이가 되어 바다 밑에서 작은 물고기들 산호초들의 유영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 같다
비유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내 시간이 멈추어 버리는 느낌이다. 내가 갑자기 되게 오래 된 무엇, 아주 오래 산 거북이가 된 느낌이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 사물들이 미세하게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나 혼자서 가만히 관찰하는 느낌, 저속촬영인지 고속촬영인지 맨날 헷갈리는 그런 자연과학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다. 나전칠기같은 연주
oistrakh 연주는 그래도 뭔가 아 움직이는구나 하는.......쓰다보니까 점점 걷잡을 수 없게 내 말에 내가 빠져드는 것 같아 그만둬야겠다. 무슨 백투더퓨처 기계라도 들어갔다 나왔다는 건지 나중에 이 부분만 다시 보면 나조차도 이게 뭔소리지 이럴 것 같다. 아무튼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어제 르몽드 magazine보다가 급 결정
프랑크 페터 지메르만의 공연을 보러간다
어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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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니 간단하게.
진지하고 중후하고 울림이 큰 피아노. 영롱하고 또랑또랑한 포레, 쇼팽과는 거리가 멀다.
첫 곡 토카타와 푸가를 알프레드 코르토가 revise한 것을 본인이 직접 다시 한번 편곡한 것이었는데 유명한 그 첫 소절은 정말 별로였고 - 호흡이 고르지 않고 음 하나하나의 마무리가 굉장히 귀에 설게 들렸다 - 나머지 부분은 리스트나 스크리아빈이나 뭔가 극에 달한 낭만주의 곡 처럼 연주했다. 나쁘지 않았다. 울림이 무척 좋았음. 바흐라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음
그리고 포레의 야상곡과 즉흥곡, 그리고 또 하나 생각이 안나는 소품을 연주했는데 음... 내가 생각하는 포레와는 거리가 많이 멀었다. 즉흥곡은 그래도 파장이 크고 스케일이 커서 듣는 맛이 있었다.
이어서 프랑크의 전주곡 (?). 사실 대단한 감흥은 없었다. 모르는 곡이었는데다가, 포레에서 프랑크로 계속 같은 allure로 같은 느낌으로 연달아 쳐내서.
프랑스 레퍼토리보다는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이 더 어울릴 것 같다.
2부의 쇼팽은 훌륭했다. 야상곡 op.62/2. 그리고 소나타3번
특히 소나타의 2악장,4악장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인물은 인물이구나 하는 생각. 그 박력 하며. 굉장히 두꺼운 연주였다. 
허프의 연주를 들으며 내가 느낀 점은 무엇보다, 흔히 피아노 곡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즐거움, 낭만(낭만주의의 낭만 말고), 달콤함 등을 맛보도록 두지 않는다는 느낌. 몹시 힘들게, 차곡차곡 쌓아서 마음을 갈고 닦고 다잡아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높은 산을 올라가 마침내 정상에서 눈 앞에 펼쳐진 절경을 욕심 없이 바라보는 뭔가 그런........하하 말이 웃기네 그렇지만 정말 어딘가 그렇게 홀로 먼 길을 가는 수도승 같기도 하고 엄격한 군인같기도 한 그런 인상을 받았다 내가 올해 들었던 수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는 쇼팽 리사이틀 중에서 가장 건조하고 강렬한 쇼팽이었다. 예를 들면 지난 3월에 있었던 당타이손의 연주는 꽤나 달콤하고 매끈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연주하는 자세도 굉장히 바르고, 머리를 조금 흔드는 것 말고는 어떤 연기도 오버액션도 없다.


앵콜곡은 마음씨도 좋지 3곡, 불행히도 그 중 하나도 아는 곡이 없었다. 첫번째 것은 아마 쇼팽의 곡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두번째 곡은 특히 인상에 깊게 남았다. 정규 프로그램 곡 보다 훨씬 더. 정말 피아노를 들었다 놨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렇게 현란할 수가. 그래도 여전히 매서운 피아노. 약간 스페인 작곡가의 느낌이 나는 곡이었는데 정말 뭔지 너무 궁금하다. 무슨 채찍질이라도 하듯, 불꽃이 튀듯, 피아노 소리가 무슨 번개같이 번쩍 번쩍 하는 것 처럼 들리기는 또 처음이다. 세상은 넓고 정말 별 피아니스트가 다 있구나. 세번째 곡은 약간 애교인지 굿나잇인사인지 가벼운 왈츠같은 (3/4박자는 아니었으나) 곡을 들려주었는데 뭔지는 여전히 모르겠군.

루브르의 오디토리엄은 정말 또 새로운 발견...앞으로 여기도 열심히 다녀야지
그래도 역시 플레이옐이 난 진짜 고향같다.
그리고 폴리니 할아부지가 너무보고싶다 또로록 굴러가는 완벽 피아노 듣고싶다.6월 22일 저녁만 오매불망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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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꾸물꾸물 오는 별로 상쾌하지 못한 늦봄(벌써!)의 저녁, 집을 나서기가 무척 귀찮지만 그래도 "당연히" 가야하는, 재고의 여지 따위는 없는 그런 중요한 저녁 약속이다.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독주회. 아주 아주 보들보들한 바이올린이라는 첫인상에,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음색은 딱히 아니지만서도, 직접 들으면 온갖 스트레스가 정말 봄날 눈 녹듯이 싸악 풀리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로 작년 겨울에 심지어 제 값 다 내고 예매를 했었다.

1부의 모차르트와 베토벤에서는 역시 내 기대대로 아주 부드럽고 쉬운 연주, 무슨 저지방 요거트마냥 담백하고, 기름지지 않은 정도의 윤기가 흐르는 행복한 바이올린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자칫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랑말랑한 음악이었는데, 정말 이 사람은 왠지 늘 따뜻한 애정과 관심 속에서 탈없이 무럭무럭 자랐을 것 같다 - 는 무서운 편견을 심어 주기 충분한 것이었다.
또 늘 버릇대로 인상 팍 쓰고 미간에 주름 (머지않아 정명훈 선생님처럼 아예 각인 될 듯.) 잡고 팔짱 딱 끼고 앉아서 보고 있는데 이런 심각한 내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
이 사람의 연주를 듣노라니, 그래서 음악을 조금 덜 소중히 여겼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연주라면 토끼풀 자라난 푸른 잔디밭에 뒹굴 뒹굴 드러누워 같이 콧노래도 부르고 박수도 치면서, 연주자와 관객이라는 구분 없이 서로 눈웃음 나누면서 편안히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이 사람 연주를 들으려면 꽤 거금을 내야 하고, (물론 이번 독주회는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일생에 몇번 오지 않을 특별한 기회이고, 우리는 지금 파리에서 가장 권위있는 음악회장에 번호표대로 얌전히 앉아있고, 이런 저런 무게 있는 이유들 때문에라도 나는 지금 이 음악, 잡음 섞이지 않은 이 선율, 스피커 나무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이 생생한 어쿠스틱이 잘못하면 깨질라 마냥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아무리 혼자 신이 나도 곡 중간에 박수를 칠 수는 없는 일이다. 안타까웠다.

2부에서는 조금 날이 선 듯한 긴장감 있는 라벨과 사라사테를 들을 수 있었다. 차이코프스키는 좀 너무 슬펐다. 소중한 장소에서의 추억인가. 참.. 라벨과 차이코프스키의 세계에서는 진짜 내가 어떤 식으로도 빠져나올 수가 없다.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처음 들어봤는데, 사실 프로그램을 돈 받고 파는 바람에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막 바로 들었는데도, 첫 소절에 라벨인 걸 알겠더라. 정말 라벨의 그 다채로움과 풍부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조슈아 벨의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모차르트도 좋지만 악셀을 좀 더 밟아서, 끓어넘치는 감정을 애써 보듬어 안는 듯 애처롭고 어딘가 불안한 2부 프로그램들이 나에게는 더 호소력있고 꽉 차게 느껴졌다.
그리고 반주와 어쩜 그렇게 호흡이 잘맞는지 무슨 찰떡같이 착 착 붙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참 듣기도 보기도 좋았다.
완전 머리 툭 툭 떨구면서 램수면을 취하시던 옆자리 남자가 곡만 끝나면 신통하게도 벌떡 일어나 브라보를 버럭 버럭 외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 역시..

집에 오니 해야할 일들이 또 산더미라 애초 기대했던 만큼 가뿐한 상태 만은 아니었지만, 사실 비오는 날 꾸역꾸역 콘서트장에 가서 다리 꼬고 무서운 얼굴 하고 앉아 이 생각 저 생각 다 하며 조오타고 공연 잘 봤으니 사실 풀어야 할 스트레스가 그렇게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Joshua Bell © Timothy White (출처 www.sallepleyel.fr)

lundi 10/05 2010 20:00

  • Joshua Bell : violon
  • Sam Haywood : piano

Programme

  • Wolfgang Amadeus Mozart
  • Sonate pour violon et piano en si bémol majeur K 454
  • Ludwig van Beethoven
  • Sonate pour violon et piano n° 7 en ut mineur Op.30/2
  • Entracte
  • Maurice Ravel
  • Sonate pour violon et piano n° 2 en sol mineur
  • Piotr Ilitch Tchaïkovski
  • Souvenir d'un lieu cher pour violon et piano op.42 Méditation
  • Pablo de Sarasate
  • Introduction & Tarantelle o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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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아침 라디오에서 듣고
쇼팽 프렐류드 1번이랑 완전 착각한 곡 -
들을 수록 뭔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매력이 있다.
Alicia de Larro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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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베를린필 연주자들*이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와 함께 들려준 곡.
그날 이후로 기억에 너무 강하게 박혀버린 야나첵의 현악사중주 2번 "비밀편지".
알반베르크 쿼텟의 연주로 집에서도 줄곧 듣고 있다.
좋다 진짜.어휴..뭐 이래 이거-




* Philharmonia Quartett Berlin
Daniel Stabrawa, violon
Christian Stadelmann, violon
Neithard Resa, alto
Dietmar Schwalke, violonc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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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딱 이맘때 정명훈 지휘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의 공연을 처음 봤었는데..
지난 365일 동안 열심히 보러다닌 수많은 공연들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은 왠지 그 결실을 본 느낌이다.
결실을 보았다고 해야하나, 보답을 받았다 해야하나.
차라리 벌을 받았다고 해야하나. 박수를 하도 쳐서 손바닥이 얼얼하고 머리가 아직도 쿵쿵 울린다.

프로그램은 간단명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콘체르토 3번,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4번이었다.
니콜라 앙겔릭...(미국인 피아니스트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어 이름이 우스꽝스럽게 발음 되는 것을 참아야만 하는 얄궂은 운명.)의 피아노로,
몇번 쿼텟 혹은 트리오 정도 규모의 실내악 프로그램에서 연주를 들어본 적이 있다.
외모와 몹시 어울리지 않게 아주 가볍고 경쾌한 연주를 해내 인상깊었다.

하지만 오늘 rach3은.........
글쎄.정말 글쎄였다.
매우 단정한 피아노에 비해 오케스트라 음량이 압도적이었고.
아니 난 무엇보다 피아니스트씨의 문제였다고 생각하는데...다들 너무 브라보를 외치면서 감동에 감동을 하길래 뭔가 내 귀가 이상한가 싶기도 하다.
피아노가 독주를 하면 소리가 맑고 또랑또랑하긴 한데 그것만으로는 조금 심심하고.
오케스트라와 합주를 하면 묘하게 따로 노는 느낌이 들어 신경에 거슬렸다.
다행히 3악장에서 몇몇 부분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무척 좋아서
아무래도 1,2악장에서는 아직 워밍업이 덜 됐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앙겔릭씨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을 끄득 끄득 받았다.
아무리 쇼팽 탄생 200주년이라지만 그렇다고 라흐마니노프를 쇼팽 프렐류드처럼 연주하고...
앵콜곡이 오히려 꽤 좋았다.
+ 아르떼 라이브웹에서 다시 보고나니 내 자리가 너무 멀어서 피아노 소리가 잘 안들렸었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아쉽다.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

정명훈의 차이코프스키 4번은 정말 올해 들어 본 공연 중 최고의 연주와 지휘 중 하나였다.
긴장과 흥분이 가시지를 않네.
집에 와서 므라빈스키의 연주를 비교삼아 다시 꼼꼼히 들어보았는데
이 위대한 러시아 지휘자만큼 속도감이나 견고함에 공을 들이지는 않았지만
마디 간의 자연스러운 연결에 신경쓴 탓에 곡 진행이 무척 매끄러웠고 강약의 대비도 주요부분의 강조도 무척 설득력있는 정말 좋은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정명훈 지휘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들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리듬을 타고 점차 고조되는 그 힘을 한번에 가뿐하게, 팡 터트리듯이 발산해야하는 그런 부분들을 아주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지휘자다. 아 정명훈이 지휘하는 볼레로를 진짜 진짜 한번 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위대함에 또 한번 감탄했다.
내일 책방 들르면 차이코프스키 전기 한번 사서 읽고 싶다. 진짜 대단해.

기분 좋은 생일 전날 새벽.
아바처럼 음악에 감사하면서 푹 잘 자야겠다.
아 그리고 엄마아빠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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