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ien Gabel + Pierre-Laurent Aimard + OPRF @ Salle Pleyel, 25 02 2011
ouïe/classique 2011. 2. 26. 07:59엄청 기다렸던 정명훈 공연이었는데
지난 글에 썼던 것 처럼 정 선생님 건강상의 문제로 파비앙 갸벨 이라는 라디오프랑스의 chef assistant (아마도) 분이 대신 지휘를 맡게 되었다.
따라서 별 기대를 안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딱히 나무랄 데 없는 깔끔한 연주였다.
오늘 프로그램은 메시앙 - 라벨 - 뒤캬 - 라벨로 이어지는 프랑스 작곡가들 스페셜이었고
전부 재미있는 곡들이었다.
메시앙의 Reveil des oiseaux 인가. 아침을 깨우는 새들 ?
옛날에 Pasdeloup 오케스트라 공연 이후로 메시앙의 곡을 연주회에서 듣는 것은 두번째인데 처음 들었던 곡하고는 느낌이 아주 많이 달랐다. 조금 더 현대적인 느낌이었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새 지저귀는 소리가 재미있더라. 그리고 나름 훌륭한 협주곡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던 점이 신기했다.
무엇보다 피에르-로렁 에마르의 놀라운 집중력이 진가를 발휘한 곡이었다. 리옹 출신이라는 점에서 오는 편견인지 몰라도 이 분의 연주는 정말 artisan - 장인 같았다. 그렇다고 그냥 manufacturer 라는 의미는 아니고... 정말 한 땀 한 땀 공들인 철두철미한 연주다.
들리는 느낌이 폴리니 할아버지와 약간 비슷했다.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식의 연주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콘체르토는 그냥 곡 자체가 벌써 너무 훌륭하기 때문에 뭐라 더 할말이 없다. 으으. 정말 좋다. 라벨의 곡은 모퉁이를 돌때마다 놀라움에 입이 쩍 벌어지고 깨달음에 무릎을 탁 치게 한다.
2부의 뒤캬의 곡은 le Péri - poeme danse (뽀엠 덩세 인데 ...accent 치기 귀찮다)
나름 신선하긴 했으나 딱히 귀가 트이는 구절은 없었다.
다만 약간 영화음악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공부를 해야 들릴 듯.
그리고 라벨의 La Valse. 정명훈 선생님이 라디오 프랑스와 같이 연주하는 라 발스를 정말 듣고 싶었는데... ㅠ_ㅠ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오늘 오케스트라 연주 정말 열심히 해주어서 - 지휘자도 물론 괜찮았고 - 연주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그냥 지휘자 분이 중간 중간에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부분들을 좀 휑 건너뛰어버리고 심드렁하게 넘어가 버렸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그 불협화음들과 이상한 그로테스크한 느낌들이 별로 제 맛이 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안타까웠다.
귀가길에 아바도의 연주를 들으며 위안을 삼았다.
이제 3월 1일 피아니스트! 바렌보임의 리스트 피아노 콘체르토들 공연날 까지 며칠간은 또 좀 쉬고.
이제는 1주일만 공연 안 봐도 뭔가가 되게 허전하다. 병이 되었다.
참 그리고 얼마전 파리 마지막 상영관을 기어코 찾아가 Pianomania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브렌델 할아버지와 피에르-로렁 에마르 아저씨 (외에도 많지만 다 기억이 안 난다.) 가 나오신다.
관객들을 처음엔 웃게 하시고 이내 질리게 하신 그 분 ㅋㅋ
하지만 오늘 연주를 직접 들으니 그 까탈스러움에도 이유가 다 있구나, 하고 탄복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