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스트라크의 연주를 통해서 처음으로 바이올린의 "맛"을 알았다.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이올린 곡 중 하나인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콘체르토 1악장에서 그의 바이올린은 굉장히 따뜻한 소리를 낸다.
차이코프스키의 이 곡은 정경화씨가 연주한 것만 가지고 있는데 오이스트라크에 비해 훨씬 날카롭고 강해서 한음 한음이 세고 곧게 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오래전 죽은 이 거장의 바이올린 소리가 더 듣기 좋게 들린다.
나만 그랬을지는 몰라도 명징하고 단아한 피아노나 무게있는 첼로에 비해 바이올린은 신경질적이고 산만한 악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조그만 악기가 때로는 세상을 (혹은 적어도 듣고있는 나 한사람만큼은) 다 품을만큼 깊고 풍부한 소리를 낸다는게 오이스트라크를 듣고있노라면 그저 수긍이 가는 것이다.
고맙게도 유튜브에 동영상이 있어 찾아 올렸지만 며칠 전 밤 라디오에서 예고도 없이 오이스트라크의 연주로 이 곡이 흘러나왔을 때의 벅찬 기분은 다시 느끼기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