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wandhausorchester Leipzig
Riccardo Chailly : Gewandhauskapellmeister
Maurizio Pollini : piano
 
PROGRAMME DU CONCERT
Luigi Nono
Composizione n° 1
Felix Mendelssohn
Symphonie n° 4 "Italienne"

Ludwig van Beethoven
Concerto pour piano n° 4


2009/2010 시즌 처음으로 플레이옐에서 콘서트를 보았다.
오랜만이라 무지 기대했다. 왠지 새 시즌의 시작이다보니 복장에도 더 신경쓰게 되더라.
6개월 만에 만나는 폴리니 할아버지... 보고싶었어요 !!!!
이번에 내가 앉은 좌석은 무대 뒷편 (Arrière-scène) 으로
연주 내내 지휘자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꼭 한번 앉아보고 싶었던 구역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콘서트에 가면 주위에 신경에 거슬리는 (!) 관객들이 간혹 있는데
오늘은 그 영향이 특히 심해서 좀 피곤했다.
나도 참 너무 예민해서 탈이긴 한데. 누가 소리내면 난 그쪽 째려보느라고 집중을 못한다.
옆자리 아주머니들은 마치 동물원 물개쇼 구경 온 초등학생들 같았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도 계속 시덥잖은 이야기로 어쩜 그리 목청을 높이는지
온갖 이목을 다 끌더니
아직 공연이 시작되지 않아 의자들만 놓여있는 무대를 바라보며
아니 근데 이게 무슨일이야, 연주자들 왜 안오는거야? 이사람들 어딨는거야?
대체 무슨일이야??
하며 요란스레 패닉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선보여
자포자기의 실소마저 머금게 했다.
연주자들 모습을 보려고 공연 중간에 벌떡 일어나질 않나...
프랑스 사람들의 전반적 공연예절 수준이 높다는 것은 거짓말인 것 같다.
아니면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나혼자서 기대했다 실망한건지.
오늘도 어김없이 첫 곡의 시작과 함께 노키아 핸드폰 벨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난 그저 xylophone 소린 줄 알았다. 저 쇳소리가 핸드폰 소리라는 현실을 직시하기 싫었다.
에이. 정말.
지난번 Ivan Moravec 공연 때는 앞자리 앉은 여자분이 고개를 아주 살짝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귀걸이가 무슨 어린이들 장난감 딸랑이처럼 울려대서 정말 화가 났었는데
콘서트가 끝나갈 때 쯤에야 빼는 시늉만 하더니, 경악스럽게도, 금새 다시 끼웠고 여전한 짤랑짤랑.
내가 너무 예민한건가? 오히려 산만한건 내 쪽인건가? 아... 정말 집중하고 싶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한 공연이었다.
지난번 하겐 쿼텟과의 브람스만한 심장이 쿵 떨어지는 감동까지는 아니었어도
멘델스존도 너무 좋았고.....
4악장은 특히 오케스트라의 박진감과 전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굉장한 연주였던 것 같다.
갈수록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
제1바이올린 konzertmeister의 연주는 정말이지 너무 강렬해서 저러다 바이올리니스트의 몸이 사라지는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다.
피아노치는 폴리니의 모습은 정말 로마 médaille 동전? 에 새겨진 측면도? 프로파일 같다.
표정도 굉장히 엄숙해서 찌푸린 미간에 모인 기(!)가 눈에 보인다 싶을 정도.
그의 연주는 늘 제 몫을 다한다. 딱 피아노의 몫. 그 정확함이 정말 좋다.
그런 정량의 연주가 결국은 곡 전체를 사로잡는다.
물론 폴리니 정도의 연주를 "정량"이라고 한다면 다른 피아니스트들은 조금 억울하겠지.
베토벤 콘체르토는 그런데 뭔가 아 이거다 싶을 때 약간 아쉽게 끝났다.
아니 물론 곡이 끝나니 끝난 거긴 하지만.
앵콜도 없어서 뭔가... 아쉬움이 더했다.
어쩔 수 없지.
어쨌든 새학기를 이렇게 훌륭한 연주로 시작할 수 있어서 기쁠 따름이다.
2009년 9월 8일 폴리니의 파리 콘서트 좌중에는 내가 앉아있었고 오늘 그의 피아노는 약 1/2000 정도는 나를 위해 울린 것이 아닌가. 써놓고보니 내 몫이 너무 적네. 그게 아닌데. 나는 분명 백프로 들었는데. 피곤해서 눈이 감기는 중에 그래도 연주회 감상문은 꼭 그날 그날 남겨야겠다는 의지만으로 꾸역꾸역 쓰는 글이라 나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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