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별로 생각 없었는데 (왜였을까.) 티켓이 많이 남았는지 젊은이?! 회원들에게는 반짝세일로 9유로에 표를 판다고 며칠 전 메일이 와서, 뭐 나쁠 거 없겠다는 생각에 (왜일까...) 바로 전화를 걸어 자리를 구했다.
아마도 나의 망설임과 "그닥"...이라는 생각은 앨런 길버트가 올해 초인가 파리 데뷔무대를 가졌을 때 르몽드에서 "그닥" ...이라는 평이 실렸기 때문일 것이다. "지휘자도 꽤 잘하지만 그게 다"라던가 "확실히 뉴욕필은 근육질의 빵빵한 합주부대이긴 하다"던가 하는.

오늘 가서 들어보니 초반에는 정말 별로였고 끝으로 갈 수록 제 실력이 나오는 건지.
엄청 잘하더라.
1부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Don Juan, 그리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prelude와 la mort d'Isolde 가 편성되어 있었는데.
나는 아직 슈트라우스와 바그너의 음악에 친숙하지 못해서인지 별로 감흥이 없었다.
합주도 엉성하게 들렸고 지휘자의 열정적인 (정말로) 몸짓에 비해 - 지휘자가 아니라 오페라 가수같았다해도 될 정도 - 오케스트라는 미지근하고 싱거운 음만을 반복해서 냈다. 그 묘한 간극에서 오는 인상이 "그닥"......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왜 이렇게들 흩어지는지. 원래 그런 곡인가? 역시, 잘 모르겠다.

나는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들을 때마다 왠지 이건 정말 마스터피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단순히 좋다- 가 아니라 "걸작"의 느낌이 강하다.
예전에 뭐가 뭔지 잘 몰랐을 때 이걸 안 듣고 인터미션 때 집에 간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참 후에야 줄리니와 빈 필하모닉의 연주를 음반으로 접하고 나서는 그때 정말 왜 그랬는지 베개에 머리를 부싯돌로 불 피우듯 비비며 후회했고 그래서 오늘 연주도 기대가 컸는데.
1악장의 도입부에서는 참 이상하게 박자가 안 맞아서 - 특히 첼로 파트하고 제1바이올린... 아니 대체 왜이러세요 하고 벌떡 일어나 버럭 화낼 뻔 했다. 그래도 그 다음 refrain부터는 제 박자를 되찾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2악장, 3악장, 특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3악장 역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4악장도 잘 마무리.
이건 그냥 쓰고 싶어서... 1악장 마지막에 팀파니 둥 - 둥 - 둥 - 둥-------그 부분이 진짜 너무 좋다.

뉴욕 필하모닉은 음 일단 굉장히 큰 볼륨을 자랑하는 악단인 것 같다. 정말 뭘 해도 소리가 크다.
콘서트마스터의 독주에서는 대단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 대신 현악 파트가 골고루 다 좋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브람스 포함) 이건 지휘자의 문제인 것 같은데, (꼭 나쁜 뜻으로 문제가 아니라) 프레이징이 좀 이상하다. 꼭 끝이 아닌 부분에서 갑자기 흐지부지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 어마어마한 음량을 갖추고도 절도있다, 박력있다는 느낌은 덜했다.
그리고 역시 단원 중에 한국인과 일본인, 중국인이 정말 많더라. 거의 과반수는 되는 것 같다.

슈트라우스와 바그너를 들으면서 앞으로 앨런 길버트 공연은 공짜 아니면 안 봐도 되겠다고까지 생각했는데 그래도 브람스 4번을 듣고 나서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그닥"...보다는 좀 더 칭찬해 줄 말이 생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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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두 가지 사실로 오늘의 감동을 최대한 무덤덤하게 요약해보자.
첫째, 일단 오늘 있었던 아바도와 루체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플레이옐 1년 시즌 내에서 가장 비싼 티켓 값을 자랑하는 (싫지만 어쨌든 가격은 관람객에게나 공연장 측에게나 공연의 품질을 이야기하는 가장 일반적이고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니까.) 몇 없는 별 다섯개짜리 콘서트이다.
그리고 나는 말러의 음악을 완전히 새로 알게 되었다.
방금 전까지도 심장이 터질 것 같고 긴장으로 뻣뻣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평온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메모해 온 것을 바탕으로 토막 토막.

오늘 상당한 인파가 모일 것이라는 사실은 당연했고 9유로 가격에 28세 미만 티켓을 구입하는 내가 좋은 자리를 얻지 못하리라는 것은 자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자리는 J321, 3은 3층 발코니를 말하고  J는 열, 21은 자리 번호인데 가운데부터 번호가 붙여지니까 내 자리는 3층 꼭대기에서 두번째 줄 오른쪽 완전 끝이었다. 아빠와 방브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던 쇠냄새가 심한 쌍안경을 챙겨야겠다 결심.

공연장에 7시 반쯤 도착하니 거의 아무도 없었으나 혹시나 조금 앞에 빈자리가 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창피하게도 금방 붐비게 되었다. 내 뒤로는 한 줄밖에 없는데 그 자리에 앉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이거 안전벨트 매야 되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하며 조소인지 너털웃음인지 너그러움인지 패자의 의연함인지 모를 기묘한 얼굴들을 한다. 나는 그냥 혼자 조용히 앉아서 멀뚱히 있다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공연 중에 기침 하지 않으려고 드롭스를 하나 입에 넣는다.

오늘 오는 관객들은 어쩐지 평소의 후줄근한 애들이 아니고 좀 신경써서 정장에 머리도 좀 감고 온 것 같다. 16구 파시 스타일 랄프로렌 모델같은 사람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어뜨케 다들 좋은건 알아가지고... 그래도 내 주변은 거의 똑같은 처지라 절약과 청춘과 근성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젊은이들이 대다수. 프로그램을 10유로에 파는데, 돈이 아까워 사지 못하고 옆사람이 갖고있으면 좀 보겠다고 해볼까 했더니 역시 아무도 안 샀어...
내 왼쪽에는 새침떼기같은 인상의 검은 뿔테를 쓴 금발 여자애, 오른쪽에는 만성비염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이는, 그러나 한편으론 도련님 상인 남자아이가 앉았다. 콧소리를 자꾸 낼까봐 걱정했는데 왠걸 이 친구는 배가 아픈 친구였다. 공연 도중 계속 배에서 구룩구룩 소리를 내서 참 딱했다.
이러다가 오늘 저녁 이야기로 끝없는 서사시를 쓸 것 같아 좀 쓸데없는 말은 줄여야겠다.

장내가 어두워지고 귀염둥이 르노 카퓌송* 을 비롯한 단원들이 들어와 자리에 앉았고, 콘체르트마이스터인 콜야 블라허 (Kolja Blacher)가 입장해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이윽고 호리호리한 체격의 이탈리아인이 가벼운 걸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박수도 치고 휘파람도 불고 사진도 찍고 바빠졌다. 그러나 마에스트로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관객들의 흥분과 환호를 다독이기보다는 바로 연주를 시작하기를 주문함. 멋진 시작.

말러 9번을 처음 들었던 순간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최근의 몇 장면들 중 하나에 녹아 있는데
나는 처음으로 내 손으로 밤의 파리를 드라이브 하고 있었고, 강변을 따라 달리는 그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9번 1악장의 첫 부분에 대한 충격으로 생생히 기억된다. 조나단 노트와 밤베르그 (정식 명칭을 잘 모름) 심포닉 오케스트라? 의 연주였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그 시간대에 그 방송에서 뭐가 나왔었는지 찾느라 꽤 고생을 했었다. 그 밤을 그토록 우아하게 반주하던 그 음악이 대체 어디서 온 건지 너무 궁금해서.

어쨌든 1악장의 테마를 나는 정말로 아끼고 좋아한다. 하프 소리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 너무 집중을 했는지 1악장 끝날 때 쯤 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콘서트에서 이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징조이다. 앞으로 남은 1시간 남짓의 시간이 잊기 힘든 중요한 경험이 되리라는 것. 역시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듣는 것과 공연에서 직접 감상하는 것은 비교할 수가 없다. 지금 여기 이 순간밖에 존재하지않는 소리의 움직임과 그 생생한 울림 속에 나를 어떻게든 밀어넣고 기어이 몸을 맡길 때, 공기를 뜨겁게 메우는 엄숙함과 전율이란.

(여기서 유학생은 잠시 부모님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리는 시간 좀 가질께요...)

끝까지 듣고서 봤을 때 각 파트 악장? 수석들의 솔로 부분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독주 부분이 이렇게 마음에 많이 남는 교향곡은 참 오랜만에 들어보기도 했고 또 워낙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 기억에 브루크너의 교향곡들이 그랬던 것 같다.)
특히 Kolja Blacher의 솔로는 독보적이었다. 명주, 아마, 비단, 아 아는 옷감 이름이 별로 없다 무엇이든 좋으니 가장 빛깔이 곱고 가장 반짝이는, 탄탄하고 질기면서도 투박하지 않고 품위있는 어떤 최고로 아름다운 옷감의 씨실과 날실을 보고 만지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 중간 그의 독주가 나올 때마다 나는 발코니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래서 안전벨트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을까. 1악장을 마무리하는 부분에서의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독주 부분이 참 아름다웠다. (바이올린 빼고 다른 악기들이 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ㅠ)
선율과 소리들이 맞물리고 풀어지고 다시 엉키고 살아나는 그 모든 과정들이 정말 잘 쓰여졌다고 생각했다.
2악장에서는 비올라 솔로가 기억에 남았고.
3악장에서의 미친 플룻들...... 진짜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자크 존 (Jacques Zoon) 의 플룻 솔로 역시 대단했다. 근데 오늘 에마뉴엘 파위 나온다더니.
첼로도 기가 막혔고. 음 4악장에서도 첼로 정말 좋았다.
어디에선가 오보에와 바이올린, 하프의 독주가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으으 정말 행복했다.
팀파니 주자는 오케스트라의 왕 같았음. 적어도 팀파니의 왕
그리고 4악장이 이렇게 좋았다니 정말 몰랐다. 말러의 교향곡은, 별로 제대로 들어본 일도 없는 내가 감히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내가 공연에서 느낀 바로는, 정말 청각 그 자체에 모든 것을 맡기면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이다. 그 순수한 소리에 둥둥 타고, 풍덩 빠지고, 푹 가라앉고, 멜로디와 함께 이리 저리 구르고 그 감정을 온 몸에 묻혀야, 아 "이랬던" 거구나, 알게 되고 또 듣다 보면 그렇게 저절로 되는... 특히 공연에서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음반으로 들을 때는 감정이고 뭐고 구성 자체가 보이지가 않았는데 이런 보석이었을 줄이야. 역시 아바도의 힘인가. 제발 건강히 오래오래사세요 !!!
지난번 다니엘 가티의 3번 때 보다 훨씬 인텐스한 연주였던 것 같다. 그 때도 훌륭했지만.
참 그리고 공연 도중에 서서히 빛이 사그러드는 연출 - 인지 아니면 뭔가 문제가 있었던걸까? 설마 -  역시 마음에 들었다. 음악이 나직이 잦아듦에 따라 눈을 간지르듯 어스레해지는 조명덕분에 곡에 더 빠져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아바도의 발 밑에만 유독 빨간 불빛이 강하게 올라오고 있었는데 역시 이건 이해할 수 없었다.


현악기들의 마지막 보잉이 멈추고 그 긴장감이 아직 증발되지 않았던 때, 관객들 모두가 숨소리 하나 새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던 그 몇 분, 미동 하나 없는 지휘자의 뒷모습을 향한 눈동자에 오직 모든 힘을 다 실어 머리가 뻥 터져버리는 것 같았던 그 몇 분이 또한 오늘의 공연과 이 교향곡을 비로소 완성시키지 않았나. 침묵으로 완성되는 음악. 그 포화된 공기와 머리 속에 아직도 울리는 소리의 잔상.
몇 번을 고쳐 살면 알 수 있을까, 왜 그때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는지.






* 르노가 나왔었다면 블라허 옆의 부수석자리가 맞는 것 같고 아니라면 게반트하우스의 수석인 Sebastian Breuninger 인지도 모르겠다. 멀리서 보기엔 왠지 좀 작고 반질반질한 조약돌같이 생긴 것이 카퓌송네 맏아들 같았는데...

+ 어제 같은 공연 후기가 어떤 프랑스 사람의 블로그에도 올라왔길래 읽어보니 또 재밌었다. 난 너무 멀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 사람은 보았군.
별로 긴 글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그 사람의 감상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 콘서트가 내게 불러일으킨 반응은 질문의 형태를 한 단 한가지 뿐이었다 (번역 매끄럽지 못한 것을 이해해주세요 급히 씀). 한시간 이상을 천국에서 보낸 후 우리가 과연 다시 지상으로 돌아올 권리가 있을까? 발할라에서 브륀힐데를 만나고 온 지그문트에게 처럼 - 이 귀환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이것보다 사실 더 재밌는건 그 다음 부분인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기침을 해대고 핸드폰이 진동하게 놔두는 사람들에 대한 사형제도를 언제 부활시킬 것인지, (사족을 달자면 프랑스는 사형 폐지국가) 혹은 - 저 안경 쓴 콘트라베이시스트는 대체 뭘 마시고 취한 것인지, 또는, 교향곡 마지막 5분 동안 완전히 숨쉬는 것을 멈췄던 나는 대체 왜 아직도 살아있는 것인지? 만약 관객 중 하나가 이 침묵을 멈추기로 작정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계속 그 상태로 숨쉬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 물론, 대단히 멋지게 연출된 어두움 속에서 마에스트로와 연주자들은 그래도 끝을 지혜롭게 마무리지었지만 말이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 오늘 (21일) 햇빛이 좋은 오전 나절 9번 1악장 첫부분을 엄청 큰 볼륨으로 들으며 눈을 감고 길을 걸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기분좋게 서늘한 공기가 감은 두 눈꺼풀 위로 쏟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행복이라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은 것 만은 같다고 생각했다.


abbado rocks. on Twit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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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 ㅠ 바보같이 망설이다가 못갔는데
세상에 지금 라이브로 듣고있는데 이렇게 좋다니
치사하다 치사해 ㅠ ㅠㅠㅠ
엉엉 울고싶다
세상에 .


그래도 아르떼 고맙습니다 ㅠㅠ집에서 스피커 진짜 크게 틀어놓고 전체화면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위안 삼고 있음 에효......
공부가 될 수가 없군.
공연 안 가고 집에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공부도 못하고 동영상 보면서 애태울거였으면 차라리 갈 것을
참내 ㅋ

라디오프랑스 왜이렇게 잘하지?
진짜 앨범 좀 팍팍 냈으면 좋겠다.
쇼팽 콘체르토 처음 시작할 때 몇소절 바이올린 소리 뭔가 다른데 엄청 좋다.

+ 뭐야 세상에 앵콜까지 하다니 으악 으악 으악 으악
난 왜 안간거지.............
정말 왜???
앵콜곡으로 지금 비제의 farandole 하고 있다.
저번에 서울시향 때도 지휘 없이 단원들이 이 곡을 연주했었는데.
다들 박수치고 엄청 즐거워보인다 - 정명훈도 단원들도 관객들도 다들 너무 행복하겠다.
곡이 끝나자 정명훈이 관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 사이에 서서 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냄.
관객석에 있는 어떤 낯익은 백발의 할아버지 두명과 비쥬 인사를 한다. 누군지 궁금함



Programme -
  • Carl Maria von Weber
  • l'Ouverture du Freischütz
  • Frédéric Chopin
  • Concerto pour piano en mi mineur n° 1
  • Entracte
  • Ludwig van Beethoven
  • Symphonie n°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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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케스트라의 공연에 다녀왔다.
프로그램은 Debussy의 Petite suite, Ravel 의 Concerto pour la main gauche pour piano (re majeur) 그리고 Tchaikovsky Symphonie n.4 !!!!
나한테는 사실 시즌 내 제일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 앗 한번 더 있다. 베토벤 7번이랑 뭐였더라 아무튼. 기대가 컸다.
원래 Mikko Frank의 지휘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일본의 아주 젊은 지휘자인 야마다 카즈키로 변경되었다. 그래서 직전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 알고보면 사실 2009년 브장송 국제지휘경연대회에서 1등을 한 사람이고 이번에 스위스로망드오케스트라의 초대 chef principal 이다.
피아노 협연은 Jean-Frédéric Neuberger라는 역시 젊은 (어린 !) 피아니스트. 오랜만에 들은 힘찬 피아노였다. 사실 저번 드보르작 피아노는 약간 간질간질 밋밋한 느낌이어서. 오늘 기운차면서도 세련된 그의 라벨을 듣고나니 속이 후련하고 막 날아갈 것 같았다. 고맙습니당.

야마다 카즈키의 곡 해석은 - 차이코프스키 4번은 정말 내가 제일 열심히, 많이 들은 교향곡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휘자의 곡 해석에 대해서 나는 아마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크게 거부감 들지 않는 무난한 것이었으나. 간혹 음량의 강약을 조절하는 부분이 매우 인위적이었고, 마디마디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약간 거슬렸다. 마치 운동 부족인 사람이 관절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것 처럼. 그러나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큰 문제는! 박자가 제멋대로라는 점. 나름의 특색을 주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막상 연주시 컨트롤이 안 되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확고한 메트로놈이 없는 것 같았다. 특히 2악장과 3악장에서 관악기 솔로와 현악의 케이크 레이어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듯한 그 섬세한 앙상블이 박자 컨트롤이 이상해서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고통스러웠다. 로마를 불태우는 네로 황제를 등 뒤에서 오들오들 떨며 지켜봐야하는 가신의 심정일까.
그래도 지난번 도나니의 베토벤 3번에서는 이상하게 힘없는 쉰소리를 내던 바이올린이 살아서 다행이었고, 젊은 지휘자의 파리 데뷔 무대에 대한 욕심과 (아마도) 정제되지 않은 빗장 걸리지 않은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연주였던 것 같아 흡족하다. 앞으로 지켜볼 만 한 음악가인 것 같다.
아- 그리고 첼로 파트 너무 좋았다.
곡이 워낙 좋다.


집에 와서는 라벨 왼손 협주곡 이미 7번째 반복 청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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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라고!

방심한 사이 꼼짝없이 몸살에 걸리는 바람에 10월 1,2,3일에는 실눈을 뜨고 바라본 해가 뜨고 지는 광경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게 되어버렸다. 안타깝다. 10월의 첫 날들에는 밖에서 공기를 좀 많이 마시고 싶었는데... 가을이 어느새 깊어져 진하게 우려져 나온 서걱서걱한 나뭇잎사귀 냄새, 캄캄한 밤에도 높게 느껴지는 하늘, 잘 보이지도 않는 별들마저도 더 신선하고 푸르렀던 것 같다.
3일 밤에는 그래도 용기 내서 창문을 활짝 열고 그 공기를 한참 맛보았지. 그러고보니 어제부터인가 난방이 나오기 시작했다.

9월 30일에는 Christoph von Dohnanyi 크리스토프 폰 도나니 (도흐나니라고 보통 쓰던데), orchestre de paris 그리고 피아니스트 martin helmchen의 공연을 보러 pleyel에 다녀왔다.
이때부터 사실 몸이 좀 안 좋았지만 공연 보기 전엔 신나서 몸에 상태에 귀기울일 여유가 없다.
오랜만에 보는 독일인의 지휘. 평소 음반에서의 인상때문인지, 지긋한 연세에 어울리는 고운 백발 때문인지, 단단한 지휘 동작 때문인지, 그의 음악은 무게 있고 뒤가 쉽게 연상되는, 짜임새 있는, 바닥이 두터운 것이었다.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다만 파리오케스트라는 조금 안 어울린다.

드보르작 피아노 콘체르토는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라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별로 음반에서도 다뤄지는 것을 보지못한 것 같다. 드보르작은 피아노보다는 현악에 훨씬 더 친숙했던 작곡가였고 따라서 이 곡에서는 피아니스트에게 낯설거나 혹은 거의 불가능한 손의 움직임을 요구하는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루돌프 피르쿠스니, 또 누구더라? 에 의해 조금 "둥글게" 각색된 버전이 통상적으로 연주되었고 이후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가 드보르작의 원전 그대로 재현해낸 바 있다. 82년생의 젊은 연주자인 마르틴 헬름헨 (발음이 어렵다.) 은 리히터처럼 조금 어려운 길을 택했다.
직접 (들어)보니, 잘 모르는 사람이 딱 보기에도 정말 어휴 너무 심했다 싶은 정도.
1악장에서는 피아니스트가 오케스트라에 일단 속도 면에서 자주 뒤쳐졌고, 많이 힘에 부치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그래도 후반으로 갈 수록 조금씩 페이스를 되찾는 것 같았다.
만질만질한 조약돌들이 와르르르 구르는 듯한 조밀조밀한 피아노가 듣기 좋은 ...곡이었는데 아무튼 치기엔 꽤 어려울 듯 싶었다. 곡보다는 해석 내지는 연주자 기량의 문제인 듯 한데, 피아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울림, 그 끝없는 파장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류의 연주는 아니었다.
차라리 앵콜곡은 본인에게 보다 어울리는 좋은 연주를 했다고 생각했다. 이틀에 걸친 공연이었는데 첫날엔 바흐의 곡을 쳤다고 한다. (타르코프스키가 영화에 매번 삽입했다는 곡이라는데...뭔지 잘 모르겠다. 찾아보니 코랄곡이 나온다.) 내가 간 둘쨋날에는 아마도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중 하나를 치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는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전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쇼팽이었나?

그러고보니 오늘 저녁나절엔 집에서 바르샤바 쇼팽 피아노 콩쿨을 보았다.
세상 참 좋아졌다.
오늘 마지막 주자인 Yaron ...무슨 berg 인가 하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친 곡은
내가 아끼는 쇼팽의 에튀드 25/11 winter wind였다.
젊은이 답게 피아노를 부술 듯한 힘이었지만 고백하건대 나름 곡에 어울려 꽤 멋졌다.
그러나 늘 불만 많고 궁시렁대길 좋아하는 나는 어줍잖다는 듯이 아이튠즈를 켜고 폴리니의 연주를 다시 듣는다. 할아버지가 더 잘쳐...이러면서...

자기 전에 침대에선 컴퓨터 절대 안하기로 했는데 자꾸 노트북을 껴안고 잠자리로 향하게 된다.
이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브람스 첼로 소나타 2번을 하루 종일 듣고 있다. 정말 아침부터 지금 새벽까지 계속이다.
브람스의 곡들은 정말 들을 수록 좋다.
향이 강해 처음부터 확 잡아끄는 그런 음악이라기 보단... 오래 씹을 수록 단 밥알 같다.
내가 좋아하는 녹말의 호화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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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하루는 24시간하고도 11분이 더 길었다.

바보같지만 절실하게,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졸이며 들었던 브람스 피아노 콘체르토 1번 3악장을 폴리니와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는
기꺼이 다시 한번 연주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하루는 꿈꾸듯이 11분을 더 갔다.

지금 어떤 말을 해도 내 기분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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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이 어떻든 간에) 보다 본격적인 의미의 방학이 점점 가까이 다가옴과 함께.
정말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지고 있다. 금방 지나가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 그나마도 짧게 끄적이는 수준이지만 - 글 쓰는 것도 전혀 엄두도 내지 않고 있었다.

어제 18일에는 정명훈과 Orchestre philharmonique de la Radio France,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Vadim Repin의 콘서트에 갔었다.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연주를 들었는데 이렇게 뿌듯한 날은 집에 돌아오는 그 익숙하고 별다를 것 없는 길이 살아 움직이는 무엇과 같아 그 숨소리가 들리고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만 같다. 마치 허공을 무게 없이 걷는 듯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공연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은 경직된 어깨로 지팡이만 없을 뿐인 좀머씨처럼 무섭게 걷고 주로 말도 안되는 팝송들을 귓 속에 구겨넣으며 돌아온다.

신뢰. 이제는 정명훈과 OPRF의 연주는 프로그램이 어떤 것이라 할 지라도 무조건 가서 보고 싶다. 사실 그 레퍼토리가 보통 대단히 모험적인 것은 아니고 이 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성적이고 세련되고 재기넘치는 프랑스-러시아 작곡가들의 "클래식"들을 비교적 온순하게 훑는 경우가 많아, 어떤 날짜를 선택하더라도 일반적 취향의 사람 (아마도 나도 포함)에게 그 권장분량을 초과하는 일탈을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이는 어쩌면 파리에서 고를 수 있는 가장 무난하고 점잖은 악단과 지휘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OPRF의 예술감독인 정명훈의 곡 선택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고 공연날 마다 관객석을 빈틈없이 가득 메우는 2천여명의 파리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원하는 것이 단순한 클래식 명곡 산책의 수준이 아님을 점점 더 확신하게 하는 수준 높은 전략이다. 프랑스 작곡가들이야 그렇다 치고, 올해는 러시아 문화의 해이므로 러시아 레퍼토리를 꾸준히 연주하는 것은 정책적인 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명훈과 그의 오케스트라는 그들이 선택한 곡들을 너무나도 빼어나게 연주해내고 있다. 이 사실에는 음악 외의 어떠한 설명이나 이유도 가져다 붙일 필요가 없다.

최근 정명훈 연주에서는 특히 긴장과 집중이 흩어질 새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하고 꽉 찬 느낌이 대단히 압도적인데, 매번 그럴 것이라는 기대에 배반당한 적이 없다. 바딤 레핀도 오케스트라와 어울려 대가 다운 훌륭한 바이올린을 들려주었는데, 본 프로그램인 랄로 스페인 교향곡도, 재치넘치는 앵콜곡도, 공연 보러다니는 보람을 백배 천배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앵콜곡 다시 듣고 싶어 죽겠다. 빨리 아르떼에 올라왔으면 좋겠다. 아. 얼마전 크레모나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박물관에 다녀왔는데. 그 예술 작품이 만드는 또 다른 차원의 예술을, 그 떨림을 지금 내가 바로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감격했다. 형체도 없는 선율을 만드는 예술.

차이코프스키 6번이야 워낙 곡이 대단하기 때문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다. 정명훈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은 무엇보다 그 생동감이 놀랍다. 아주 맛깔스러운 연주다.
합창석에 앉아서 팀파니와 관악기들 큰 소리를 너무 너무 가까이서 들어서 좀 아쉽긴 했다.

아직도 뿌듯하군.
솔직히 마음같아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와우ㅏ아ㅗㅇ앙 너무좋아 이렇게 써버리고 싶기도 하고
사실 전화로 말할 때는 우ㅏ와우ㅏ오우ㅏ와앙 짱이야 짱이야 이랬지만..
글로 쓰려니 힘들군.
연습이다 연습.
아이고 ㅋ

+
아르떼에 올라온 동영상을 다시 보며.
무시무시한 기교와 강철같은 집중력이 필요한 파트에서도 그저 음악이 즐겁고 기분 좋아 아이같이 입가에 떠오르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는 이 연주자, 스스로도 모르게 입으로 딴 딴!하는 지휘자.
앵콜곡 연주할 때 단원들 모두가 웃는 얼굴인 것이 왠지 뭉클하다.
노력하는 이가 즐기는 이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12세기에 허물어졌다 다시 지어진 시골 교회의 벽돌이 어느 지방에서 어느 경로를 통해 운반되어 온 돌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며 더없이 즐겁게, 말도 안되는 농담을 나누는 우리 교수님들의 아우라가 생각나 갑자기 등골이 서늘하다....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Myung-Whun Chung - Vadim Repin

vendredi 18/06 2010 20:00

  •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 Myung-Whun Chung : direction
  • Vadim Repin : violon

Programme

  • Modeste Moussorgski
  • La Foire de Sorotchiniski "ouverture" et "Gopak"
  • Edouard Lalo
  • Symphonie espagnole
  • Entracte
  • Piotr Ilitch Tchaïkovski
  • Symphonie n° 6 "Pathétique"


+ bis
Variations sur 'il Carnevale di Venezia' de Pagan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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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꾸물꾸물 오는 별로 상쾌하지 못한 늦봄(벌써!)의 저녁, 집을 나서기가 무척 귀찮지만 그래도 "당연히" 가야하는, 재고의 여지 따위는 없는 그런 중요한 저녁 약속이다.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독주회. 아주 아주 보들보들한 바이올린이라는 첫인상에,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음색은 딱히 아니지만서도, 직접 들으면 온갖 스트레스가 정말 봄날 눈 녹듯이 싸악 풀리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로 작년 겨울에 심지어 제 값 다 내고 예매를 했었다.

1부의 모차르트와 베토벤에서는 역시 내 기대대로 아주 부드럽고 쉬운 연주, 무슨 저지방 요거트마냥 담백하고, 기름지지 않은 정도의 윤기가 흐르는 행복한 바이올린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자칫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랑말랑한 음악이었는데, 정말 이 사람은 왠지 늘 따뜻한 애정과 관심 속에서 탈없이 무럭무럭 자랐을 것 같다 - 는 무서운 편견을 심어 주기 충분한 것이었다.
또 늘 버릇대로 인상 팍 쓰고 미간에 주름 (머지않아 정명훈 선생님처럼 아예 각인 될 듯.) 잡고 팔짱 딱 끼고 앉아서 보고 있는데 이런 심각한 내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
이 사람의 연주를 듣노라니, 그래서 음악을 조금 덜 소중히 여겼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연주라면 토끼풀 자라난 푸른 잔디밭에 뒹굴 뒹굴 드러누워 같이 콧노래도 부르고 박수도 치면서, 연주자와 관객이라는 구분 없이 서로 눈웃음 나누면서 편안히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이 사람 연주를 들으려면 꽤 거금을 내야 하고, (물론 이번 독주회는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일생에 몇번 오지 않을 특별한 기회이고, 우리는 지금 파리에서 가장 권위있는 음악회장에 번호표대로 얌전히 앉아있고, 이런 저런 무게 있는 이유들 때문에라도 나는 지금 이 음악, 잡음 섞이지 않은 이 선율, 스피커 나무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이 생생한 어쿠스틱이 잘못하면 깨질라 마냥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아무리 혼자 신이 나도 곡 중간에 박수를 칠 수는 없는 일이다. 안타까웠다.

2부에서는 조금 날이 선 듯한 긴장감 있는 라벨과 사라사테를 들을 수 있었다. 차이코프스키는 좀 너무 슬펐다. 소중한 장소에서의 추억인가. 참.. 라벨과 차이코프스키의 세계에서는 진짜 내가 어떤 식으로도 빠져나올 수가 없다.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처음 들어봤는데, 사실 프로그램을 돈 받고 파는 바람에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막 바로 들었는데도, 첫 소절에 라벨인 걸 알겠더라. 정말 라벨의 그 다채로움과 풍부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조슈아 벨의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모차르트도 좋지만 악셀을 좀 더 밟아서, 끓어넘치는 감정을 애써 보듬어 안는 듯 애처롭고 어딘가 불안한 2부 프로그램들이 나에게는 더 호소력있고 꽉 차게 느껴졌다.
그리고 반주와 어쩜 그렇게 호흡이 잘맞는지 무슨 찰떡같이 착 착 붙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참 듣기도 보기도 좋았다.
완전 머리 툭 툭 떨구면서 램수면을 취하시던 옆자리 남자가 곡만 끝나면 신통하게도 벌떡 일어나 브라보를 버럭 버럭 외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 역시..

집에 오니 해야할 일들이 또 산더미라 애초 기대했던 만큼 가뿐한 상태 만은 아니었지만, 사실 비오는 날 꾸역꾸역 콘서트장에 가서 다리 꼬고 무서운 얼굴 하고 앉아 이 생각 저 생각 다 하며 조오타고 공연 잘 봤으니 사실 풀어야 할 스트레스가 그렇게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Joshua Bell © Timothy White (출처 www.sallepleyel.fr)

lundi 10/05 2010 20:00

  • Joshua Bell : violon
  • Sam Haywood : piano

Programme

  • Wolfgang Amadeus Mozart
  • Sonate pour violon et piano en si bémol majeur K 454
  • Ludwig van Beethoven
  • Sonate pour violon et piano n° 7 en ut mineur Op.30/2
  • Entracte
  • Maurice Ravel
  • Sonate pour violon et piano n° 2 en sol mineur
  • Piotr Ilitch Tchaïkovski
  • Souvenir d'un lieu cher pour violon et piano op.42 Méditation
  • Pablo de Sarasate
  • Introduction & Tarantelle o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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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울고싶다.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장장 한시간 반에 걸쳐서 정말 열심히 썼는데... 한 순간에 다 날라가버렸다.
임시저장이 왜 안된걸까. 대체 왜 ㅠㅠ......

간략하게 써야겠다. 갑자기 피로가 막 몰려온다 흑흑

이틀 연속 바렌보임의 쇼팽 리사이틀을 다녀왔다.
좋았던 점은 훌륭한 연주를 이틀 연속 감상하는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렸다는 것이고,
나빴던 점은 이것이 정말로 분에 아주 넘치는 호사였다는 것이다.
무언가 남겨야만 한다는 괜한 부담감에 집에 오는 길에도 안절부절 못하고.

바렌보임은 어제 15일 콘서트에서는 조금 힘들어보였는데, 그 때문인지 손가락의 실수도 꽤 잦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연의 질이 좋지 않았냐하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하겠다.
그 실수들이 안타까웠던 것은 다만 그것이 연습 부족이나 기량의 문제가 아니라 공연 후반부로 갈 수록 떨어진 체력과 집중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런 군데군데 귀에 선 노트들이 그의 곡 전체를 조율하고 아우르는 독창적인 감각을 더욱 눈에 띄게 살려주었고, 곡에 대한 보다 즉각적인 파악과 이해를...어쩌면. 도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예습을 안했기 때문에 처음 듣는 곡들은 즉각적으로 밖에 파악을 못했을 수도 있다.)

첫째 날 녹턴과 소나타 2번에서 바렌보임은 특히 곡의 중후하면서도 단조롭거나 텁텁하지 않은 느낌을 십분 살려내, 어딘지 굉장히 의미심장한 느낌의 쇼팽을 들려주었다. 크게 재주 부리지 않으면서도 마음과 열정을 다 실은 솔직한 피아노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소나타의 3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지적인 면에서도 하나 빠지지 않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더없이 훌륭한 피날레를 만들어냈다.

내게도 바렌보임의 손가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손이 만드는 소리 처럼 "좋은"....것을 나도 내 안에서 끌어내고 싶다. 욕심쟁이다. 언젠가는 그렇게 하고싶다.

이상하지만, 가장 실수가 눈에 (귀에) 띄었던 곡도, 가장 아름다웠던 곡도 단연 폴로네즈였다.
아슬아슬 힘겹게 치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곡을 꿰뚫는 빛나는 그 감각만은 절대 놓치지 않더라.
어쨌거나 바렌보임은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우아하고 힘찬 "영웅적"인 기상을 가득 담은 이 곡은 무척 잘 어울렸다.

16일 프로그램에 있었던 발라드 1번 역시 훌륭했다. 가장 아끼는 쇼팽의 곡 중 하나인데.
자연스럽고 자신있는 연주가 좋았다.
간혹 화려한 기교와 과도한 감정표현으로 부담스러운 연주들도 있는데, 피아니스트 바렌보임의 연주는 늘, 모든 곡들을 다가가기 쉽고 사랑스럽게 만들어 준다.

바렌보임을 공연에서 보면서 인상깊었던 점 하나는, 관객석 구석구석에 하나 하나 찬찬히 눈을 맞추며 무척 성의있게, 시간을 들여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신뢰가 가는 무대매너다.
앵콜도 절대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첫날엔 3곡, 둘쨋날엔 2곡을 들려주었는데 절대로 관객을 과하게 애태우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기꺼이 더 들려준다. 그의 친근한 연주 스타일과도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둘째날인 오늘은 연주자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문 발치에 앉아있었는데, 덕분에 바렌보임과 몇번이나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이 마주치니 겁을 먹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
바렌보임은 무척 강인하고 엄격한 눈빛을 가졌다.
열심히 박수치면서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그를 눈으로 쫓고있자니 막상 닿은 눈빛은 꼭 고등학교 때 무서운 담임선생님같아서...... 몰라 왠지 무서웠다. 이상하다. 이렇게 써놓으니 바보같다 ㅋㅋ
그래도 계속 좋아할꺼야



lundi 15/02 2010 20:00

  • Daniel Barenboim : piano

Programme

  • Frédéric Chopin
  • Variations brillantes sur "Je vends des Scapulaires" de Herold et Halévy op.12
  • Nocturne en ré bémol majeur op.27 n°2
  • Sonate n°2 en si bémol mineur op.35 Marche funèbre
  • Entracte
  • Frédéric Chopin
  • Barcarolle en fa dièse majeur op.60
  • Trois valses
  • Berceuse en ré bémol majeur op.57
  • Polonaise en la bémol majeur op.53


mardi 16/02 2010 20:00

  • Daniel Barenboim : piano

Programme

  • Frédéric Chopin
  • Fantaisie op.49
  • Nocturne en mi majeur op.62
  • Sonate en si mineur op.58
  • Entracte
  • Frédéric Chopin
  • Première Ballade en sol mineur op.23
  • Trois Etudes
  • Trois Mazurkas
  • Scherzo en ut dièse mineur o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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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4일에는 나와 동갑내기인 세르게이 하차트리안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와 Orchestre de Paris의 공연에 다녀왔다.
인터넷 클래식음악 사이트에서 마침 그에 대한 질문이 올라와 있길래 간단하게 리뷰를 썼었는데,
블로그에도 감상 적어두고 싶고 해서 가져왔음.

그러고보니 벌써 2주전이구나. 아- 다시보고싶다

바흐 연주도 그렇게 좋다길래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씨디도 주문했다.
중고이긴 하지만 4유로라니 거의 거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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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은 들어본 적이 없었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바이올리니스트였는데
neeme jarvi가 지휘를 하기로 되어있었던 공연이라 예매했었어요
결국 막판에 건강상의 문제로 지휘자가 바뀌었지만.각설하고
연주곡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구요
앵콜곡으로 약 5분 정도 되는 솔로곡을 들려주었는데 불행히도 저는 아는 곡일리 없었어요 ^_^;;

차이코프스키 바협을 워낙 좋아해서 여러 연주들을 다양하게 들어봤는데
제가 들어본 해석 중 가장 장식적이랄까 화려한 느낌의 연주였습니다.
집시 바이올린을 연상시킬정도로. (아르메니아 출신이죠..ㅋ)
처음 시작 부분에선 좀 걱정까지 되더라고요 저렇게 꾸밈음을 많이 써도 되는건지
다른 연주자들은 가볍게 지나가는 부분들을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하나하나 살리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바이올린 소리가 깊으면서 변화무쌍합니다.
특히 1악장 중간 중간에 솔로 부분에서는 정말 속을 긁어내는 느낌
이런걸 잘 안써봐서 표현이 좀 이상합니다만 굉장히 낙폭이 큰 연주더군요.
소름돋도록 섬세하기도 하고 어디선가는 거칠고 묵직하기도 하고요.
소리 자체가 크거나 박력있는 연주는 아닌데 놀랍도록 풍부한 소리를 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그뤼미오나 프란체스카티를 좋아하는데.. 아무튼 제게 익숙한 소리는 아니었지만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독특합니다.
바로 전에 들은 연주는 서울시향과 했던 신현수씨의 것이었는데
하차투리안의 연주를 듣고 비교해보면 참 정갈하고 단정한 연주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연주회장의 차이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아, 그리고 관객들이 너무 감동을 했는지 ㅎㅎㅎ
보통 절대로 실수로 이럴 리가 없는 사람들인데 (참고로 제가 있는 곳은 유럽의 큰 도시입니다)
1악장이 끝나자마자 너도나도 브라보를 외치면서 박수 갈채를 보내는
귀엽고 황당한 사건이 있었답니다.

85년생인데... 나이에 비해 노련미가 느껴지는 연주라는 말씀에 저도 굉장히 동의합니다.
아주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하더군요.
저도 작곡가 하차투리안하고의 관계가 궁금했는데 별 정보는 못찾았고
여동생은 피아니스트인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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