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울고싶다.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장장 한시간 반에 걸쳐서 정말 열심히 썼는데... 한 순간에 다 날라가버렸다.
임시저장이 왜 안된걸까. 대체 왜 ㅠㅠ......

간략하게 써야겠다. 갑자기 피로가 막 몰려온다 흑흑

이틀 연속 바렌보임의 쇼팽 리사이틀을 다녀왔다.
좋았던 점은 훌륭한 연주를 이틀 연속 감상하는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렸다는 것이고,
나빴던 점은 이것이 정말로 분에 아주 넘치는 호사였다는 것이다.
무언가 남겨야만 한다는 괜한 부담감에 집에 오는 길에도 안절부절 못하고.

바렌보임은 어제 15일 콘서트에서는 조금 힘들어보였는데, 그 때문인지 손가락의 실수도 꽤 잦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연의 질이 좋지 않았냐하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하겠다.
그 실수들이 안타까웠던 것은 다만 그것이 연습 부족이나 기량의 문제가 아니라 공연 후반부로 갈 수록 떨어진 체력과 집중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런 군데군데 귀에 선 노트들이 그의 곡 전체를 조율하고 아우르는 독창적인 감각을 더욱 눈에 띄게 살려주었고, 곡에 대한 보다 즉각적인 파악과 이해를...어쩌면. 도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예습을 안했기 때문에 처음 듣는 곡들은 즉각적으로 밖에 파악을 못했을 수도 있다.)

첫째 날 녹턴과 소나타 2번에서 바렌보임은 특히 곡의 중후하면서도 단조롭거나 텁텁하지 않은 느낌을 십분 살려내, 어딘지 굉장히 의미심장한 느낌의 쇼팽을 들려주었다. 크게 재주 부리지 않으면서도 마음과 열정을 다 실은 솔직한 피아노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소나타의 3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지적인 면에서도 하나 빠지지 않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더없이 훌륭한 피날레를 만들어냈다.

내게도 바렌보임의 손가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손이 만드는 소리 처럼 "좋은"....것을 나도 내 안에서 끌어내고 싶다. 욕심쟁이다. 언젠가는 그렇게 하고싶다.

이상하지만, 가장 실수가 눈에 (귀에) 띄었던 곡도, 가장 아름다웠던 곡도 단연 폴로네즈였다.
아슬아슬 힘겹게 치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곡을 꿰뚫는 빛나는 그 감각만은 절대 놓치지 않더라.
어쨌거나 바렌보임은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우아하고 힘찬 "영웅적"인 기상을 가득 담은 이 곡은 무척 잘 어울렸다.

16일 프로그램에 있었던 발라드 1번 역시 훌륭했다. 가장 아끼는 쇼팽의 곡 중 하나인데.
자연스럽고 자신있는 연주가 좋았다.
간혹 화려한 기교와 과도한 감정표현으로 부담스러운 연주들도 있는데, 피아니스트 바렌보임의 연주는 늘, 모든 곡들을 다가가기 쉽고 사랑스럽게 만들어 준다.

바렌보임을 공연에서 보면서 인상깊었던 점 하나는, 관객석 구석구석에 하나 하나 찬찬히 눈을 맞추며 무척 성의있게, 시간을 들여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신뢰가 가는 무대매너다.
앵콜도 절대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첫날엔 3곡, 둘쨋날엔 2곡을 들려주었는데 절대로 관객을 과하게 애태우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기꺼이 더 들려준다. 그의 친근한 연주 스타일과도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둘째날인 오늘은 연주자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문 발치에 앉아있었는데, 덕분에 바렌보임과 몇번이나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이 마주치니 겁을 먹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
바렌보임은 무척 강인하고 엄격한 눈빛을 가졌다.
열심히 박수치면서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그를 눈으로 쫓고있자니 막상 닿은 눈빛은 꼭 고등학교 때 무서운 담임선생님같아서...... 몰라 왠지 무서웠다. 이상하다. 이렇게 써놓으니 바보같다 ㅋㅋ
그래도 계속 좋아할꺼야



lundi 15/02 2010 20:00

  • Daniel Barenboim : piano

Programme

  • Frédéric Chopin
  • Variations brillantes sur "Je vends des Scapulaires" de Herold et Halévy op.12
  • Nocturne en ré bémol majeur op.27 n°2
  • Sonate n°2 en si bémol mineur op.35 Marche funèbre
  • Entracte
  • Frédéric Chopin
  • Barcarolle en fa dièse majeur op.60
  • Trois valses
  • Berceuse en ré bémol majeur op.57
  • Polonaise en la bémol majeur op.53


mardi 16/02 2010 20:00

  • Daniel Barenboim : piano

Programme

  • Frédéric Chopin
  • Fantaisie op.49
  • Nocturne en mi majeur op.62
  • Sonate en si mineur op.58
  • Entracte
  • Frédéric Chopin
  • Première Ballade en sol mineur op.23
  • Trois Etudes
  • Trois Mazurkas
  • Scherzo en ut dièse mineur o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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