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몽파르나스 프낙에서 열린 alexandre tharaud의 "미니"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쇼팽 피아노 곡 모음집인 "Journal intime"의 발매와 쇼팽의 해를 겸사겸사 기념하여 팬서비스 차원에서 주최한 듯 하다. 표만 있으면 무료였고, 생각보다 표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사실 연주한 곡은 다해서 네 곡 밖에 되지 않고.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이 너무 말이 많았고 인터뷰하는 센스가 참 없었긴 하지만.
사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의 연주자는 아닌데. 사티 앨범은 잘 듣고 있고, 프랑스 작곡가들의 가벼운 소품 종류에는 썩 잘 어울리는 음색을 들려준다. 라벨이나 라모, 드뷔시, 풀렝크 같은. 어쨌든 이 사람이 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라던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이나 베토벤의 아파시오나타는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본인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연주곡 수가 적어 실망할 겨를도 없이 기대 이상으로 정말 좋았던 것은, 이렇게 소극장 같이 작은 공간에서 너무 가까이 울리는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참 성의없는 질문들이긴 했지만 연주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 - 는 것을 경청할 - ㄹ 수도 있었고, 다들 편안하게 웃고 농담하며 나름 화기애애한 자리였다. 그래도 연주를 더 들려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ㅋ
앞에 가리는 사람들 때문에 불행히도 연주하는 타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만 들어도 나쁘지 않았을 정도.
매끄럽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연주가 기분 좋았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여유가 있다면 피아니스트를 고용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 하하
매일 집에 와서 한시간 씩 피아노 쳐줬으면 좋겠다. 가사도우미 분들 처럼 왜 그런거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얼척없는 몽상에 빠져 어떤 피아노를 가져다 놓아야 할까 그 와중에 잠깐 고민까지 했다. 정신차리게 이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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