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조금 수그러 든 오늘 오후에 salle pleyel에 다녀왔다.
전에 예약해 둔 올해 콘서트들 티켓 값을 지불하고 티켓들을 찾아오기 위해서.

지난 5월 15일 정오, 플레이옐 홈페이지에서 2009/2010년 시즌 학생회원 가입신청 페이지가 열렸다.
어찌나 사람이 몰렸는지 이미 오전 11시 쯤 부터 홈페이지는 거의 마비상태였는데
덕분에 나는 정말 오랜만에 대학교 수강신청 하던 날 새벽의 혼란과 당혹을 생생히 맛보았다.
한동안 잊고있던 새로고침, 새 탭에 띄우기 감각을 되살리려 애쓰며 결국은 가입신청 성공.!
올 3월 초 연간계획이 발표되었던 때부터 카탈로그를 침대 맡 성경처럼 읽으며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20여개의 콘서트를 리스트에서 전부 체크하고 난 후의 안도감이란.

내가 프랑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인 학생, 청(소)년 할인혜택이 salle pleyel에선 특히나 고마운 덕목이 아닐 수 없다.
28세 미만 관객들은, 수강신청하듯 재빠르게 신청만 잘 하면, 일반적으로는 등급별로 10-60유로 사이이거나 가끔은 더 비싼 세계 1류 음악가들의 공연 티켓을 모두 8유로에 구할 수 있다. 좌석의 등급 또한 나쁘지 않은데, 주로 2-3등급의 자리가 배정되고 정말 일찍 예매를 하면 콘서트에 따라서 1등석 또한 흔쾌히 내어준다.

예매 신청을 하고 맘 졸이며 과연 내가 선택한 콘서트들을 다 볼 수 있을지 노심초사 기다렸는데
6월 중순에야 컨펌 메일이 온다.
2009년 7월부터 2010년 9월 사이 총 22개의 콘서트를 179유로에 보게 되었다. (가입비 3유로 포함)



질베르투 질, 윈턴 마살리스, 바렌보임의 피아노와 에셴바흐의 지휘,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웨인쇼터 쿼텟, 피에르 불레즈와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마커스 밀러, 바렌보임 피아노 리사이틀, 정명훈과 에브게니 키신 협연, 아르게리치의 남미 탱고음악 피아노 (완전 기대!), 디디 브리지워터의 빌리 홀리데이에 대한 오마주, 짐 홀 트리오, 또 머레이 페라이어, 클라우디오 아바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Air 까지.
그리고 Pollini Perspectives 시리즈는 한개 빼고 다 예매했다.

한달에 한번은 꼭 가겠구나. 이러다가 어디 여행도 못 가겠다.
다른건 다 혼자가도 괜찮은데 air는 꼭 친구들 꼬셔서 같이 가고싶다 :)
내가 좋아하는 모든 음악을 같이 즐겨줄 수 있는 친구가 없다는 건 어쩌면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긴 아쉽다.
아빠가 있었으면 다 같이 봐줬을텐데. 음. 정말 대디쓰 리를걸 같다...
어쩄든 올해 1년도 잘 부탁합니다 플레이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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