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런던에 다녀왔다. 집에 겨우 짐을 던져놓고 폴리니를 보러 다시 플레이옐로 향함.
피에르 불레즈와 폴리니, 그리고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다.
바르톡의 곡들로만 구성된 오늘 공연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Béla Bartók
Quatre Pièces op. 12
Concerto pour piano n° 2
Entracte
Le Mandarin merveilleux

불레즈의 지휘를 보면서 저 정도 연륜과 지성이 쌓이면 굳이 힘 빼지 않고도 얼마든지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정말 깊이 깨달았다. 바로 지난번에 보았던 혈기 넘치는 두다멜의 지휘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지휘봉을 잡은 불레즈의 움직임은 아주 작고 가볍고 제한적이었다. 저기에 지휘자가 서있다는 것을 자칫하면 잊을 정도로 정적이었다.
과연 지휘자의 존재감이란 몸을 얼마나 움직이고 얼마나 표현을 하는 가에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보통 오케스트라를 볼 때 지휘자의 손 동작과 등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보아 왔는데,
오늘 본 불레즈의 지휘는 눈으로 무언가를 쫓게 하기 보다는 차라리 귀를 좀 더 열도록 해주는 그런 것이었다.

바르톡의 곡들도 하나하나 다 매력적인데다 폴리니의 변함없는 정확한 연주로 오늘 공연은 더 빛이 났다. 피아노와 관악기들로만 주로 연주되는 피아노 콘체르토 2번 1악장이 특히 좋았다.
아주 상투적이고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면서도 폴리니의 피아노를 들을 때 계속 생각나는 것은
별들이 만약 소리를 낸다면 이런 영롱한 소리일까 하는 ........것이다
여름에 부르고뉴 시골에서 보았던 별똥별이 빗방울처럼 떨어지던 밤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면 폴리니의 피아노 소리 같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지구와 목성이 내는 "소리"를 나사에서 무슨 복잡한 기술적 처리를 거쳐서 대중에 공개한 것을 들었는데 물론 그런 아름다운 소리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상상해본다.  새까맣게 어두운 밤하늘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어딘가 편안히 기대 앉아 좋아하는 피아노 곡들을 듣는 그런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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