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지진과 쓰나미와 원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무척 심란한 가운데
오늘은 머레이 페라이어의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 Johann Sebastian Bach
  • Suite française n°5 BWV 816
  • Ludwig van Beethoven
  • Sonate n° 27 Op.90
  • Johannes Brahms
  • Quatre klavierstücke op.119
  • Entracte
  • Robert Schumann
  • Scènes d'enfants (Kinderszenen) op.15
  • Frédéric Chopin
  • Prélude op.28 n°8 en fa dièse mineur
  • Mazurka op.30 n°4
  • Scherzo n° 3 en ut dièse mineur op. 39
오랜만에 바흐를 들어서 기뻤고. 무척 식상한 표현이지만 듣는 것 만으로도 음표를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청아하고 고색창연한 프랑스 조곡에 이어, 베토벤에서는 분위기를 확 바꾸어 굉장히 강하고 무게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사실 페라이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베토벤 소나타 때문이었는데, 출발은 그렇게 했지만 갈수록 그의 베토벤은 거의 듣지 않게 되었다. 페라이어에겐 바흐, 모차르트나 브람스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여기다 2부에서 연주된 슈만도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슈만의 어린이 정경 모음곡을 매우 아끼는 나로서는 특히 반갑고 고마운 연주였다. 녹음하고 싶었다 ㅠ ㅠ
정말 정말 좋았다. 꼭 다시 듣고싶다. 앨범으로든 연주로든.
그 다음으로 연주한 쇼팽 3곡은 아마도 내가 들은 것 중 가장 우아하고 또렷하고 정갈한, 기품 넘치는 쇼팽이었을 것이다. 흐트러짐 없이 반듯반듯한, 그러면서도 relief가 확연히 드러나는. 이런 말로밖에 표현을 못해서 창피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뭔가 포스와 내공이 느껴지는 연주였다.
앵콜로 연주한, 2009년 샤틀레에서와 같은, 슈베르트의 너무나도 유명한 impromptus (D.899 No.2) 는 어떤 경지에 오른 듯한, 가히 완벽에 가까운 만듦새가 놀라웠다. 난 여기서 결국 녹음을 하고 말았다. 넋이 나가서 한참 듣다가 갑자기 용기내서 하느라 마지막 조금밖에 못했지만.
단단하고 아름답고 힘차고 여리고 부드럽고, 모든 것이 들어있는 황홀한 연주였다. 정말 너무 좋더군. 오른손 정말 훌륭했다.
어쩐지 잘 쓰지 못하겠다. 날씨가 갑자기 너무 좋아져서인가. 나가 놀고싶다.
일본에 더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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