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꼭 다시 써야지
내일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기차를 타러 가야하기 때문에 길게 쓸 수 없다.
사실 길게 쓰고 싶으나 그러면 안될 것 같다.

쇼팽
24곡의 프렐류드
녹턴 2곡
스케르초 no.1
그리고 에튀드 op.25 중 12곡

그리고 앵콜 4곡 ㅠ
말도안돼
정말 믿기지 않는 행운이었다.


앵콜로는
에튀드 revolutionary
ballade no.1
그리고 앗 뭐였지 음 생각 잘 안나는 아마도 etude 중 하나 조금 귀여운 곡
그리고 마지막에는 역시 etude op.10 no.4.


폴리니의 연주는 내가 정말로 "심취"하는 몇 안되는...... 무엇
모르던 감정들을 깨우고 지어본 적 없는 표정을 짓게 하는
그리고 소리가 오는 곳이 다르다. 소리가 나는 곳이 뭔가 다르다 참 신기하다.
그의 피아노를 듣고 있으면 눈을 감아도 다른 연주자의 모습을 생각할 수 없다
전에도 썼지만 정말 새카만 하늘 별을 보고 있는 기분

모든 건반의 울림과 목소리를 알고 있고
곡을 스쳐가는 시간과
소리가 만들어내는 "공간"을 다룰 줄 아는
그런 피아니스트
울림으로 파장으로 어떤 영역을 만드는 그런
분명한 형체가 있는 연주다.

확실히 폴리니 본인의 예전 녹음들이나 최근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작품들에 비해서 등골이 서늘한 박력은 좀 수그러든 듯한 연주다. 그러나 박력만으로 힘만으로 해낼 수 없는
모래알같고 파도같고 바위같은 연주다.

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좋지만
그래도 프렐류드 op.28 9번부터 15번까지 그리고 마지막 세곡 정말 최고였고
에튀드는 모두 대단했다
발라드 1번 좀 속도가 빠르긴 했는데 아 마지막엔 정말
무슨... 영화에서처럼 눈 앞의 장면이 조각 조각 깨져버리는 그런 착각이 들었다
피아노 소리만으로도 그런 헛것이 눈에 보이더라

근 6개월 만에 만나는 폴리니 할아버지 오늘 꽤 즐거워 보이셨다
사람들 반응도 뜨거웠고



다만 내 옆자리 왠 이상한 남자가 자꾸 다리를 떨어서 미칠 것 같았다
하도 다리를 떨어서 (그럼 내 의자가 같이 흔들린다) 한번 얼굴 쳐다보면서 죄송하지만 이거 그만하시라고 말했는데 전혀 미안한 표정도 아니고 들은 척도 안하더라 ㅋ...
자리를 굉장히 넓게 쓰던데 공연 중에 네번이나 내 발을 자기 발로 쳐서 진짜 짜증났다.
그리고 자꾸 자기 수염을 벅벅 긁어대서 미치는 줄 알았음. 발코니 아래로 번쩍 들어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좋은 시간 보내고 와서 이런 말 쓰기 싫지만 정말 너무 싫어서 어디다 말할데도 없고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하긴 이런 싫은 일이라도, 이런 너무나 현실적인 terrestre한 사건이라도 없었다면 정말 그냥 비현실적인 시간이었을 것 같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