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시 salle pleyel에서 공연이 있었다.
정말 죽도록 피곤하지만 잊을까봐 어디라도 적어놓기 위해.
곡은 리게티의 Concert Românesc, 베토벤 피아노 콘체르토 1번, 그리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이었다.
안토니오 파파노의 춤추는 듯한 지휘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아주 움직임이 크면서도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음악 자체에 율동감이 더하고 ..아무튼 거의 춤이었다.
특히 리게티를 지휘할 때는 더 그랬다.
베토벤 때는 솔직히 아르헤리치 보느라고 지휘에 신경을 못 썼다.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아 이런 표현 너무 진부하지만
그녀는
피아노 그 자체라는 느낌이 들었다.
피아노 소리가 온몸으로 피부로 와서 닿았다.
독주를 꼭 한번 들어보고 싶다.
청중들의 열광적이고 집요하고 지칠 줄 모르는 박수세례에 그녀는 앵콜로 두 곡이나 더 연주했다.
합주보다는 역시 솔리스트가 좋다.
숨을 쉴 겨를도 없이 아니 감히 엄두도 못내는 채 온 신경을 집중하여 들어야만 하는
행여나 건반에 허투르게 닿을까 스스로가 조심하고 있을 듯 한 손톱 끝마저도 존경하며 듣게 하는 그런 피아노 솔로가 그저 내게는 최고다.
아르헤리치의 피아노는 강하고 우아하고 가벼웠지만 어떤 다른 형용사들보다도 그저 일종의 완벽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피아노 연주를 많이는 알지 못하니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완벽인지 모르지만..
눈에서 보는 것도 귀로 듣는 것도 믿겨지지가 않는 그런 비현실적인 시간이었다.
음악에서 완벽이라는 것은 어쩌면 누구도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테니 어쩌면 그런 기분 만으로도 나는 그것을 완벽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오케스트라 공연에 갈 때마다 항상 피아니스트들의 솔로 앵콜곡에 경탄하지만 프로그램에는 나와있을 턱이 없으니 곡목을 몰라 애통한 아마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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