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렌보임과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다녀왔다.
말러의 교향곡 10번 아다지오, 그리고 베토벤 교향곡 3번이 연주되었다.
한국에서 8월에 바렌보임의 지휘로 같은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싸이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맛보기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들었다.
말러는 꽤 듣기 좋았고 색깔이 많은 연주였다.
장점이기도 하고 동시에 단점이기도 한 부분이었다.
수석 주자들의 소리가 많이 튄다는 느낌이 들었고 전체적으로 연주가 굉장히 밝다.
바렌보임은 베토벤 3번의 2악장 marcia funebre 가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의 의미를 가장 완전히 보여주는 음악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그 생각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다. 바렌보임이 골라 라디오에서 들려줬던 연주와도, 내가 평소에 들었던 연주들과도 아주 느낌이 달랐다. 뭐 그런 2악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는 연주였다.
1악장과 3,4악장은 꽤 괜찮았다. 아주 빠르고 음량이 크고 강렬한 부분에서는 멋진 합주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좀 부드러워야하고 내성적이어야하고 점잖아야하는 부분에서는 그닥...

어쨌든 나는 바렌보임-사이드 재단과 웨스턴-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의 취지에 무조건 박수를 보내주고 싶고, 오늘의 감동은 무엇보다 그 "생각"에 대한 공감에서 왔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옳아서"가 아니라 "맛있어서" 사먹어 달라던 공정무역 초콜릿 광고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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