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덟시, 보리와 함께 산책을 나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 두번 산책하면서 두번 다 빵집에 들르기를 속으로 희망했으나 두번 다 실패했다 : 첫째로 avenue de saxe에 있는 빵집 앞엔 구걸...하는 아저씨가 아침에도 저녁에도 앉아계셔서 거기다가 보리를 매어두고 안에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음... 내가 무서워하면 안되겠지. 그래도 아직은 좀 괜히... 그 분이 무슨 나쁜 짓을 하지는 않겠지만 가끔 우리집 앞에도 앉아계시는 분이라 눈에 띌까봐 싫었다. 두번째로는 avenue garibaldi에 있는 가장 즐겨찾는 빵집에 저녁에 용기를 내어 들렀지만 역시 강아지를 빵집 문에서 너무 먼 곳에 혼자 매어두어야 해서 포기했다.

처음엔 보리 할머니 조언대로 하니스를 매어 산책했는데 그저께부턴 목걸이로 바꾸었다.
처음 산책 입문을 하기에는 보리의 몸에 큰 부담이 없는 하니스가 좋았지만 벌써 열흘 정도가 지나 걷기에 익숙해진 보리에게 하니스는 이미 나를 제 마음대로 끌고 다닐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보리가 불독같은 자세로 (불독 미안 비하하는게 아니다) 땅을 두 앞발로 마구 밀쳐대며 나를 사방팔방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보기에 굉장히 흉했고, 이를 제지하며 걷다보면 팔 힘도 달렸다. 어쨌든 그래서 목걸이로 바꾸었더니 보리가 전보다 좀 더 헥헥거리기는 하지만 보조를 맞춰 함께 걷기가 좀 더 수월해지고 내가 보리를 손쉽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의 즐거움, 나의 멘토 ㅋㅋ 씨저 밀란의 how to raise the perfect dog 그리고 루브르 책을 몇권 책상에 주욱 늘어놓고 읽고 있다. 그 중 씨저 밀란의 책은 어제부터 읽기 시작해 벌써 반 이상을 읽었을 정도. 아무래도 보리와 함께 살기가 나의 가장 중요한 가장 급한 가장 심각한 관심사이기는 한가보다.

방금 라디오 클라식에서 흘러나온 슈베르트 2대의 첼로를 위한 4중주에 번쩍 귀가 뜨였다.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이어 나오는 것은 줄리니와 LA필의 에로이카 1악장.
아이고 ㅋㅋ 보리 신경쓰느라 그동안 참 음악도 못 들었구나.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