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생일선물로 법정스님이 쓰신 '혼자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받았다.
오랜만에 읽는 한국책인것도 반갑고 사이즈도 적당하고 가벼워서 들고다니면서 열심히 읽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대단한 걸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깊은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괜한 반항심? 때문이었을까
나도 혼자 있는 거 잘 할 수 있어, 하는. 하하
사실 자격지심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친구도 사실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알고서 선물한 걸테고.
프랑스에 와서 나는 정말 또다른 나를 발견했다.
지독하게 외롭고. 구차하게 사람을 타고
유치한 자기연민에 사로잡혀서 정작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고 겉을 맴도는 나날들을
수없이 보내면서도 정작 무엇이 문제인지는 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도 이 상황을 내 스스로 완전히 컨트롤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타지에 혼자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듯 하다.
내가 너무 사람을 좋아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고.
아직 철이 덜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고..
스스로에게 조금 더 집중하고 혼자서 더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를 만날 약속을 할 때 나는 늘 모든 것이 완전히 딱딱 결정되어 있기를 바라는데
장소와 시간은 물론이고 무엇을 할 것인지 어디에서 만나서 같이 갈 것인지 무엇을 먹을 것인지
헤어지고서는 무엇을 할 것인지 뭐 등등
약속 장소로 가면서도 왠지 모르게 이사람이 제대로 오고 있는지, 늦지는 않는지 불안해서
계속 전화로 확인을 하게 되고 혹시나 연락이 안되면 그렇게 안절부절 못할 수가 없다.
나는 내가 (혹시나) 철두철미하고 꼼꼼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 좋게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음..인간 관계에 대한 딱히 이유를 알 수 없는 나의 끝없는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뭐가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걸까?
외로움을 해소하려고 이것저것 해보기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지만
물론 정말 좋은 사람들이 나를 기꺼이 만나주고, 많은 유익한 시간을 보내지만
가끔 정말 우스울 정도로 의미없는 일로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그놈의 외로움 때문에! 라고 나는 생각한다.그리고 그게 맞다. 어쩔줄을 모르고.
더 우스운 것은 사실 그 고독이라는 감정은 누가 곁에 있던 없던 어느때고 치밀어 오른다는 것이다.
집 앞에서 방금 헤어졌는데도 문을 닫고 집으로 막 들어섰을 때의 그 쓸쓸함은,
문득 돌이켜보니 며칠동안이나 아무도 만나지 않았음을 깨닫는 때의 그것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결국은 내게 외로움에 정도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딱히 확실한 이유나 사건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외로운 정도가 늘 비슷하다.
누가 있어도 없어도.
혼자 사는 즐거움이라.
나는 한참 멀은 것 같다. 부끄럽다.
와. 쓰다보니까 되게 pathetique 하게 됐다.pitié.........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야지.
하여간 오늘처럼 하루종일 허탕만 치고 약속도 다 깨지구 이런 날은 약간 굉장히 기분이 안좋다 -
이런 외부적인 요인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지 뭐.
이런 날도 있어야지 다른 날 즐거운 줄 알겠지.
빨리 해가 반짝 반짝 나서 소풍갔으면 좋겠다.
어제 날씨가 정말 좋았어야 했는데. 아쉬워
rectification!
책 제목은 혼자 사는 즐거움이 아니라 "홀로 사는 즐거움"인데 잘못 썼습니다.
전에 발견하고 아차 싶었는데 이제서야 고치네요. (2009.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