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때문인지 유독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2012년이 핸드폰 화면에 달력 한 귀퉁이에 자리를 차지한지 벌써 22일이나 지났다. 친구들과 통화하거나 만났을 때 가장 중요한 이야깃거리는 단연, 이 나이 먹을 동안 대체 뭘 했냐는 자문 내지는 푸념이다. 2년 전 내가 26살이 되었을 때 엄마가 내가 스물 일곱인 줄 알고 징그럽다며 깜짝 놀라시던 기억이 정말이지 생생한데. 이제 스물여덟이나 먹은 딸에게는 도리어 아직 젊다 위로하느라 애쓰시는 걸 보니 푸드득 웃음이 난다.
그동안 뭘 했느냐는 한탄이란 뭔가를 하지 "못했"다는 후회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렇게 넋두리를 주절주절하고 돌아온 저녁은 어쩐지 스스로에게 창피한 기분이었다.
내가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창피함이 아니다.
내가 하지 못했던 일들을, 어떤 대단한 것들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창피함이다.
보들레르처럼 글을 쓰고 싶었던 23살, 마냥 정신이 없었던 24살, 일은 재밌고 공부는 힘들어 갈팡질팡했던 25살, 그저 다 그만두고만 싶었던 26살, 새옹지마 전화위복을 온 몸으로 실감했던 지난 해, 나는 내 그릇에 맞는, 나의 자격에 맞는, 내 시간의 흐름에 맞는 일들을 해왔을 뿐이었다.
그 무엇도 쓸데 없는 일은 없었다. 당장 자축하는 화환을 내걸고 대리석 기념비를 세울 꿈 꿀 것 없다. 더 갈고 닦자. 나의 날들은 내가 준비했던 만큼만 채워져왔다.
올해도 행복하게 건강하게 그리고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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