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정말 몸이 바빠서 긴 호흡의 글을 쓸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그냥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일기 식으로 단순히 나열이라도 해봐야겠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부 다 빠져나가서 없어져버릴 것 같다.
지난 금요일까지해서 2주간의 한국음식문화 페스티벌을 무사히 마쳤고,
(같이 일하는 분께 조금 사고가 있긴 있었지만..)
뒷정리도 돕지 못하고 바로 그날 저녁 런던행 유로스타를 탔다.
안식년으로 런던에 와계시는 아버지 동료 교수님 댁에서 하루를 지내고
오랜만에 가족같은 사람들과 함께 가족적인 주말을 보냈다.
보고싶었던 친구들도 만나고.
갈수록 무거워져만 가는 짐과 심하게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꽉 찬 즐거운 주말이었다.
그리고 일요일 밤에는 기차를 놓쳤다.
아무리 양보해도 내 잘못은 절대 아니었고 sncf쪽에서 내가 탈 기차편이 취소되었던 것을 내게 알려주지 않아서 발생한 사건이었는데 그것때문에 또 기차역 직원들과 말다툼을 좀 했다.
막차였는데 더는 무슨 방법이 없었고 해서 친구집으로 되돌아가 하룻밤을 더 지냈다.
소중한 주말과 침대 한켠을 기꺼이 내게 내준 친구한테 너무 고맙고
그래도 조금더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내심 기쁘기도 했다.
영국에서 차를 많이 사왔다. 차랑 과자.
clipper의 fairtrade the noir, chamomile, ticktock의 rooibos 그리고 goodearth의 mint etc.
영국도 정말 온 슈퍼 안이 organic과 fairtrade 열풍이다.
fairtrade에서 대해서도 언젠가 글을 좀 썼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회사에 영국 차랑 shortbread를 좀 가져가서
사람들과 부엌에서 오손도손 저녁 6시에 늦은 티타임을 가지고.
좋았다.
최근에 소파를 구입해서. 물론 중고로 아주 싸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목욕하고, 따끈한 차 한잔 마시면서 앉아서 책보는게 요즘 소소한 낙이다.
요즘은 베르너 하인리히스가 쓴 컬쳐 매니지먼트를 다시 읽고있는데
일과 병행하면서 이론을 공부하니까 예전보다 확실히 더 머리에 잘 들어온다.
원래도 잡생각이 많고 산만한데다 실제로 "해야하는" 일까지 많다보니
정말 진득하니 앉아서 책에 집중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시간이 없는게 아니라 내가 시간을 내지 못하는 거겠지만.
그리고 어느새 11월이 다가와서 오바마가 미국의 새 대통령이 되었다.
정말 세월이 빠르다는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얘네가 대체 언제 대통령을 새로 뽑나 11월이 오기는 오나, 한참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다른 민감한 정치적 문제들은 제쳐두고서라도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것때문에 괜히 좀 뭉클했다.
부시와 공화당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그리고 물론 흑인이든 백인이든 인종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할 문제가 아닌건 알지만
그래도 아무튼... 조금 찡했다
그들에게 역사가 잘못한 것이 너무 많고 지금도 잘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좀.
이제 정말 그만 쓰고 정리하고 자야지
계속 그동안 제목이 생각이 안나서 괴로웠던 곡이 있었는데
오늘 랜덤돌리다가 우연히 알았다.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 2악장이었다.
정말정말 좋다.
빌렘 켐프랑 클라우디오 아라오를 비교하면서 듣고 있다. 나한텐 그 두사람꺼밖에 없다 ㅋ
스티비 레이 본도 너무 좋고 제프 벡도 좋다. 하긴 계절이 계절이긴 하다.
추위가 매일 아침 더 가까이 오고 있는데도
그래도 요즘 왠지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