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오늘은 보리의 생일.
(우연찮게도 내 동생의 생일은 27일 어제였다.)
보리가 지금까지 나와 함께한 5개월 동안 탈없이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겨우 한살 먹은 요 쪼그만 짐승 ! 이 내게는 얼마나 큰 기쁨이고 소중한 존재인지. 진부하기 이를데 없는 말이지만 그래도 사실인 걸. 보리가 있어 정말 행복하다. 보리가 있으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앞으로도 오래오래 서로 의지하고 아끼며 지금처럼 재밌게 지내자.
깜빡 잊고 화살표를 그리지 않았는데 일단 코스는 저렇다.
처음에는 이곳 저곳 새로운 코스를 개척해보려고 애를 썼는데, 아무래도 산책 코스를 머리 속에 그려놓고 나오는 것은 내가 아니라 보리인 것 같다.
보리는 자기가 가기 싫은 길로는 절대 절대 절대로 가지 않는다.
그 조그만 발로 어쩌면 그렇게 버티는지. 무슨 짐짝처럼 내가 질질 끌고가거나 안아 들고 가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는데, 끌고가면 보기에도 안 좋고 보리도 목 아프고, 들고가면 무거울 뿐 아니라 산책의 의미가 없으니 하기 싫다. 고집이 정말 이렇게 셀 수가 없다.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웬만하면 보리가 가자는 쪽으로 나도 가는데, 대충 이런 코스로 합의를 보게 된 셈이다.
현재 위치로 표시되어있는 파란색 점에서 빨간 길을 따라 출발하여 노랑과 파랑으로 나눠지는 지점에서 보리가 어디로 갈지 선택을 한다. ㅋㅋㅋㅋㅋ여기서는 그나마 두가지의 옵션이 있는 것이다.
요새는 부쩍 노랑색 1번 코스로 많이 가는데, 이 경우 꼭 place Joffre 중간에서 내가 조금 들고 걸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요즘 샹드막스에서 La Parisienne 마라톤 행사를 며칠간 하는 바람에 확성기에 인파에 너무 복잡하고 시끄러워 보리가 겁을 먹고 나아가려 하지 않기 때문인데, 오늘 아침 끝나서 정리하는 것을 보니 이제 괜찮을 것 같다. 오늘은 1번 코스로 다녀왔는데 보리를 들쳐 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2번 길을 나는 사실 선호하는데 조금 짧기는 하지만 무척 조용하고 걷기에 좋다. 1번 쪽으로 가면 너무 사람이 많아서 번잡스럽다. 산책할 때는 개만큼이나 주인의 집중력도 요구된다.
음 지금 passion classique 에서 dowland 의 flow my tears 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구슬프고 좋다.
어쨌든 1번 길로 가는 게 여러모로 운동도 되고 보리에게 더욱 다양한 시각 청각 후각적 자극을 줄 수 있으니 유익한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 역시 보리 맘대로라는 거.
우리집에서 1,2번 코스가 갈리는 avenue Lowendal 중간 지점까지 대충 900미터 정도 되는 것 같다.
대충 매일 아침저녁으로 2km 정도 걷나보다. 1번 코스로 멈추지 않고 걸으면 약 45분 정도 걸린다. 중간에 방해물이 좀 있으면 1시간에서 1시간 반도 훌쩍 지나버린다.
바보 ㅋㅋㅋ
뼈도 뜯고 인형도 놓기 싫고 욕심쟁이
그렇게 앵발리드를 뒤로 하고 집에 오니 이미 3시간이 흘러 있었다.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보리도 좀 쉬게 하고, 저녁밥도 주었다.
아직 해가 좀 남았길래 8시 반쯤 보리랑 다시 산책을 나갔다.
묘한 푸른색이 층층이 어우러진 하늘과 에펠탑과 선선한 바람과 (사실 좀 추웠다) 나뭇잎 바삭이는 소리, 정말 좋았다. 집 앞에서 보리가 앞으로 나가고 싶어하지 않아서 좀 실랑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