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와 하나하나 맞추어가고 서로를 배워가는 것이 지금 당장은 힘들고 막막하게 느껴지더라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아마 다 재밌는 추억으로 남을 거다. 딱 한가지 보리에게 걱정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분리불안이다. 아빠가 가시고나서 갑자기 하루에 하나씩 꼭 꼭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집을 비울 때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 보리와는 인간의 (나의) 언어를 통해 문제를 풀 수가 없으니 오직 목소리톤과 마음과 바디랭귀지로만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요 어린 강아지와의 소통은 그래서 참 어렵고 까다롭지만 한편으로는 승부욕(!)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도전이기도 하다.

오늘은 오후 늦게 산책을 간단히 하고 집에 와서 저녁밥을 준 후 친구랑 라모뜨피케에서 저녁을 먹었다. 보리도 데리고 갔다. 처음엔 이리저리 돌아보고 부산스럽더니 역시 금세 조용해졌다. 하필이면 우리가 움직이던 시간대에 딱 쓰레기 수거차들이 온 골목을 돌아다니고 있어서 보리가 조금 힘들어했다.

할머니가 주셨던 사료가 너무 갓난애기들 용이어서 새 사료를 사 주었다. 사실 보리를 맞이하기 전에 사료를 조금 사놓은 게 있긴 했는데 그건 또 너무 성견용이라 7개월짜리 청소년 강아지에게는 또 맞지 않았다. (사실 그건 잘 모르겠고 보리가 별로 잘 먹지 않았다 ㅠ.ㅠ) 어쨌든 새 사료는 대성공. 그냥 인터넷에서 성분표 비교해가면서 제일 낫겠다 싶은 걸로 일단 1킬로 주문해보았는데 주자마자 보리가 너무 맛있게 먹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흐뭇한 엄마미소를 지으며 애 밥먹는데 눈치없이 한참을 바라봤다.

내일부터는 정말 정해진 시간에 산책하는 버릇을 들이고 정해진 시간에만 밥을 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물론 크레이트 훈련도 제대로 시켜야지. 보리만 신경써도 하루가 이렇게나 잘 간다. 공부는 언제하나. ㅠㅠ큰일이다. 보리가 댓가 ㅋㅋ로 나한테 공부하는 훈련, 책보는 훈련을 좀 시켜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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