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글의 카테고리를 정하기가 어려워진다. 나에게있어 한동안 오늘이란 즉 보리. 즉 오늘-보리=0 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어려울 것도 없다. 그냥 보리로 분류한다.
왜 뿌듯한 하루이냐, 그것 역시 보리 때문이다.

브라이언 킬커먼스의 "Good Owners, Great Dogs"를 아마존에서 중고로 2유로 남짓한 돈에 구입해 벅벅 줄 그어가며 읽고 있다. 여름에 친구...께서...빌려주신... 3권의 강아지 키우기 책 중 한권이었는데, 나중에 왠걸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촌언니가 처음으로 기획에 참여해 펴낸, 특별히 소중히 생각하는 책이라며 추천해주는 것이 아닌가. 씨저 밀란의 책들을 어느정도 다 읽고도 약간 디테일에서 확실히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 이 "훌륭한 주인이 명견을 만든다 (한국 제목)" 가 생각나기에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역시 있었다. 영국에서 배송되어 심지어 아주 빨리 도착했다.
그에 의하면 개를 훈련시키는 방법은 딱 두가지다. Praise, 그리고 Correction. Punishment 란 없다. 내겐 너무 완벽한 보리이지만 한가지 걱정스러웠던 점은 요 며칠 또 산책 나가기를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한가지가 아니군) 걷다가 중간중간 자전거나 킥보드 등에 말그대로 freak out 한다는 것이었는데 ( = 통제불능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 몇몇 정신없는 사람들이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면 보리는 간혹 차도로 도망치는데 이때 차라도 달려오면 정말 큰일이 날 것같다) 오늘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많이 배웠다.
어쨌든 보리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격려하고 이뻐해주며 걸으니 오늘 산책은 한결 편안하고 또 즐거웠다. 그렇게 보리에게 칭찬을 하고 예쁜 말을 해주면서 나 역시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니 금상첨화인 것 같다.

음. 점심때 친구를 만났는데 강아지 얘기를 듣더니 내가 꽤나 애정결핍인 것 같다고 한다.
단지 나는 보리가 내 발치에 와서 앉을 때 너무 행복하고 코고는 소리 들으면 너무 사랑스럽다고 했을 뿐인데 그런 "사소"한 일에 즐거워 하는 것이 좀 이상해보였나 보다. 가끔 스스로도 내가 애정결핍이 아닐까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변명을 하자면 나는 그냥 누군가에게 줄 마음이 너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그러고보면 처음 강아지를 데려오겠다 결심했던 것도 누군가를 가까이서 챙겨주고 애정을 주는 것이 그립고 절실하다는 생각에서 였다. 보리가 나의 그런 바람을, 허전한 마음을 얼마나 채워주고 있는지. 신기한 일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것이 또한 나의 마음을 채우는 것이라니. 참으로 오묘한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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