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해야 할 일에 어쨌든 끝을 내고 나서
갑자기 심심해진 고로.
그간 내게서 저 아득히 멀어졌었던 영화들을 열심히 보게 되었다.

제일 최근에 본 것은 비오던 어제 오후에 혼자 터벅터벅 시내 나가서 보고 온
THE KING'S SPEECH. (우리나라에선 포스터 진짜 안예쁘더라.으..)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다 나와서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무조건 가서 봤다. 당연히 대만족.
무엇보다 영화 내내 멈추지 않고 좋은 음악들만 나와서 더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부분에선 음악 듣느라고 대사를 듣지 못할 정도.
아니나 다를까 왕의 마지막 연설 부분에서는 사랑하는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allegretto가 나왔는데 비올라를 필두로 한 현의 맛이 특히 진하게 표현된 연주였다. (지휘자 Terry Davies와 LSO의 연주였다고 함.)
내가 듣기에는 영화에서 그 장면의 설득력과 중요성보다 흘러나오는 음악의 무게가 지나쳐 자칫 , 이 아니라 실제로, 배경음악이 도리어 영화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위험마저 있었다. 음악이 무겁다는 뜻이 아니라 그 곡 자체의 포스가 대단해서.

그리고 그 클라이막스가 지나고, 모든 것이 평화롭게 마무리 되는 장면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2악장이 나왔는데 여기서는 음악을 참 잘 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마다 너무 대놓고 베토벤 베토벤이라 좀 ㅋㅋ 베토벤이니까 이해하겠다.

처음 왕이 목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에서 나온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역시 정말 너무 좋았다.
영화관 스피커로 크게 들으니까 음 역시 집에서 듣는 거랑은 차이가.




또 얼마 전 집에서 본 (불법 다운 아님 ㅠ) 것으로 "조금 더 가까이" 라는 한국 영화가 있는데.
정유미의 연기를 좋아해서 보고 싶었으나. 아뿔싸. 정유미가 나오기도 전에. 솔직히 처음 씬부터 너무 축축 늘어지고 내 취향이 아니라서 금방 껐다. 제 약혼녀를 찾고있어요. 저 이야기 듣기 좋아해요. 로테르담인데 여기는 갈매기들이 참 많아요. .....네...
그런데도 이 영화 이야기를 굳이 쓰는 이유는 처음에 이 약혼녀를 찾는다는 남자 배우가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al otra lado del rio 가... 나오는 건 좋은데 첫 부분만 무참히 잘려서 삽입되기 때문이다.
왜일까.
마지막 credit 나올 때 원곡 정보가 들어가 있는지 확인했는데 (이건 그냥 버릇이다.)
그것도 없고 요조 노래만 있더라.
음.....왜일까
곡의 익숙한 첫 부분이 흘러 나올 땐 아 짱이다! 이랬는데.
그 부분만 싹둑 잘려 계속 반복 될 때는 무슨 씨디 튀는 것도 아니고 정말 당황했다.
뭔가 찝찝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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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월 14일 (아직은)
그리고 내일은 2월 15일. 날짜 좋다!

정말 정신없이 이런 저런 글들을 읽어야 만 한다.
그래서 뭐가 누구의 글이었는지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하루에도 몇번씩 인상쓰고 고민한다
왠만한 기억력과 집중력 아니고서는 다 외우기 힘들 것 같다.
나는 물론 제대로 못 외운다 ㅋ

나는 음
courajod 만큼 sober 음 간결하고 꾸밈없지만 강하고 분명한 어조의 프랑스어를 마음껏 쓰지 못한다
더욱이 lafenestre 나 focillon 처럼 유려한 문장과 다채로운 단어들을 가지고 시적일만큼 아름다운 글로 프랑스 미술사를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들만큼 감동적인 미술사를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그렇게는 프랑스어를 다루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2-30년은 족히 걸려 이루어 낸 무언가를 매일 읽는 나는 무척 괴롭다.
그들이 쓴 것처럼 글을 쓰고 싶어서 노트에 문장 통째로 베껴 적어보고 외워도 보지만 음
사실 이미 프랑스어가 프랑스어라는 생각 조차 별로 들지 않는다. 한국어로 공부를 해본지가 너무 오래 되고 한국어로 학술적인 글을 써본 적이 별로 없어서 뭐... 내게 논문이나 발표문을 쓴다는 것은 그냥 프랑스어인데, 그렇게 프랑스어가 내 공부머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내 능력은 너무 부족한 것이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무척 답답한 노릇이다.
허참
이제와서 내가 프랑스에서 다시 태어나 자랄 수도 없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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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남자친구 대신 지휘자+피아니스트+오케스트라에 하트뿅뿅 눈빛 보내고 온 발렌타인데이.


안스네스

모차르트도
앵콜의 쇼팽도...정말 좋았다
이미 큰 피아니스트라는 느낌 확
자기 색깔이 이미 드러나는

정갈하고 세밀하면서도 (정말 틀리지 않고 친다) 심지어 프랑스 옛 피아니스트들의 에스프리를 가진 듯 보인다 쇼팽을 칠 때 깜짝 놀랐다. 오히려 쇼팽을 앵콜로 골라 신선했다 ㅋ


그리고 소위 세계 정상급이라는 오케스트라들을 보면

elan을 쉽게 찾고
지휘자도 매우 쉽게 하며
아주 예민하게 반응
단원들 사이 호흡이 잘맞는건 당연한 얘기고
아주 깊다
쉽고 빠르게 깊음에 다다른다
그래서 변화무쌍하고 즐거우면서도 훌륭함을 잃지 않는다
베토벤 7번 1악장에서 플룻과 오보에의 이중창 정말 정말 멋졌다.
바이올린들도 감동적

마리스 얀손스의 지휘법은 정말 마음에 든다
깔끔하고 무엇을 어떤 소리를 내고 싶은건지 어떤 리듬을 타고 싶은건지 명확히 말해주는 몸짓
베토벤에서 그 지휘의 진가 ...완전히 꼭대기라는 느낌

앵콜은 피가로의 결혼 서곡!
무지 신났다
즐겁고 산뜻한 마무리
서곡들을 앵콜로 많이들 선택하는데 서곡으로 콘서트의 막을 내리는 것은 어째 우습다 ㅋ



  • Gioacchino Rossini
  • Ouverture de L'Italienne à Alger
  • Wolfgang Amadeus Mozart
  • Concerto pour piano n° 24
  • Entracte
  • Ludwig van Beethoven
  • Symphonie n°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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