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vu et approuvé/motion picture | 5 ARTICLE FOUND

  1. 2011.02.20 최근에 본 영화들의 삽입곡
  2. 2010.11.16 great migrations
  3. 2010.02.15 Bright Star
  4. 2008.12.24 The Fall (2006) 1
  5. 2008.10.12 怏怏不樂


지난 금요일, 해야 할 일에 어쨌든 끝을 내고 나서
갑자기 심심해진 고로.
그간 내게서 저 아득히 멀어졌었던 영화들을 열심히 보게 되었다.

제일 최근에 본 것은 비오던 어제 오후에 혼자 터벅터벅 시내 나가서 보고 온
THE KING'S SPEECH. (우리나라에선 포스터 진짜 안예쁘더라.으..)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다 나와서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무조건 가서 봤다. 당연히 대만족.
무엇보다 영화 내내 멈추지 않고 좋은 음악들만 나와서 더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부분에선 음악 듣느라고 대사를 듣지 못할 정도.
아니나 다를까 왕의 마지막 연설 부분에서는 사랑하는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allegretto가 나왔는데 비올라를 필두로 한 현의 맛이 특히 진하게 표현된 연주였다. (지휘자 Terry Davies와 LSO의 연주였다고 함.)
내가 듣기에는 영화에서 그 장면의 설득력과 중요성보다 흘러나오는 음악의 무게가 지나쳐 자칫 , 이 아니라 실제로, 배경음악이 도리어 영화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위험마저 있었다. 음악이 무겁다는 뜻이 아니라 그 곡 자체의 포스가 대단해서.

그리고 그 클라이막스가 지나고, 모든 것이 평화롭게 마무리 되는 장면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2악장이 나왔는데 여기서는 음악을 참 잘 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마다 너무 대놓고 베토벤 베토벤이라 좀 ㅋㅋ 베토벤이니까 이해하겠다.

처음 왕이 목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에서 나온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역시 정말 너무 좋았다.
영화관 스피커로 크게 들으니까 음 역시 집에서 듣는 거랑은 차이가.




또 얼마 전 집에서 본 (불법 다운 아님 ㅠ) 것으로 "조금 더 가까이" 라는 한국 영화가 있는데.
정유미의 연기를 좋아해서 보고 싶었으나. 아뿔싸. 정유미가 나오기도 전에. 솔직히 처음 씬부터 너무 축축 늘어지고 내 취향이 아니라서 금방 껐다. 제 약혼녀를 찾고있어요. 저 이야기 듣기 좋아해요. 로테르담인데 여기는 갈매기들이 참 많아요. .....네...
그런데도 이 영화 이야기를 굳이 쓰는 이유는 처음에 이 약혼녀를 찾는다는 남자 배우가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al otra lado del rio 가... 나오는 건 좋은데 첫 부분만 무참히 잘려서 삽입되기 때문이다.
왜일까.
마지막 credit 나올 때 원곡 정보가 들어가 있는지 확인했는데 (이건 그냥 버릇이다.)
그것도 없고 요조 노래만 있더라.
음.....왜일까
곡의 익숙한 첫 부분이 흘러 나올 땐 아 짱이다! 이랬는데.
그 부분만 싹둑 잘려 계속 반복 될 때는 무슨 씨디 튀는 것도 아니고 정말 당황했다.
뭔가 찝찝한 기분이다.




AND






dvd빨리 나와라
vincent cassel의 super classe 나레이션 ㅋㅋㅋ

www.greatmigrations.fr
AND


Bright star, would I were steadfast as thou art —
Not in lone splendour hung aloft the night
And watching, with eternal lids apart,
Like Nature's patient, sleepless Eremite,
The moving waters at their priestlike task
Of pure ablution round earth's human shores,
Or gazing on the new soft-fallen mask
Of snow upon the mountains and the moors —
No — yet still stedfast, still unchangeable,
Pillow'd upon my fair love's ripening breast,
To feel for ever its soft fall and swell,
Awake for ever in a sweet unrest,
Still, still to hear her tender-taken breath,
And so live ever — or else swoon to death.


http://photos.froggytest.com/d/57285-2/Bright+star.jpg

http://englishhistory.net/keats/images/brightstar.jpg


오랜만에 본 정말 슬픈 영화 한 편.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야기의 정석.

AND



official trailer

Title sequence

The Fall (2006), Tarsem Singh 감독

크리스마스 이브 절대 명동은 안가겠다고 다짐했는데 이 영화 때문에 결국.
영화의 시작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은 사실 배경에 깔린 베토벤의 교향곡 7번 2악장과 흑백으로 된 첫 장면들이 너무너무 잘어울렸기 때문이다.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이라는 부제 때문에 솔직히 좀 거부감이 들었었다.
해리포터 이후로 "환타지"물에는 계속 그 비슷한 부제가 따라붙는 것 같다.
해리포터도 워낙 별로 안좋아했던 데다가 나니아도 엄청 실망했었고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겐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여름에 극장에서만 세번 본 쿵푸판다도 있지만 (조금 창피함ㅋㅋ) 벌써 몇년전같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군데군데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날카로운 유머감각,
역시 뛰어난 미장센, 게다가 cg를 하나도 쓰지 않고 전부 수작업했다고 하니. 놀라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마지막의 스턴트 모음도 과장 조금 보태서 정말 천재적이었다. 하하.
딱 맞는 장소를 찾기 위해서 세계를 다 돌아다녔다던데 중간에 에펠탑도 나온다. 깜짝 놀람 :)
그리구 남자주인공 Roy역을 맡았던 Lee Pace 너무 괜찮다. 목소리 완전 좋아.
로이가 제멋대로 지어내는 엉성한 이야기에 나도 푹 빠져서 영화 2시간이 도무지 길지가 않았다.
끝날 때 쯤 되니까 아쉬워서 혼자 인상썼다.
DVD나오면 꼭 살거다. 프랑스 아마존에는 아직 안나왔다. 개봉도 안한 것 같던데 프랑스에도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 맨날 가서 봐야지.
(지금 imbd가서 보니깐 프랑스엔 아직 개봉 계획조차도 없다. ㅠㅠ울고싶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물론 나중에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서 더 여운이 컸긴 하지만
Alexandria가 roy에게 영성체를 가져(훔쳐)다주는 부분이었다.
약간 어처구니 없어하던 영성체를 받아든 로이가
Are you trying to save my soul?
하고 재차 물을 때.
짠하다.
트레일러 끝부분에 나옴.

알고보니 타셈은 the cell의 감독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애니메이션 공부할 때 학원 미술선생님이 색깔과 미장센이 진짜 예쁘다고 하도 추천해주셔서.. 보다가 만 영화.....
새파랗고 새빨갛고 노오란 사막이 화면을 가득 채우던 몇몇 장면만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보고 나오자마자 명동 부루의뜨락으로 달려가서
Carlos Kleiber가 바이에른 주립 오케스트라와 같이 연주한 베토벤 symphony 7번 씨디를 샀다.
2악장 Allegretto만 무한반복중. 이 곡을 쓴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버전은 불가리아 국립 심포니오케스트라와 Deyen Pavlov)
AND



<봄날은 간다> (2001)




“마음에 차지 않고 야속해서 괴로운 기분”을 뜻하는 ‘앙앙불락’(怏怏不樂)은, 연애의 심경을 꿰뚫는 네 글자다. 사랑에 빠진 이의 시간은, 연인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시간과 지나간 만남을 이리저리 곱씹는 시간으로 양분된다. 나머지 시간은 그에게 벽돌과 벽돌의 틈을 메우는 시멘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작 연인과 함께하는 동안은 어떠한가. 이별의 시각이 다가오고 있다는 초조함이 마음의 평온을 위협한다. 연인들은 그래서 가끔 어리둥절해진다. 대체 사랑이 보증한다던 그 완전한 행복의 시간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두 사람의 시계가 일치하는 동안 연애는 희열이다. 내가 십 분 동안 세 번 눈을 마주치고 싶다고 생각할 때 그도 정확히 세 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던지는 한, 사랑은 향기롭다. 그러나 포도주는 쉽사리 쉬고 일식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다. <봄날은 간다>는, 그 ‘매직 아워’를 포착한다.

 

 

서울의 동시녹음 엔지니어 상우(유지태)는, 강릉 라디오 방송국 피디 은수(이영애)와 함께 소리를 채집하러 다니다 사랑을 시작한다. 어느 봄날 저녁 회식 자리에서 빠져나와 길가에 쭈그려 앉은 상우는 멀리 있는 연인에게 전화로 묻는다. “은수씨, 나 그렇게 보고 싶어요?” 택시를 운전하는 친구를 불러낸 상우는 넌지시 떼를 쓴다.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 강릉 산다.” 착한 친구는 가볍게 불평한다. “진짜, 멀리도 산다.” 밤을 가로질러 달린 택시는, 은수가 쪼그려 앉아 기다리는 새벽의 해안도로에 도착한다. 가로등은 아직 총총한데 멀리서 첫닭이 운다. 여자는 달려온 남자가 사랑스럽고, 남자는 기다린 여자가 애틋하다. 용의 목을 벤 기사처럼 의기양양하게 차에서 내리는 남자에게 여자가 달려와 갈급한 포옹을 나눈다. 사랑은 ‘미친 짓’의 기억으로 인해 위대해진다. 이 순간의 긴급함은 오직 두 연인에게만 통하는 정언 명제다. 남자의 껑충한 어깨에 조그만 여자가 팔을 걸자 둘은 포개져 한 그루 나무가 된다. 다시 저들처럼 무모하고 어리석어질 수만 있다면! 오래전 사랑의 봄날을 통과한 관객의 가슴은 견딜 수 없는 질투로 아득해진다.

 

 “좋다!” 새벽 길 위에서 상우는 황홀하게 탄식하고 은수도 동의한다. 다만 남자는 그 시간이 영원하리라 믿고, 여자는 그것이 지속되지 않을 것을 안다. “술 먹으니까 멋있다”고 칭찬한 은수는 계절이 바뀌자 “또 술 먹을 거지?”라고 타박한다. 한쪽이 3분마다 사랑을 확인하길 원하고 상대는 4분마다 확인하면 족하다고 느끼는 순간, 균열은 시작된다. 티없이 행복했던 어느 오후 은수가 흥얼대는 <사랑의 기쁨>을 상우는 몰래 녹음했다. 허밍에 묻힌 그 노랫말은 이르기를, “사랑의 기쁨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영원히 남았네… 그이는 새벽빛에 스러지는 꿈처럼 떠났네. 그러나 심금에 남은 말, 내 사랑은 날 사랑하네”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