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외로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 얼마만인지.
런던이야 늘 거의 혼자갔었지만 가서 친구들을 만나 지냈으니 혼자서 한 여행이라고는 할 수 없을테고, 성당 보러 Amiens 갔었던 건 그날 저녁 파리로 다시 돌아왔으니 그것도 좀 다르다.
아마도 프랑스 남부를 1주일 남짓 여행했던 2004년 여름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번 벨기에 여행은 이렇게 의미가 남다르다.
3박 4일 일정으로 그리 길지는 않지만 꼭 필요했으면서도 지난 몇년 동안이나 미뤄왔었던 여행이고.. 그래서 매일 미술관과 성당을 개장 시간 내내 둘러보아야 할, 어깨가 조금 무거운 여행이다.
무엇보다 날도 더운데 예전 같지 않은 체력으로 아마 고생 깨나 할 것 같은 예감이 사뭇 날카롭다.
혼자서 낯선 도시에서 저녁까지 돌아다니고 낯선 사람 틈에서 밥을 먹고 낯선 사람들과 부대껴 잠을 자고. 몇년 간 어쩌면 피해왔던 일인데 결국은 이렇게 코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은 너무 늦은 감도 있긴 하지만. 전공자로서 실제 배경이 되는 나라에 제대로 한번 가보지도 않고..
아, 안트베르펜은 2006년 가을에 다녀왔었는데 그때는 아직 전공을 정하지 못했던 때라 그때 본 것들로는 정말 충분치 않은 것 같다. 그냥 와 멋있다 생각만 했지.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에 있는 반 에이크의 성 바바라 그림 다시 보고싶다.

제일 중요한 겐트(Ghent)의 Saint-Bavon 성당에 있는 얀 반 에이크의 겐트 제단화.
(사진은 닫힌 모습)

그리고 주요 성당들은 물론이고 작은 교회들이나 고고학적 유적지들도 꼭 들러봐야 하는 것이...
그림에 표현된 건축 요소들이나 공간적 배경들이 실제의 건축물을 어느 만큼 참조했는지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떠날 날이 얼마 안남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사전 조사를 좀더 확실히 해두어야 하겠다.

으. 부담부담
그래도 와플 생각하면서 힘내서 다녀와야지.
문장들을 더 풍요롭고 생생하게 해줄 영감을 많이 받고 왔으면 좋겠다.



ps. 또 한가지 기대되는 것은 브뤼셀에 르네마그리트 미술관과 에르제(Herge)의 땡땡(tintin) 박물관이 얼마전 새로 오픈했다는 점이다. 과연 만 하루만에 다 볼 수 있을지는... 정말 모르겠다 너무 욕심내지 않기로 다짐 다짐
아. 정정! 다행히 에르제 박물관은 브뤼셀 시내가 아니라 Louvain-la-neuve (Leuven)에 있다.
너무 멀구나
이렇게 하나 포기하고 마음을 비움... ^ ^

http://www.legrandjournal.com.mx/wp-content/uploads/tintin.jpg

..땡땡......... .. ... .


아...또 하나
지금 알아보니
마그리트 미술관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픈인데 나는 화요일날 브뤼셀에 있다.
하^ ^



안녕....


http://lyc71-dumaine.ac-dijon.fr/upi/img/guillaume/tableau_guillaum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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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조금 수그러 든 오늘 오후에 salle pleyel에 다녀왔다.
전에 예약해 둔 올해 콘서트들 티켓 값을 지불하고 티켓들을 찾아오기 위해서.

지난 5월 15일 정오, 플레이옐 홈페이지에서 2009/2010년 시즌 학생회원 가입신청 페이지가 열렸다.
어찌나 사람이 몰렸는지 이미 오전 11시 쯤 부터 홈페이지는 거의 마비상태였는데
덕분에 나는 정말 오랜만에 대학교 수강신청 하던 날 새벽의 혼란과 당혹을 생생히 맛보았다.
한동안 잊고있던 새로고침, 새 탭에 띄우기 감각을 되살리려 애쓰며 결국은 가입신청 성공.!
올 3월 초 연간계획이 발표되었던 때부터 카탈로그를 침대 맡 성경처럼 읽으며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20여개의 콘서트를 리스트에서 전부 체크하고 난 후의 안도감이란.

내가 프랑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인 학생, 청(소)년 할인혜택이 salle pleyel에선 특히나 고마운 덕목이 아닐 수 없다.
28세 미만 관객들은, 수강신청하듯 재빠르게 신청만 잘 하면, 일반적으로는 등급별로 10-60유로 사이이거나 가끔은 더 비싼 세계 1류 음악가들의 공연 티켓을 모두 8유로에 구할 수 있다. 좌석의 등급 또한 나쁘지 않은데, 주로 2-3등급의 자리가 배정되고 정말 일찍 예매를 하면 콘서트에 따라서 1등석 또한 흔쾌히 내어준다.

예매 신청을 하고 맘 졸이며 과연 내가 선택한 콘서트들을 다 볼 수 있을지 노심초사 기다렸는데
6월 중순에야 컨펌 메일이 온다.
2009년 7월부터 2010년 9월 사이 총 22개의 콘서트를 179유로에 보게 되었다. (가입비 3유로 포함)



질베르투 질, 윈턴 마살리스, 바렌보임의 피아노와 에셴바흐의 지휘,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웨인쇼터 쿼텟, 피에르 불레즈와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마커스 밀러, 바렌보임 피아노 리사이틀, 정명훈과 에브게니 키신 협연, 아르게리치의 남미 탱고음악 피아노 (완전 기대!), 디디 브리지워터의 빌리 홀리데이에 대한 오마주, 짐 홀 트리오, 또 머레이 페라이어, 클라우디오 아바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Air 까지.
그리고 Pollini Perspectives 시리즈는 한개 빼고 다 예매했다.

한달에 한번은 꼭 가겠구나. 이러다가 어디 여행도 못 가겠다.
다른건 다 혼자가도 괜찮은데 air는 꼭 친구들 꼬셔서 같이 가고싶다 :)
내가 좋아하는 모든 음악을 같이 즐겨줄 수 있는 친구가 없다는 건 어쩌면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긴 아쉽다.
아빠가 있었으면 다 같이 봐줬을텐데. 음. 정말 대디쓰 리를걸 같다...
어쩄든 올해 1년도 잘 부탁합니다 플레이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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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건조했던 어느 아침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 노래.



유튜브에선 라이브 아니면 리믹스 버전밖에 못찾겠다.
deezer에 가면 들을 수 있음. 잉..옛날엔 플레이어도 카피해올 수 있었는데 이제 안되네
(http://www.deezer.com/track/59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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