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vu et approuvé/voyage | 9 ARTICLE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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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11.09 런던다녀와서
  3. 2010.02.14 돌아옴. 아직 베자르에게서는 못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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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9.03.12 albi-toulouse 12-14 mars 2009 2



les 8-9 déc 2010



Aix-en-Provence







Marse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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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도 없이 월요일 아침 궂은 비와 출근인파와 교통혼잡을 뚫고 전쟁같은 아침을 보내고 파김치가 되어 파리의 집에 돌아와, 아침에 세인판크라스역 네로에서 급히 집어온 블루베리 머핀을 테스코에서 75p주고 산 카모마일 차와 함께 먹으면서 . 이것은 참. 다른 맛이다.
정말 이상하단 말이다 딱 2시간 기차타고 왔을 뿐인데 영국과 프랑스는 너무 다르다.
비까지 내려 냄새 고약한 메트로 한 쪽 구석에 몸을 싣고 주위를 둘러보면 그래도 5년이나 살았다고 이 우스운 친근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저돌적으로 여행가방을 끌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나를 향해 짓궃게 니하오를 외치는 이 중생들마저도 반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반가움은 그때 뿐 1초도 안갔다. 아마도 그건 착각이었을거다 ㅋ)
3일 동안 런던은 정말 죽도록 추웠고 대도시답게 튜브나 길거리에 가득한 인파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그래도 파리에 있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런던에 쉽게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것 같다. (물론 파리는 런던과 비교가 안되게 좋다.나한테는!) 런던 사람들은 너무 말이 많고 슈퍼에 가도 카페에 가도 미술관에 가도 이런저런 캠페인도 선전도 이벤트도 너무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는 통에 그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조금 지워져버리는데 그 당혹스러운 느낌이 재미있다. 파리에서는 내 자신이, 내 발걸음이 너무 중요하고 내 혼잣말의 소리가 그 메아리가 너무 큰데 말이다. 런던의 소음은 내 목소리를 잡아먹는다. 뭐랄까. 아귀같은 도시. 좀 무섭네 말이............
아무튼 덕분에 알찬 주말을 보냈군.


아쿠타가와의 단편집을 몇년만에 다시 다 읽고 그 찜찜하고 우울한 기운을 벗어버리고 싶어 Jean d'Ormesson의 Et toi mon coeur pourquoi bats-tu? 를 집어 들었다. 아쿠타가와를 좋아하고 읽을 때는 늘 무섭게 집중하게 되지만 읽고 나서의 그 상상의 상실감 (뭐라고 해야하나 실제로 잃은 것은 없는데 뭔가 쑥 빠져나간 것 같은 그런 기분) 과 인간에 대한 미움은 감당하기가 두렵고 어렵다. 그러나 두자춘(杜子春)을 읽고는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을 참느라 고생을 했다.
Jean d'Ormesson은 최근에야 읽기 시작했는데 글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다 너무 좋다. 향기가 나는 글이란 과연 이런 것일까 싶다...


bond street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사진이 너무 밝아서 잘 안나왔는데 조명이 커피잔을 뒤집어 놓은 모양이었다. 귀여움 ㅋ 스타벅스에 제발로 들어가보기는 거의 1년만인 것 같다. 런던만 가면 이상하게 스타벅스가 땡기더라. 무지 단 차이티라떼에.


아, 제이미 올리버가 최근 오픈했다는 Jamie's Italian에 다녀왔는데
antipasti (프로슈또 살라미 등등 on plank)와 내가 주문한 오늘의 요리 -  Seafood Risotto는 평균 이상은 했으나 친구들 중 몇몇이 시킨 Bucatini Carbonara는 정말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맛이 없었다. 뭐 이런 음식을 만들었는지. 이 충격적이고 실험정신 넘치는 카르보나라 때문에 모두가 경악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에 대해 농담하느라 역설적으로 저녁이 더욱 시끄럽고 화기애애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것 참 고맙다고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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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트베르펜에서의 3일은 아니나 다를까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좋았지만 사실 정신 못차리도록 추운 날들이었다. 파리에 돌아와 반가움도 잠시, 북역 플랫폼에 발을 내딛으니 이게 웬걸, 북쪽에서보다 훨씬 더 차거운 바람이 모질게도 불더라. 버스도 다 끊긴 시간, 다행히 친구들 스케줄이 변경되어 택시를 같이 나눠타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여장을 풀고 그동안 못들었던 음악을 맘 편히 들으면서 여행을 정리할 겸 또 몇 자 적어본다.
사실 이번에는 벌써 세번째 방문이라 딱히 여행자다운 일은 한 것이 없고 이미 저번에 자세히 쓴 것에 굳이 더 할말이 있을까 싶다. 사진은 나중에 올려야지.

하지만 꼭 문자로 남기면서까지 바득바득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베자르의 발레 공연인데.
정말 그 공연은 내가 이제껏 알지 못했던 형형색색의 끝이 없고 마르지 않는 감동을 안겨준 특별한 경험이었다. 일단 간단하게만 써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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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에 나온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Gil Roman의 작품 외에 베자르의 것으로는 Ce que l'amour me dit, 그리고 Bolero 이렇게 두 가지가 상연되었는데,
알고보니 첫번째 작품에 쓰인 음악은 말러의 것이었다. (교향곡 3번 제6악장)
무용수들을 눈으로 좇는 동안에도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서 내가 지금 행복하다면 이것은 저 몸짓들 때문인지 아니면 음악의 이 강력한 힘 때문인지 수없이 묻게 했던 작품.
베자르는 , 혹은 안무가들은, 혹은 예술가들은, 이렇게 글자 하나, 말 한마디 없이도 말을 할 수 있구나........하는, 어쩌면 매우 당연한 명제에, 그 경이로움에 소름이 다 끼쳤다. 그저 움직임을 보고 음악의 선율을 듣는 것 만으로도 그가 하는 말을 생생히 듣고 이해하는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소통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노력이 나에게 와 그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 내게 말을 걸어오는 누군가의 정신이 눈 앞에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눈" 앞에 있는 것이다.
어떤 대답을 하여 어떤 대화를 이끌어나갈지는 나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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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에서 음악을 듣다 보면 음이 어떤 형상으로 혹은 빛깔로 눈에 보이는 느낌이 드는데, 무용을 보고 있으니 이 시각적 체험은 다시 촉각으로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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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레로의 경우 약간 아쉬웠던 점은 독무를 추는 무용수가 그 Elisabeth Ros 가 아니라 다른 사람(Bernice ...성이 기억이 안난다. Coppieters 이런 비슷한) 이었다는 것인데, 사뭇 낯선 부드러움과 유연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갖추었으나 본래 내가 기억 - 기대하고 있던 힘차게 뿜어져나오는 생명력이라던가, 절망마저도 언뜻 비추는 듯한 그 전율과 극적인 감정의 분출같은 것은 거의 없었다. 아쉽다.. 대신 Elisabeth Ros는 Ce que l'amour me dit와 Gil Roman의 Aria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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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소설 같은 것에 너무 빠져 지내다 보니 원래의 전공 분야에 충실치 못하고 너무 다른 것에 관심이 많다는 자책을 요즘 심하게 했으나 결국 예술은 한 길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스스로를 나무라지 않기로 했다. 무엇을 찾아내느냐가 문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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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친구랑 안트베르펜(Antwerpen, Antwerp, 혹은 Anvers) 에 다녀왔다.
맛있는 거 잔뜩 먹고 운좋게 잡은 좋은 호텔에 미술관도 다시 꼼꼼히 보고.
무엇보다 바깥 바람을 쐬고 일과에 대한 부담 없이 쉬다 올 수 있어서 좋았다.
비 때문에 우중충한 안트베르펜의 처음 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춥긴 좀 추웠지만.
난 정말 이 도시를 좋아하는 것 같다. 싼 물가와 친절한 사람들, 훌륭한 미술관, 맛있는 음식, 맥주에 고풍스럽고 압도적인 대리석 저택들과 전후 모스크바를 떠올리게 하는 (가본적은 없지만) 멋없이 빛바랜 고층 사무실 건물들, 북유럽 가장 특징적인 오밀조밀한 뾰족 지붕의 다닥다닥 붙은 옛 건물들 까지 질리지 않는 다양한 얼굴들을 가진 도시이다.
내년 2월에 또 갈 계획이다. 모리스 베자르(Maurice Béjart) 페스티벌이 있어서.
드디어 그의 볼레로를 보러간다. 두근두근두근 진짜 엄청 기대된다. 으으.



안트베르펜의 시청 건물. 이렇게 흐리고 어두웠다. 아직 점심도 먹기 전 시간의 모습.
하루종일 꾸물꾸물한 날씨더니 결국 비까지 엄청 쏟아져 미술관과 그 옆 북까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호텔로 잠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래된 유명 초콜렛 가게 Burie 쇼윈도우에서 찍은 손바닥 모양 쿠키들과 초콜렛.

안트베르펜의 상징은 꼿꼿이 편 손바닥 모양이다.
왜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역시 도시의 탄생 설화? 와 관련이 있었다.
옛날에 Antigoon이라는 흉폭한 거인이 근처에 살았다. 그는 강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통행세를 거두고, 그 돈을 내지 못하면 손으로 그 사람들을 확 밀어서 강으로 빠뜨려 버렸다고 한다.
어느날 길을 지나는 Brabo라는 이름의 소년이 참다못해 그 거인의 손을 잘라 강에 던졌다는데,
이 전설에서 도시의 이름 자체가 비롯되고 있다. Antwerpen 은 네덜란드 어 Hand와 Wearpen 의 합성어인데, 이는 각각 손, 던지다 라는 뜻이다. 고대 영어로는 Hand+Wearpan 이고 여기서 도시의 영어 명명인 Antwerp가 왔다고 한다.
(http://en.wikipedia.org/wiki/Antwerp 참조)

 File:AntwerpenSchild.gif
위키페디아에서 찾은 안트베르펜의 문장.


http://www.kapelleopen.nl/DeKoninck_logo.GIF

안트베르펜에서 가장 흔히 마시는 맥주 중 하나인 De Koninck의 마크에도 빨강색과 손바닥 모양이 활용되었다. 위에 맥주컵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귀엽게 손바닥이 그려져있어서 그걸로 건배 겸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다. ㅋㅋㅋ




역시 Burie의 쇼윈도우에 진열된 A 모양 과자. 귀엽다 ㅋㅋ



안트베르펜 구시가의 중심지, grote markt. (Grand Market)
여기에 서있는 동상이 바로 거인의 손을 던져버리는 Brabo의 모습이다.



Grote Markt와 Cathedral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pub에서 점심을 먹었다.
저렴하고 맥주 종류가 다양해서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던데 역시 생맥주 25cc가 1.9유로로 정말 놀라운 가격이 아닐 수 없었다. (파리에서는 보통 3.5-4유로)
내가 주문한 것은 가게 이름을 딴 omelette이었는데 버섯, 햄, 치즈, 감자가 다 들어가서 좋긴 했는데 생각보다 치즈가 너무 많아서 좀...느끼해서 먹다가 질려버렸다.
그래도 무엇보다 싸고, 펍 내부의 분위기가 아늑해서 다음에도 또 갈 것 같다.

혹시나 펍 이름은 Paeters Vaetje 이고, 주소는 Blauwmoezelstratt 1 이다.



여행 둘째 날 근처 카페에서 시켰던 우유커피. 꼭 한국에서 먹는 라떼 같아 신기했다.
참 참 이 카페는 신기하게도 정말 신기하게도 실내에서 흡연이 가능했다.
나는 좀 괴로웠지만 ㅋ



대학교 주변으로 추정되는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도서관 앞에서 발견한 바이올리니스트 아저씨.
연주 실력이 정말 수준급이셔서 정신 없이 구경하다가. kreisler에 이어서 갑자기 misty를 연주하시는게 아닌가. 와. 내가 엄청 좋아하는 노랜데 바이올린으로 들으니 또 색다르더라.
다 듣고나서 소심하게 브라보를 외쳤-다기 보다는 중얼거리고 박수를 치다가 괜히 창피해서 도망갔는데. 친구가 옆에서 보고 아저씨가 아주 환하게 웃어주셨다고 해서 기뻤다  ㅋ

사실 바쁜 사람 같으면 하루 정도에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도시인데 세번째 가니 전보다 훨씬 더 구석구석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아무튼 난 벨기에가 정말 좋다. 겐트랑 안트베르펜 정말 완소.
틈 날 때마다 꼭 꼭 또 가고싶다. 미리 예매하면 기차표도 별로 비싸지 않고. 아.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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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8일 아침 나는 브뤼셀을 떠나 겐트로 갔다.
겐트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은 다른 벨기에의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제한된 것들 뿐이었는데 꼽아보자면 Jan van Eyck에 의해 1432년 완성된 겐트 제단화 (Retable de l'Agneau Mystique, retable de Gand, etc)를 볼 수 있다는 것,
음...인구의 1/2가 대학생인 대학 도시라는 것 정도 ?
아...정말 없는 것 같다
다녀온 이후인 지금 생각해 보려고 해도 사실 정말 아는 것이 없다. 공부를 너무 안 해갔다.
그래도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는 것 만은 꼭, 감히, 말하고 싶다.
그렇게 춥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딱 알 수 있었다. 정말 여러모로 "적절한" 도시라는 것.

물론 여느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과 같이 크기는 아주 작은데,
면적 만으로는 서울과 과연 비교조차 하기가 겁난다.
파리가 서울의 1/5 크기라고 하는데 행정구역 상의 겐트시는 아마 파리의 1/10이나 될려는지.

헉. 여기까지 써놓고 인터넷 찾아보니 정말 충격적인 사실 발견.
서울의 면적은 605,52 km2, 파리는 105,42 km2, 겐트는 156,18 km2 이었다.
역시 나의 여행자의 눈썰미는 그닥 믿을 것이 못되는 가 보다. 근데 정말 충격이다.
파리보다 오히려 크다니....뭐야 무어ㅑ무어ㅑ뭐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서 지도도 가져왔다.




Agrandir le plan

아무튼 겐트 정말 시내 시내 중심가만 생각한다면 정말 무지 작았던 것 같은데 주택가가 많은가.
하긴 대학 도시라는데 난 대학교를 보지도 못했으니 내가 본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나 보다.
맞다 그렇긴 하다...
날씨가 너무 흉악해서 얼마 돌아다니다가 피곤해서 호텔로 금방 돌아오기도 했고 하니.

어쨌든 내가 이렇게 겐트를 좋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도시 곳곳에 중세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겐트는 내가 공부하는 15세기 플랑드르 미술사에서 지리적으로도 그렇지만 그 시대적 중요성과 영향력으로 또한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내게 이름과 그 막연한 이미지만은 매우 친숙한 도시인 것은 분명하니깐.. 깊이 들어가면 실제로는 아는 게 없어서 그렇지...

겐트에서는 플랑드르 어를 사용한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별로 없고 프랑스어를 하냐고 물어보는 것이 꽤 실례되는 말이라고도 어디서 들은 것 같다. 벨기에를 프랑스의 한 지방 정도로 생각하는 옛날의 편견 같은 것에 대한 ㅡ 한편 매우 이해가 가는ㅡ 예민함에서 비롯된 것일까?
말이 안통하는 곳에 여행가는 것은 오랜만이라 난 정말 겁이 났지만
그냥 손짓 발짓으로 열심히 대화에 임했고
시간이 조금 지나 알고보니 사람들은 보통 무리없이 영어를 했다.
아..


아래 사진들은 내가 묵었던 monasterium 호텔. (www.monasterium.be)
정말 좋은 곳이다. 깔끔하고 조용하고 시내에서 멀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아침 식사는 15유로로 약간 비싸긴 하지만 정말 훌륭하다.
(나는 프로모션 기간이라 무료로 먹었다 ^_^)
난 정말 이 호텔이 마음에 들었다.
겐트에 꼭 다시 와서 이 호텔에서 또 묵을 생각이다.
좀 날씨 때문에 우중충해 보이긴 했는데 사실은 그도 그럴것이,
중세 수도원을 개조한 곳이라서 특유의 금욕적이고 간소한 분위기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금도 아마 수녀님들이 계신 것 같다.

호텔 내의 레스토랑이다.
역시 예배당을 이렇게 개조했다.


겐트 시내로 들어가는 Sint-Michael 교를 건너며 찍은 사진.
왼편으로 유명한 Beffroi (belfry, 시계종탑?)이 보인다.
플랑드르 화가들의 그림에 심심치 않게 배경으로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시야를 메우는 플랑드르 특유의 건축물들.


얀 반 에이크의 겐트제단화를 소장하고 있는 Cathédrale Saint-Bavon의 내부 회랑? nef에서 콰이어 chœur 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일반 고딕 건축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놀라울 만한 특징이 세가지나 있는데
하나는 사진에서 보듯이 콰이어 쪽이 흰 벽으로 막혀있다는 점,
두번째는 벽면이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이건 진짜 놀라운데 이 성당에는 !
장미창이 없다. 고딕 성당의 꽃, 정말 문자그대로 꽃인 장미창이 없다니.
그리고 고딕 종교건축의 정석이라면
뭐니뭐니해도 nef쪽에서 chœur 를 볼 때 쭉 시원하게 뻗은 공간에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를 통해 쏟아져내려오는 빛의 스펙트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성당은 참 많은 의외성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곳이었다.
벽돌건축이야 뭐... 사실 가끔 다른 양식의 성당들에서 볼 수 있기는 하다.
고딕 건축물의 뼈대에 붉은 벽돌의 조합이 이색적일 뿐이지 딱히 안될 것은 없을 것 같다.



이 콰이어 반대편 그러니까 파사드 방향 narthex쪽으로 겐트 제단화가 전시된 공간이 있다.
제단화가 본래 놓여지도록 되어있었던 주문자 Vijd의 funeral chapel에는 동일한 크기로 제작된 모조품이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서 그 유명한 나무 창살? 의 그림자를 실제 광원과 맞춰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글로 쓰려니 정말 어렵구나.
얀 반 에이크의 대단한 점은 정말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겐트제단화의 닫힌 면에서 우리를 경탄하게 하는 점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매우 정교하게 계산된 trompe l'œil 인데..

위의 이미지(수태고지 장면)에서 보듯이, 제단화의 실제 나무틀이 빛을 받아 그림 안 쪽으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다.
이 그림자는 제단화가 놓여지게 되어있었던 주문자인 Jodocus Vijd의 예배당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방향과 일치하도록 그려져있어 더욱 놀랍다.
게다가 마치 해시계의 원리처럼, 당시 예배를 드리던 시간의 태양의 고도에 맞게끔 그림자의 각도를 계산했다고 한다.
정말 무섭도록 치밀하고 비상한 사람이다.


휴 빨리 성당에서 나와야지 이거 쓰느라고 밤을 샐 것 같다
겐트 시내를 관통하는 두개의 강.
강에서 보트도 타고 하더라.



날씨 좋은 어떤 날 마음맞는 친구들이랑 놀러가서 보트도 타고 맥주 한잔 하고 오고 싶은 도시다.
내가 가보지 못한 도시 남쪽에는 커다란 공원 (시타델 파크)이 있는데
그 곳에 시립 현대미술관과 고전미술관이 있다.
큰 브뤼겔과 작은 브뤼겔, 렘브란트 등을 비롯해서 각 시대의 유명한 플랑드르 예술 작품들이 많지는 않아도 "적절히"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그림 본다는 핑계로 꼭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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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일간의 벨기에 여행을 끝내고 파리로 돌아온 저녁.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나 벨기에가 너무 좋아졌다.
플랑드르 어를 진짜 배웠으면 좋겠다.
가물가물하지만 언젠가 독일어를 했던 기억이 있긴 있어서. .
단어들이나 문법이 그렇게 낯설진 않았다.
암튼.

벨기에 여행의 고전, 하이라이트라는 브뤼셀, 겐트, 브뤼헤, 안트베르펜 이렇게 네 곳의 도시를 각각 하루씩 둘러보았는데,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들은 벨기에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들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색다른 매력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많은 시간적 여유가 없는 여행자들에게도 벨기에의 다양한 면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여주는 장소들이 아닌가 싶다.

저번에도 썼지만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다름 아닌 자료수집이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찾아가봐야 할 곳은 아주 명확히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막상 도착해서 다른 좋아보이는 것들에 눈길이 가더라도 포기할 것과 아닐 것을 결정하기가 조금은 쉬웠던 것 같다.
다만 이성으로는 포기하는 데 마음 깊숙히 좀 안타까운 것들이 많았다. 어쩔 수 없지.

가장 먼저 방문한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여기서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은 우선 벨기에 왕립미술관 (Musées Royaux d'art et d'histoire de Belgique), 브뤼셀 역사박물관(Musée de la ville de Bruxelles),
그리고 생 미셸 생 귀뒬 성당(Cathédrale Saint-Michel-et-Gudule) 이렇게 세군데 정도였기 때문에 사실 시간 여유는 많이 있었다.
그리고 호텔도 정말 시내 정중앙에 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느긋하게 관광을 할 조건은 충분했다.



이번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준 완소 론리플래닛 벨기에 4개 도시 종합세트.
론리플래닛 가이드들은 지도가 정확하고, 소개된 맛집들이 정말 다들 괜찮아서 아주 좋아한다.
사실 다른 가이드북들은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요새 어떤 또 좋은 것들이 나왔는지 잘 모른다.
그냥 론리플래닛이 있으면 그걸 산다.



브뤼셀에서 만난 고딕성당, 생미셸 에 귀뒬 성당.
Michel은 모두가 잘 아는 대천사이고 Gudule(Gudule de Bruxelles)은 7-8세기 경 브뤼셀에 살았던 성녀로, 벨기에와 브뤼셀의 수호성인이라고 한다.
기존에 있던 생미셸 성당에, 브뤼셀 백작이었던 Lambert II de Louvain이 1047년 성당 내에 귀뒬을 위한 예배당을 짓고 성녀의 유물들을 옮겨와 보관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아마 명칭이 변경된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좀 예기치 못한 일이 있어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내부에 들어가보진 못했다.
나중에 겐트에서 Saint-Bavon 성당에서 가이드 투어를 받음으로써 좀 위안을 얻었다.



브뤼셀과 벨기에에 몇 번 와봤다는 친구가 말하길 벨기에에는 아주 유명한 인명이나 기릴 만한 무언가가 별로 없어서 길 이름들이 다들 .. 좀 일반 명사를 길 이름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했다.
과연 벨기에 사람들도 동의할 만한 발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길 이름들이 재밌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거나 대도시인 파리와 비교하면... 길 이름들이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다.
윗 사진에서 보이는 길 이름은 "예수의 이름"
브뤼셀 지도를 들여다 보면 "빵집 길", " 법의 길", "예술의 길", " 왕좌의 길 (ㅋㅋ)",
"룩셈부르크 광장", "르네상스 대로", "50주년 광장", "황제의 대로", "궁전 광장", "목동의 길"
이런 길 이름들이 많다.
쉽고 귀엽긴 한데... ㅎㅎ 암튼 재미있다.



너무 귀여운 보도블럭 그림
강아지 응가를 길에 방치하지 말라 이런 뜻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마드리드의 곰 문장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귀여운 것 같다.
마드리드 문장이 물론 더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을 것 같긴 한데.



여기는 론리플래닛에서 보고 찾아간 단 것을 파는 가게 A.M.SWEET (rue des Chartreux 4)
예쁘긴 예쁜데 둘러보니
다 파리에 있는 거라서 그냥... 아..예쁘다 이러고 나왔다.
사실 (의외로) 단 거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ㅋ
건너편에는 greenwich라는 이름의 brasserie가 있다. 이 집 또한 가이드북에 나온 집으로
꽤 유명하고 전통이 있는 맥주집인 것 같다.
내가 갔던 날은 공사중이었는지 휴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 이유로 닫혀있어서 론리플래닛에서 칭찬 하는 맥주 맛을 보지는 못했다. 이것도 좀 (많이) 아쉽다.



브뤼셀의 왕립미술역사박물관 파사드, 를 옆에서 찍은 것.
특별전으로는 벨기에 출신 만화가의 전시랑 또 다른 화가... 의 전시가 있었는데 왠지 플랑드르 작품들 방에서 시간을 많이 뺏길 것 같아서 특별전에는 아예 처음부터 눈을 돌리질 않았다.
물론 "특별전"에 대한 욕심과 아쉬움은 브뤼주에서 풀었다.



새로 만든 르네마그리트 미술관. 왕립미술관 바로 옆에 붙어있다.
하얗고 매끈한 뭔가 새로 만들었다는 티를 팍팍 내는 듯한 건물 외벽이 왠지 Whiteread를 생각나게 했다. 깔끔하긴 한데 좀 더 때가 탔으면 좋겠다. 혼자 새 실내화 신고 학교 처음 간 날 같다.



마그리트 미술관의 창문? 쇼윈도?! vitrine 장식. 너무 잘해놓은 것 같다 ㅋ
그리고 나는 나의 소소한 자랑거리 중 하나인 초소형 분홍색 우산을 쓰고 갔다.


* 충격적인 것 : 브뤼셀에서 밥을 한끼도 안 먹었다. 점심은 exki라는 (파리에도 아주 많이 있는) 벨기에 유기농 음식점 체인이 있는데 거기서 요구르트 하나 먹었다. 저녁은... 좀 이래저래 사건도 있었고 그 때문인지 뭔지 배도 안 고파서 그냥 건너 뛰었다. 사실 혹시나 밤에 배가 고파지면 어떡하나 싶어서 슈퍼에서 milka 초코렛바를 하나 사긴 했는데 한입 먹어보니까 너무 너무 달아서 못먹었다.

* 충격적인 것 두번째 : 26세 미만이라면 벨기에의 거의 모든 박물관 미술관 역사유적들은 1유로에 입장할 수 있다. 정말 놀랍다. 아. 여기까지 써놓고서 생각해보니 프랑스는 26세 미만은 아예 무료구나. 모야..왜 놀랬지?! 그냥 1유로라는게 너무 싸게 느껴져서 그런가보다. 시시하다 ....

* 충격적인 것 세번째 : 이건 진짜 충격. 정말 추웠다! 파리에서 3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시달리다가 기차로 2시간 떨어진 벨기에에 갔더니 16-18도를 오가는 초가을 기온이 날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그리고 비바람이 엄청 몰아쳐서 그게 정말 힘들었다. 한겨울 한국에서 바깥에 (특히 버스정류장 같은데) 서있으면 찬 바람을 맞아서 머리가 띵해지는 그런 느낌을 7월 초 벨기에에서 맛보다니.
여름옷만 가지고 갔는데, 돈 아끼려고 정말 참고 참다가 결국 이튿날 오후에 긴바지를 샀다. ㅠ ㅠ

* 묵었던 호텔. Hotel de la Madeleine이라는 이름으로, 별 2개짜리에 가격은 1인실이 45유로 정도 했다. 나쁘지 않은 아침식사가 포함된 가격이고, 샤워실과 개수대는 있는데 화장실은 복도에 있다. 남녀가 같이 써야해서 (그리고 아주 청결하지는 않아서) 복도 화장실은 사용하지 않았다.

침대는 야전침대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군대에 가보진 않았지만) 전체적인 방이나 호텔 내부 인상이 그래서 그런지 시트도 깨끗한지 그다지 신뢰는 가지 않아서 가져온 수건을 깔고 잤다.
다만 위치는 정말 정말 너무 좋고, 직원들이 친절하고 아침식사가 괜찮다는 건 큰 장점인 것 같다.
그리고 위치나 도시의 전체적인 물가에 비하면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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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외로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 얼마만인지.
런던이야 늘 거의 혼자갔었지만 가서 친구들을 만나 지냈으니 혼자서 한 여행이라고는 할 수 없을테고, 성당 보러 Amiens 갔었던 건 그날 저녁 파리로 다시 돌아왔으니 그것도 좀 다르다.
아마도 프랑스 남부를 1주일 남짓 여행했던 2004년 여름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번 벨기에 여행은 이렇게 의미가 남다르다.
3박 4일 일정으로 그리 길지는 않지만 꼭 필요했으면서도 지난 몇년 동안이나 미뤄왔었던 여행이고.. 그래서 매일 미술관과 성당을 개장 시간 내내 둘러보아야 할, 어깨가 조금 무거운 여행이다.
무엇보다 날도 더운데 예전 같지 않은 체력으로 아마 고생 깨나 할 것 같은 예감이 사뭇 날카롭다.
혼자서 낯선 도시에서 저녁까지 돌아다니고 낯선 사람 틈에서 밥을 먹고 낯선 사람들과 부대껴 잠을 자고. 몇년 간 어쩌면 피해왔던 일인데 결국은 이렇게 코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은 너무 늦은 감도 있긴 하지만. 전공자로서 실제 배경이 되는 나라에 제대로 한번 가보지도 않고..
아, 안트베르펜은 2006년 가을에 다녀왔었는데 그때는 아직 전공을 정하지 못했던 때라 그때 본 것들로는 정말 충분치 않은 것 같다. 그냥 와 멋있다 생각만 했지.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에 있는 반 에이크의 성 바바라 그림 다시 보고싶다.

제일 중요한 겐트(Ghent)의 Saint-Bavon 성당에 있는 얀 반 에이크의 겐트 제단화.
(사진은 닫힌 모습)

그리고 주요 성당들은 물론이고 작은 교회들이나 고고학적 유적지들도 꼭 들러봐야 하는 것이...
그림에 표현된 건축 요소들이나 공간적 배경들이 실제의 건축물을 어느 만큼 참조했는지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떠날 날이 얼마 안남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사전 조사를 좀더 확실히 해두어야 하겠다.

으. 부담부담
그래도 와플 생각하면서 힘내서 다녀와야지.
문장들을 더 풍요롭고 생생하게 해줄 영감을 많이 받고 왔으면 좋겠다.



ps. 또 한가지 기대되는 것은 브뤼셀에 르네마그리트 미술관과 에르제(Herge)의 땡땡(tintin) 박물관이 얼마전 새로 오픈했다는 점이다. 과연 만 하루만에 다 볼 수 있을지는... 정말 모르겠다 너무 욕심내지 않기로 다짐 다짐
아. 정정! 다행히 에르제 박물관은 브뤼셀 시내가 아니라 Louvain-la-neuve (Leuven)에 있다.
너무 멀구나
이렇게 하나 포기하고 마음을 비움... ^ ^

http://www.legrandjournal.com.mx/wp-content/uploads/tintin.jpg

..땡땡......... .. ... .


아...또 하나
지금 알아보니
마그리트 미술관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픈인데 나는 화요일날 브뤼셀에 있다.
하^ ^



안녕....


http://lyc71-dumaine.ac-dijon.fr/upi/img/guillaume/tableau_guillaum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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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 따뜻한 햇살 그대로 날 기다려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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