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에서 "참수당한 산"이라는 르포 기사를 하나 읽었다.

미국 appalachia 고산지대 내에서만 500여개의 봉우리가 석탄 채굴 및 개발의 목적으로 잘려나갔고 부분적으로 파괴되었으며 이제서야 국가적 이슈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내용.

사진을 보니 끔찍하다. 산의 사진이었는지도 처음엔 몰랐다.

한국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걸로 알고있어 대단한 충격은 아니었지만

기사가 전달하는 내용이 씁쓸하고 한스러운 것은 여전하다.

에리히 프롬의 to have or to be를 얼마전에 샀는데 아직 인트로밖에 못 읽었지만 아무튼...

70년대에 이미 했던 말을, 이미 상투적으로 느껴지리만큼 익숙한  현대 산업문명에 대한 자성의 말들을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또 반복해야 하다니.

게다가 갈수록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고삐 풀린 말처럼 더 개발과 개발 소비와 소비로만 달려가는 이 사회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신문만 몇 쪽 들여다 보아도 셀 수 없이 많은 문제들이 세계 곳곳에 뿌리 깊이 곪아있는데 (적어도 아직 뭘 잘 모르는 내게는 다 압도적으로만 보인다.) 어떤 정치인이, 아니 어떤 개인이 이 모든 에 대한 명료한 해결책을 가질 수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흔들리지 않는 신념, 철학적인 중심을 갖는 것이 그리고 또 그 중심을 지키고 관철하는 것이 ultimate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우선 시작점은 되겠지.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고 늘 잊지만 않는다면..일단 미약하더라도 옳은 행동들을 할 수 있겠지.

물론 막상 내 말과 행동에 막중한 책임감이 지워지는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말처럼 쉽지많은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로서는 예의 우울하고 골치아픈 질문을 임시적으로나마 덮어두려면 이런 결론을 내리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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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이상하리만큼 강렬하게 다시 돌아오는 때가 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중학교 3학년이었던 김한결의 모습이 무척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하하
창피하고 후회되는 일들도 많지만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좋은 시절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 나는 정말 아무 걱정이 없었다.

집에 오븐이 생긴 것도 중3 때 였을 것이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오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케이크나 쿠키를 구웠다.
남대문 수입시장이나 이태원 근처 수입 식재료 가게들을 돌아다니면서 무염버터나 조그만 식용 장식, 체리 럼주나 제과 기구들을 무지 사모았었는데.
교보문고 해외도서 코너를 출근하다시피 찾아가서 케이크 레시피 책을 몇번이나 들춰보았다.
물론 너무 비싸서 실제로 산 것은 한두권 뿐이지만 그때 샀던 100가지 케이크 레시피가 든 커다란 책은 당시 내겐 그 어떤 교과서보다 소중했다.
교과서라니 별로 느낌이 안 오는구나. 그 어떤 만화책보다 소중했다.
정말 제과제빵 쪽으로 나갈까도 나름 진지하게 고민했었지만 곧 내린 결론은
집에 오븐이 있으니까 이렇게 열심히 만드는 거지 내가 달리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잘 생각한 것 같다 ^_^;;

그리고 사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 것은 무엇보다 그 당시 듣던 노래들이 생각나서인데 ㅋㅋ
고등학교 때 일본어과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되어주었던
일본 노래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유치하고 애기같은데 그래도 뭐... 귀엽다 어렸으니까!
좋은 노래를 들으면 꼭 가사를 찾아보는 버릇이 있는 나는
그때도 그 생소한 일본어 가사들을 꼭 알아내 이해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일본어를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했던 가수는 speed라는 일본 여자 아이돌 그룹이었는데.... ㅋㅋ
무엇보다 나랑 나이 또래가 비슷해서 더 "빠져들"었었나 싶다.

내가 정말 열심히 케이크를 구워 댔던 1999년의 겨울
그들의 새앨범 Carry on my way가 발매되었고
아마 나는... 예약주문까지 해서 그 앨범을 손에 넣었던 것 같다....
아니면 일본에 갔을 때 사왔었는지도 모른다...... 무서운 나의 집념...
아빠가 당시 꽤 신경을 써서 장만하셨던 거실의 홈시어터로 나는 그 앨범을 "줄창" 들었다.
밀가루를 곱게 체 치고 반죽을 하고 케이크틀에 유산지를 깔면서
계속 그 노래들을 외워서 따라 부르고 했던 기억들이 정말 생생하다.
내 기억으로는 그해 겨울엔 꽤 눈이 많이 왔었는데, 그 앨범에 든 노래들은 다들 겨울에 잘 어울렸다. 뭐 그때야 그들의 무슨 노래든 감사히 들었을 때였지만.

그리고 나는 그 이듬해 봄 친구들과 헤어져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speed라는 그룹 역시 머지않아 해체되었다.
완전히 생활이 달라지면서 케이크도 더이상 만들지 않게 되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주 오랜만에 친구 생일에 머핀을 구워갔었는데
아주 아주 맛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한동안 그 어린 여자아이들의 노래도 잊고 지냈었는데
오늘에야 문득 그 노래들이 다시 듣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2009년에 그들이 다시 모여서 옛 노래들을 재녹음하고 앨범을 냈다는 얘기가 있었다.
유튜브에서 찾아낸 바로 한달 전의 그들의 라이브 영상.
정말 많이들 자랐구나. 완전히 어른이구나.
벌써 10년전이니 그럴만도 하다.
더이상 창법도 목소리도 예전과 같지 않지만 그래도 듣는 것 만으로 왠지 모르게 기운이 난다.
아하하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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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are six billion people on this planet
But I'll only ever fall in love with two
One is a black and white photo of Grace Kelly
And the other you might like to know is you

There are six billion people on this planet
And you'd think in all this time I'd find some more
I've looked in both the city and the country
But you're the only one that my heart's beating for


2006년 초 당시 내 아이팟에서 최초로 재생 100번을 기록했던 노래.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들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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