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학습. 공부. 연구.
계속 무언가를 읽고, 배우고, 쓰고, 말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시달린다는 말은 사실 옳지 않고, 거기서 부정적인 느낌을 조금 걷어내야 맞을 것인데
왜냐하면 파리의 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이 바로 그 시달림에서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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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인터넷에서 주문한 Jean Martinon(장 마르티농)의 Ravel Orchestral Works 씨디가 오늘 오전에 보니 우편함에 도착해 있길래 무지 기뻤다.
이렇게 오래 걸려 원하던 무언가를 손에 넣는 것은 기다림이 길 수록 더 반갑다.
(또 너무 길면 좀 그렇지만..ㅋㅋ)
오늘은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어쩐지 푹한 전형적인 이곳의 겨울날인데
좋아하는 Bolero를 틀어놓고 문득 보니 창밖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곡 내내 반복되는 찰랑이는 북(caisse claire) 소리의 박자가 묘하게 어우러져 참 듣기 좋았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바이올린과 자유분방하고 새큼한 소리를 내는 금관악기들, 그리고 대단히 세련된 리듬감과 박력이 무척 잘 어우러지는 좋은 연주다.
내가 들은 연주 중 가장 "기분 좋게" 마무리되는 볼레로이기도 하다.
글을 쓰다가 지금 들어보니 La Valse도 아주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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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쌓은 신문들을 어제 오늘에 걸쳐 싹 정리했다. 사실 아직도 정리할 게 조금 남았긴 하지만.
버리기 너무 아까운 신문들인데, 아무리 집에 두어도 필요한 것 이외에는 다시 뒤져보지 않을 것 같아 - 그리고 무엇보다 둘 곳이 없어서 - 아쉬운 마음을 애써 신문지와 함께 구겨누르고.
대신 스크랩을 좀더 체계적으로, 보기 좋게 잘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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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처럼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와 저녁 나들이를 나갔다가
노트르담 맞은 편 Shakespeare and Co. 의 귀여운 ㅋㅋ holiday 장식을 보고 사진까지 찍어왔다.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크리스마스나 무슨 날에도 거리에 별 변화가 없다. 조용하고, 적당히 어둡고, ...조용하고. 저렇게 전구만 달아놔도 감격하고 만다. 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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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청 가지고 싶은것
이것들 때문에 지난 한 3일 동안 오늘 하루 빼고 매일 서점에서 계속 맴돌았다.

스탕달의 적과흑, 집에서 볼 책장용으로.



생텍쥐베리의 야간비행.
하지만 반드시 Gallimard 사에서 나온 아래 사진과 같은 ..blanche 컬렉션이어야 함
하지만 아마 살 수 없거나, 사지 않게 되겠지
하지만 너무 예쁘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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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완전히 빠져있는 스크리아빈의 연습곡.



사랑하는 호로비츠 할아버지 연주. ♡_♡




키신.



알프레드 코르토.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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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과 지휘자 리오넬 브랑기에, 그리고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의 공연이었다.
이날의 레퍼토리는 보로딘의 Polovtsian dances n.17, Shostakovitch의 concerto for violoncello 1번. 그리고 henri dutilleux 의 métaboles 와 scriabin 의 poème de l'extase..였으나
감기와 시차적응 때문에 넘 힘들어서 쇼스타코비치 까지만 보고 entracte때 귀가했다. 스크리아빈이 정말 넘 아쉽다..
폴로베치안 댄스는 원래 choral 이 같이 하는 버전을 더 좋아했는데 그냥 오케스트라로 봐도 악기 하나하나의 맛이 있고 재밌었다. 라벨의 볼레로와 함께 제일 즐겨듣는 오케스트라 곡 중 하나.
플룻과 오보에 주자 분들이 정말 정말 잘하셨다.

지금도 감기 때문에 정신이 없는 관계로 길게는 쓰지 못하는데
아르떼에 공연 실황 동영상이 올라왔길래 일단 블로그에는 올려둬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합창석에 앉았는데 (오케스트라 바로 뒤) 간간히 화면에도 잡힌다. 하하

23분 22초 쯤 부터가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정말 멋진 곡이다. 집에 있는 장한나의 앨범으로 몇번을 다시 듣고 있다.

무대 옆을 지나가는데 받침대에 기대 세워져있는 콘트라베이스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나뭇결이며 모양이며 정말 sublime했다. 악기 모양 자체가. 거기서 나는 소리도 아름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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