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랑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나라에 꼭 있어주었으면 하는 모범적 언론 상(像)
르몽드 (Le Monde).


Fichier:Le Monde logo.svg


이 매력적인 일간지에 대해서 쓰자면 글이 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지면들 중 두가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적어보기로 한다.

나는 르몽드를 뒷 면부터 읽는다. 1면을 쓱 한번 보고 대단히 위급한 내용이 있지 않은 한
바로 맨 뒷면으로 가서 다시 천천히 앞으로 온다.
요즘 BASIC(브라질,남아공,인도,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기온 및 환경보호 제약 완화하자고 떼쓰는 소리도 끔찍하게 싫고 오바마의 애매함도 괴롭고 사르코지 clearstream 얘기가 솔직히.... 약간 골치아플 뿐 더러, 무엇보다 제일 뒷면에 이 것이 있기 때문.

"Billet"라는 지면으로, 작가, 언론인이자 이집트학자인 (본래 이집트 태생) Robert Solé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 그는 이 지면을 근 40년간 맡아오고 있는데, 그 날카로우면서도 공격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위트에는 두손 두발 다 들고 만다.
사회적, 정치적 최신 이슈, 유명 인물들에 대한 유머를 가장한 냉철한 분석. 그런데 정말 웃기다.
특히 프랑스 행정 시스템에 대해 비꼴 때가 제일 통쾌하고 좋다 ㅋㅋ
밑에 사진을 첨부했지만 불행히도 이 날의 꼭지는 내가 이해를 못하는 내용이었다. 흑.. 공부좀하자




두번째로, 정치인과 함께 문화공연을 보러가는 지면이 있다.
정치인과 함께 보러간다고 하면 이상하고 (누구도 사실 같이 보러 가진 않았으니) 아무튼 정치인 누구로 하여금 현재 상연-상영-진행 중인 공연 및 전시회 등을 보러가게하는 내용이다. 보니 일주일에 한번에서 많게는 두세번 정도 실리는 것 같다.
이번 기사에는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인 자크 랑이 나왔다.
자크 랑은 Pavlova 3'23"이라는 발레 공연을 보러 간다.
이 사람은 왜 이 공연을 골랐을까, 이 인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이벤트인가,
이 정치인이 이 공연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꿍꿍이"가 무엇인가 보여주는 (물론 별 생각 없어보이는 경우도 많지는 않아도 종종 있다) 참신한 기획이다.
무엇보다 예술과 담을 쌓았을 것 같아 보이는 (자크 랑이야 예외지만) 아저씨 아줌마들이 주섬 주섬 저는 이래서 이 공연을 보고 싶습니다 - 아 예술은 위대합니다, 이런 말들을 하는 걸 보는게 흥미롭기도 하다.



이 밖에도 Page Trois(제3면)라 불리는, 전면을 할애해 반드시 넘겨 짚고 가야하는 중요한 개념들을 꼭 꼭 집어 정리해주는 꼼꼼하기 이를 데 없는 기사도 르몽드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또, 중간 쯤에 껴있는 Décryptages, 즉 "암호해독"이라는 이름 하에 소개되는 일련의 기사들도 볼 만하다. 재조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최근의 이슈들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 등에 초점을 맞추어 찬찬히 분석하는 Enquête, 각계 인사들 및 학자들의 기고를 싣는 Le grand débat, débats (르몽드에서 가장 치열한 말싸움이 벌어지는 페이지), 어떤 사람이건 대상이 될 수 있는, 인터뷰로 이루어지는 Portrait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참고로 Enquête라는 단어는 사실 여론조사 정도의 의미로 (말그대로 앙케이트) 쓰이기도 하지만 보다 집요한, 주로 학술적인 목적에서의 조사, 연구, 혹은 수사 (inquiry, investigation) 등의 뜻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Décryptages 섹션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꼭지인 Horizons 면에서는 특히 골치아픈 ...누구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싶어 하지 않는 현대 프랑스 사회의 어둡고 창피하고, 민감한 문제들을 많이 다뤄준다.
(* 여기서도 정정합니다 ㅠ ㅠ 제가 말하려던 건 enquête아니고 horizons 면이었어요.)
이미 곪아 터진지 오래인 프랑스의 고질병 이민자 문제라든지...
청소년 범죄나 인권 문제라던가 하는 것들.
이런 일들을 계속 상기시켜주고 문제를 제기하여 자고 있는 양심을 흔들어 깨워주는 것이야말로 미디어의 가장 숭고한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매주 한번씩 들어있는 부록인 Le Monde des Livres도 좋아해서 모으고 있다.
책들을 소개하고 비평하고 하는 별지다. 무엇보다 기획 아이디어들이 참 좋다.
그리고 자꾸 책을 사게 만든다. 흑..
요일마다 다른 테마들로도 부록이 오는데, 일요일날 오는 Television, Economie와 Argent (돈!)은 그냥..잘 안 읽는다. 대중문화와 경제와 돈에 좀 둔감한 김한결의 단면.......

끝으로 아쉬우니까 내가 집착하는 맨 뒤에서 두번째 면에 있는 스도쿠 사진.




무리해서 정당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만한 영향력을 가진 언론사라면 응당, 더구나 "비판의 나라" 프랑스의 제1언론이라면 더욱이,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비화들은 물론이고 살떨리게 매서운 지적과 비판들을 피해갈 수는 없다. 르몽드가 자랑스럽게 표방하는 "중립성"이라는 가치 조차도 최근(관점에 따라서는 창립 초기부터) 강한 이의 제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1944년 첫 발행한 이래 어렵사리 쌓아온 신뢰를 튼튼하게 유지하기가 영 녹록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 자존심에, 2009년 한 해 프랑스 사회 가장 "진지한" 이슈 중 하나였던 지면 언론의 명백한 위기를 받아들이기도 여간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랑스 일간지 가운데 자국 내 및 해외 발행부수 1위를 차지하는 등, 프랑스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레퍼런스" 로 사랑받고 있어, 아무리 공격을 당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전부 입에만 쓴 약, 사랑의 매였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방심 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주세요!!!!!!!!!!!1
참, 2010년들어 70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사장이 르몽드를 이끌게 되었다. 주인공은 55년생으로 동남아시아 담당 기자였던 Sylvie Kauffmann. 축하축하.

프랑스에서 매일 200만 명의 사람들이 르몽드를 읽는다.
그 가운데 저녁마다(르몽드는 석간^_^) 소파에서 뒹굴뒹굴 끅끅 웃으며, 때로는 인상 팍쓰고 정좌한 채로 르몽드를 읽는 여기 머리 까만 유학생도 여기 한명 있다.
AND


저렇게 제목을 적어놓고 보니 겨우 나흘인가, 싶기도 한데
나흘 내내 매일 서점에 들러 책을 꺼냈다 다시 꽂았다가를 반복하기를 한시간 씩
그 큰 서점 문학 코너 점원들과 한명씩 다 상담 (내지는 잡담)을 해보고 나서 비로소 오늘에야 행동에 옮길 수 있었으니 사실은 꽤나 인텐스한 .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 넘치는 나흘이었다.
그리하여 총 10권의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모두가 보석같은 책들이다.
이 중 6권은 어릴 적에 거의 달달 외듯이 읽어댔던 추억의 명작들이고
나머지 4권은 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제목만 익숙한 것들이다.

먼저 빅토르 위고의 2권짜리 레미제라블.
표지가 더 예쁜 Hachette 출판사의 책(le livre de poche)들은 아쉽게도 전부 조금씩 구겨져있어서 Gallimard사에서 나온 문고판으로 구입했다. 게다가 hachette가 조금 더 저렴했는데 약간 아쉽지만.
더 깨끗한 책을 가지고 싶어서. 중고여서 낡은 것은 상관 없는데 새 책을 살 거라면 이왕이면 아무 흠없이 반짝반짝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에 선택했다.
정말 좋아했던 책인데... 안타깝게도 철들고나서는 손에 다시 쥐어 본 적이 없다.
작가가 직접 고르고 뽑아낸 단어들로 이 책을 또 한번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떨림을 감출 수 없다
(아래 이미지에서 보듯이 표지가 약간 무섭다 ㅋㅋ)



헤르만 헤세의 책을 자그마치 네 권이나 샀다.
문득 드는 생각에 아마도 나는 헤세를 참 좋아하는가보다. 약간 갸우뚱하게 된다.
사실 읽어본 책은 데미안과 환상동화집이 전부인데.
(앗. 정정. 그러고보니 유리알유희랑 수레바퀴밑에서도 읽었구나)
데미안의 인상이 너무 강했던 탓인지.
그리고 그의 환상동화집은 내가 지금까지도 제일 좋아하는 문학작품 중 하나다.
얼마나 열심히 읽었던지. 그래서 꼭 문고판으로 가지고 있고 싶었다. 가지고다니면서 맨날 읽으려고
사실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환상동화집은 누군가에게 빌려줬다가 영영 안녕했기 때문에.
그리고 저 데미안 표지를 보라. 상아색 바탕에 쉴레의 그림.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크눌프도 샀다. 역시 표지가 정말 예쁘다. 정말 책 표지는 내게 너무 중요하다.
하긴 누구에게나 다 그런가?



무엇보다도 가장 기대되는 것은!
헤세가 음악에 대해서 쓴 수필, 시, 편지 등을 엮어 놓은 책, Musique이다.
책 뒷면에 써있는 혹자(아마도 편집자)의 평을 보면 -

헤세에게는 그림보다도 음악이 갖는 의미가 훨씬 컸으며 (여기서 뜨끔하면서도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미술사 전공자) 그는 음악을 인류 문화의 가장 순수한 상징이자 가장 고고한 형이상학적 현실성, 세계를 움직이는 진정한 축으로 여겼다. 어린 시절의 친구, 유년기의 열정, 황혼기의 충직한 동반자로 그에게 대변되는 이 "음악"이야말로, 이 책에서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자료를 제시하고자 하는 헤세의 또다른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인 것이다.

이어서 헤세 왈,

"음악 없이 우리의 삶이 무엇일 수 있겠는가. 만약 누군가가 나 또는 어떤 다른 음악 애호가에게, 예를 들어 바흐의 합창곡이나 마술피리나 피가로의 아리아들을 듣지 못하게 한다면, 혹은 누군가 우리 기억에서 애써 그 것들을 뽑아내 지워버린다면, 이는 우리에게 있어 한 신체기관, 어떤 감각의 반쪽, 아니 그 전부의 상실이나 다를 바가 없다."


아마도 헤세는 나랑 잘 통할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어제도 밑에 얘기했던... 스탕달의 적과 흑.
프랑스어 교본에서 발췌되어있는 부분 빼고는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주인공 줄리앙이 우디앨런 영화 주인공처럼 여러가지 방법으로 신분상승을 꾀하는 몇몇 장면들이 내가 아는 전부다.
그런데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라고 했다.
아빠가 좋아하는 책이라면 내가 싫어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미루어보면 아마 아빠가 좋아한 것보다 더 열광적으로 좋아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뭐든 가능성의 문제가 아닌가. 미칠듯이 좋아할 확률이 더 높은 책은 일단 사고 보는 것이다.
적과 흑은 조금 특별한 포맷인데, 지금까지 책들의 헤세의 musique을 제외하고 전부 문고판인데 비해, 하드커버에 크기도 큼직하다. 사실 다른 문고판 표지들이 너무너무 안 예뻤기도 하고, 아마도 오래 두고 보고 싶을 것 같아서 작년 일간지 피가로에서 특별기획으로 내놓은 프랑스 문학 걸작선에서 골랐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Jean d'Ormesson이 선정한 "이상적인 책장(Bibliothèque Idéale)" 컬렉션인데. 겉 커버에 엄청 크게 9.90euros 라고 시퍼런 스티커가! 그것도 잘 안떨어지는 스티커가..! 붙어있어서 몹시 충격적이긴 하지만 일단 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다른 책방에 가서라도 찾아볼까 하다가 당분간 책방 순례는 쉬고 싶은 마음에, 그냥 집어오고 말았다. 작년 특별기획이라 더이상 새로 주문도 할 수 없다고 하고.



그 밖에, 올해 사망(이 단어 말고는 없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잘 모르겠다.) 50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도 샀다.
이것도 역시 불어 공부하는 친구에게 빌려주었는데 뭐...그 땐 엄청 싼 가격에 중고로 샀었고 하니 굳이 돌려받기보단 선물한 셈 치고 그냥 새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무엇보다 올해 까뮈 책을 한 권이라도 사는 것이 아무래도 뜻깊은 일인 것 같았다.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은 결국 ...결국 ...........문고판으로 결정했다.
어제 밤에 잠들기 전에 얼마나 뒤척이며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비싼 (예쁜) 책 한 권보다 경제적인 문고판 여러 권을 사보는게 이리보나 저리보나 현명한 것 같다. 사실은 귤이라도 한 알 더 사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꽤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마지막 프로스페르 메리메! 이를 바득바득 갈며 횡격막 복식호흡으로 외치고 싶은 이름이다.
19-20세기 고고학사(엄밀히 말하면 중세고고학의 19-20세기 역사) 수업 때 날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던지... 이젠 그 단계를 훌쩍 (사실은 야밤에 몰래 담 기어오르듯 불안불안하게) 넘었으니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유유히, 그래 어디 소설은 어떻게 쓰셨나 한번 보실까, 하는 마음으로 구입했다.

나는 단편집을 굉장히 좋아한다. 11편의 소설이 한 권에 들어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든다.
단편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글쎄 일단 호흡이 짧아 부담이 덜하다는 점이 솔직히 가장 큰 것 같다. 더욱이 여러가지 책을 동시에 조금씩 읽어나가는 습관이 있는 나로서는 아주 긴 책들은 어째 점점 뒤로 미루게 되기 마련이므로 굳건한 의지와 펄펄 끓는 흥미 없이는 1년이 걸려도 끝까지 다 읽기 쉽지 않다. (물론 대부분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끝까지 다 읽지만)
또 한가지, 작가의 스타일에 아주 빨리, 그리고 깊이, 확실히 동화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한 작가의 글 - 특히 도입부와 결말을 여러가지 접하게 되면 그 세계를 더 금방 파악할 수 있으니까. 메리메 너의 세계도 고로 순식간에 파악해 주겠어 프랑스 최초의 문화유산 제네럴 인스펙터같으니..

내일은 일요일!
도서관이 안 여는 이 날을 100% 내 마음대로 즐기기 위해서 주중에 얼마나 놀고 싶은 걸 참았는지
아마도 오늘은 헤세 음악책을 들고 이불 속에 기어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AND

지난 1월 14일에는 나와 동갑내기인 세르게이 하차트리안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와 Orchestre de Paris의 공연에 다녀왔다.
인터넷 클래식음악 사이트에서 마침 그에 대한 질문이 올라와 있길래 간단하게 리뷰를 썼었는데,
블로그에도 감상 적어두고 싶고 해서 가져왔음.

그러고보니 벌써 2주전이구나. 아- 다시보고싶다

바흐 연주도 그렇게 좋다길래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씨디도 주문했다.
중고이긴 하지만 4유로라니 거의 거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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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은 들어본 적이 없었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바이올리니스트였는데
neeme jarvi가 지휘를 하기로 되어있었던 공연이라 예매했었어요
결국 막판에 건강상의 문제로 지휘자가 바뀌었지만.각설하고
연주곡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구요
앵콜곡으로 약 5분 정도 되는 솔로곡을 들려주었는데 불행히도 저는 아는 곡일리 없었어요 ^_^;;

차이코프스키 바협을 워낙 좋아해서 여러 연주들을 다양하게 들어봤는데
제가 들어본 해석 중 가장 장식적이랄까 화려한 느낌의 연주였습니다.
집시 바이올린을 연상시킬정도로. (아르메니아 출신이죠..ㅋ)
처음 시작 부분에선 좀 걱정까지 되더라고요 저렇게 꾸밈음을 많이 써도 되는건지
다른 연주자들은 가볍게 지나가는 부분들을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하나하나 살리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바이올린 소리가 깊으면서 변화무쌍합니다.
특히 1악장 중간 중간에 솔로 부분에서는 정말 속을 긁어내는 느낌
이런걸 잘 안써봐서 표현이 좀 이상합니다만 굉장히 낙폭이 큰 연주더군요.
소름돋도록 섬세하기도 하고 어디선가는 거칠고 묵직하기도 하고요.
소리 자체가 크거나 박력있는 연주는 아닌데 놀랍도록 풍부한 소리를 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그뤼미오나 프란체스카티를 좋아하는데.. 아무튼 제게 익숙한 소리는 아니었지만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독특합니다.
바로 전에 들은 연주는 서울시향과 했던 신현수씨의 것이었는데
하차투리안의 연주를 듣고 비교해보면 참 정갈하고 단정한 연주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연주회장의 차이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아, 그리고 관객들이 너무 감동을 했는지 ㅎㅎㅎ
보통 절대로 실수로 이럴 리가 없는 사람들인데 (참고로 제가 있는 곳은 유럽의 큰 도시입니다)
1악장이 끝나자마자 너도나도 브라보를 외치면서 박수 갈채를 보내는
귀엽고 황당한 사건이 있었답니다.

85년생인데... 나이에 비해 노련미가 느껴지는 연주라는 말씀에 저도 굉장히 동의합니다.
아주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하더군요.
저도 작곡가 하차투리안하고의 관계가 궁금했는데 별 정보는 못찾았고
여동생은 피아니스트인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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