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어제)의 교훈:
교수님께 질문을 할 때는 이게 바보같은 건지 아닌지 백번 생각하고 하자.
교수님 말씀에 이의 제기하려면 공부 5년만 더 하고 나서.


폴리니 할아버지의 아주 깊은 복식호흡과 허밍이 계속 떠오른다
작년만 해도 이렇게 노래를 따라 부르시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리고 브람스 협주곡에서 1악장 관현악 부분 들어갈 때 오케스트라를 향한 할아버지의 관통하는 듯한 시선과 박자를 맞추던 모습 음악을 머리로 다 흡수하고 손 끝에서 다시 끌어내는
경이로움!
폴리니의 연주를 들으면 비로소 아 이게 이런 곡이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연주이기 때문이겠지.
왜 좋아하느냐고 하면, 이유를 논리적으로 남에게 설명하기는 아무래도 힘든 것 같다.
그저 나한테 가장 강하게 와닿고, 제일 많이 집중하게 하고, 다른 연주보다 귀에 더 잘 들린다고 밖에는.
어제 공연을 보면서 나에게 어떤 "소리"에 이렇게나 귀기울이게 하고 관심을 가지게 해주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소리를, 위대한 음악을 접하자 비로소 내 귀는 귀가 되었다.
귀 귀 자꾸 이러니까 이상하다.

여름을 맞아 파리를 잠시 떠나는 오늘, 점심으로 벼르고 벼르던 동네 빵집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도서관에 가야하는데 교통카드를 놓고 나가서 다시 집에 돌아갈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에이 이렇게 된거 샌드위치나 사먹자 하고 ㅋㅋ 맨날 오후 늦게 갔더니 없어서 못 먹었는데
아무튼 그렇다
교수님의 때아닌 정신공격이 몹시 괴롭지만 뭐 이제부터라도 또 열심히 하면 되지.
빨리 도서관 다녀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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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에 가옥도 사람도 없어,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태양이 막 저물어 노을이 장엄하게 불타는 미지의 신비로운 장소에 다다를 것만 같았다.
"여기는 정말 넓고 자유롭고 고요하구나!" 오솔길을 걸으며 꼬브린이 생각했다. "마치 온 세계가 숨어서 나를 바라보며 내가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안톤 체호프, "검은 수사", 오종우 역, 12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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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하루는 24시간하고도 11분이 더 길었다.

바보같지만 절실하게,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졸이며 들었던 브람스 피아노 콘체르토 1번 3악장을 폴리니와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는
기꺼이 다시 한번 연주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하루는 꿈꾸듯이 11분을 더 갔다.

지금 어떤 말을 해도 내 기분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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