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매우 익숙했던 것들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그리고 도대체 왜 그런건지, 나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게 된다. 거기에 내가 화가 난다는 사실마저도 언짢다. 내가 나에게 언짢고 화가 난다. 왜 눈치 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지.

받아서 (고맙지만) 손도 안 대고 유통기한이 약간 지나버린 과자를 어찌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먹지 않을 것 같아 아깝지만 버리기로 하고 건물 밖으로 들고 나갔다.
우리집 건물 아래층에는 슈퍼가 있고 그 슈퍼 입구에는 늘 구걸하는 집시...(로 보이는) 사람이 한명 쯤은 꼭 앉아있다. 오늘은 사르코지와 프랑스 이민부 장관이 내쫓으려한다는 Rom 사람으로 추정되는 내 또래 여자분이 있었다. 버리려던 과자를 그녀에게 주면 어떨까 한참 그 앞을 서성이면서 고민했다. 직접 주기는 좀 그랬다 조금이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고 그 사람이 돈을 원하는 건지 먹을 것이 없는 건지 몰라서... 그리고 솔직히 어떤 반응일지 좀 겁이 나기도 하고
그래서 쓰레기통과 그 사람을 몇번씩 번갈아 쳐다보다 결국 그 둘 사이, 건물 입구 턱에, 물론 통행에 방해가 되진 않게 살짝 올려놓고 갔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니 과자는 누가 쓰레기통에 버렸는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는지 없었다.

사실 오늘도 플레이옐에 공연을 보러갔었는데 귀가길에 친구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싶은지에 대해서 조금 구체적으로 꽤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아마도 내가 가장 속으로 원하는 것들이었던 것 같다) 두서없이 몇가지 털어 놓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그러지" 않아야 하는 건데, 어딘가 모순적인 나의 꿈은 어쩌면 위선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겠구나 싶더라.

저녁을 만들다가 문득 옛날 어떤 노래가 생각났다. (가수분께 전혀 악의는 없음. 죄송합니다.)
예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 만큼 행복한 건 없겠지
그리고 결론은
우리 사랑은 영원할 뿐이야
갑자기 밥맛이 뚝...

노래 가사를 이런 뜻으로 쓴 건 아니겠지만
나는 내가 예쁘게 살아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한지
그런걸 모르고, 등 돌린 채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모른척 하기는 너무 쉽다......사실 정말 쉽다

예쁘게 보다는 제발 점잖게 살고 싶다.
의젓하게 살고 싶다.
스트레스는 받지 않되
절실하게 고민하며 살고 싶다

나와 가까운 (아마도) 누군가가 해 준 제법 진지했던 말이 생각나서 약간 우습다
나는 모순을 사랑하는 사람 같다고

쉽게 눈에 뜨이고 싶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다가 아니니까. 다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trompeur 일 때가 더 많지 않은가. 그런 것들은 의미가 없다.
그런 것들을 위해서 살고싶지 않다.

지겹다 지겨워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예쁘고 깔끔하고 싹싹하고 이런거 신물이 난다.


으아
사춘기같군.
오늘 좀 스트레스를 받았다.




AND


쇼스타코비치의,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매력 .으으

지난 3월 초 베를린필 쿼텟하고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 공연에 갔을 때 bis로 연주되었던 스케르초 악장에 강한 인상을 받아 급기야 얼마 후 음반 구입.

인터메쪼로 넘어가는 그 이어짐이 정말 마음에 듦.

일단 박스세트로 구입하여 보로딘 쿼텟과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interpretation을 듣고있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아르헤리치와 조슈아 벨, 미샤 마이스키, 유리 바슈메트, Henning Kraggerud (모르는 사람 !) 의 연주가 있는데

이들의 전기 흐르는 듯한 강렬한 연주랑은 달리 보로딘 쿼텟의 연주는 좀 더 안정감 (이 곡에서 논할 성질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있어 덜 숨가쁘다 그러면서도 박자의 컨트롤이 아주 매력적임.

그러나 일단 앞서 말한 아르헤리치, 벨, 마이스키, 바슈메트, kraggerud 의 연주 영상을 가져와보았다.

듣다 보니 이것도 역시 멋지군. 다들 무척 신나보여서 좋네.


AND





ㅠ ㅠ 바보같이 망설이다가 못갔는데
세상에 지금 라이브로 듣고있는데 이렇게 좋다니
치사하다 치사해 ㅠ ㅠㅠㅠ
엉엉 울고싶다
세상에 .


그래도 아르떼 고맙습니다 ㅠㅠ집에서 스피커 진짜 크게 틀어놓고 전체화면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위안 삼고 있음 에효......
공부가 될 수가 없군.
공연 안 가고 집에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공부도 못하고 동영상 보면서 애태울거였으면 차라리 갈 것을
참내 ㅋ

라디오프랑스 왜이렇게 잘하지?
진짜 앨범 좀 팍팍 냈으면 좋겠다.
쇼팽 콘체르토 처음 시작할 때 몇소절 바이올린 소리 뭔가 다른데 엄청 좋다.

+ 뭐야 세상에 앵콜까지 하다니 으악 으악 으악 으악
난 왜 안간거지.............
정말 왜???
앵콜곡으로 지금 비제의 farandole 하고 있다.
저번에 서울시향 때도 지휘 없이 단원들이 이 곡을 연주했었는데.
다들 박수치고 엄청 즐거워보인다 - 정명훈도 단원들도 관객들도 다들 너무 행복하겠다.
곡이 끝나자 정명훈이 관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 사이에 서서 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냄.
관객석에 있는 어떤 낯익은 백발의 할아버지 두명과 비쥬 인사를 한다. 누군지 궁금함



Programme -
  • Carl Maria von Weber
  • l'Ouverture du Freischütz
  • Frédéric Chopin
  • Concerto pour piano en mi mineur n° 1
  • Entracte
  • Ludwig van Beethoven
  • Symphonie n° 5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