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르몽드 | 2 ARTICLE FOUND

  1. 2010.02.03 르몽드 읽기. 1
  2. 2009.03.24 Le Monde 1


내가 프랑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나라에 꼭 있어주었으면 하는 모범적 언론 상(像)
르몽드 (Le Monde).


Fichier:Le Monde logo.svg


이 매력적인 일간지에 대해서 쓰자면 글이 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지면들 중 두가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적어보기로 한다.

나는 르몽드를 뒷 면부터 읽는다. 1면을 쓱 한번 보고 대단히 위급한 내용이 있지 않은 한
바로 맨 뒷면으로 가서 다시 천천히 앞으로 온다.
요즘 BASIC(브라질,남아공,인도,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기온 및 환경보호 제약 완화하자고 떼쓰는 소리도 끔찍하게 싫고 오바마의 애매함도 괴롭고 사르코지 clearstream 얘기가 솔직히.... 약간 골치아플 뿐 더러, 무엇보다 제일 뒷면에 이 것이 있기 때문.

"Billet"라는 지면으로, 작가, 언론인이자 이집트학자인 (본래 이집트 태생) Robert Solé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 그는 이 지면을 근 40년간 맡아오고 있는데, 그 날카로우면서도 공격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위트에는 두손 두발 다 들고 만다.
사회적, 정치적 최신 이슈, 유명 인물들에 대한 유머를 가장한 냉철한 분석. 그런데 정말 웃기다.
특히 프랑스 행정 시스템에 대해 비꼴 때가 제일 통쾌하고 좋다 ㅋㅋ
밑에 사진을 첨부했지만 불행히도 이 날의 꼭지는 내가 이해를 못하는 내용이었다. 흑.. 공부좀하자




두번째로, 정치인과 함께 문화공연을 보러가는 지면이 있다.
정치인과 함께 보러간다고 하면 이상하고 (누구도 사실 같이 보러 가진 않았으니) 아무튼 정치인 누구로 하여금 현재 상연-상영-진행 중인 공연 및 전시회 등을 보러가게하는 내용이다. 보니 일주일에 한번에서 많게는 두세번 정도 실리는 것 같다.
이번 기사에는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인 자크 랑이 나왔다.
자크 랑은 Pavlova 3'23"이라는 발레 공연을 보러 간다.
이 사람은 왜 이 공연을 골랐을까, 이 인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이벤트인가,
이 정치인이 이 공연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꿍꿍이"가 무엇인가 보여주는 (물론 별 생각 없어보이는 경우도 많지는 않아도 종종 있다) 참신한 기획이다.
무엇보다 예술과 담을 쌓았을 것 같아 보이는 (자크 랑이야 예외지만) 아저씨 아줌마들이 주섬 주섬 저는 이래서 이 공연을 보고 싶습니다 - 아 예술은 위대합니다, 이런 말들을 하는 걸 보는게 흥미롭기도 하다.



이 밖에도 Page Trois(제3면)라 불리는, 전면을 할애해 반드시 넘겨 짚고 가야하는 중요한 개념들을 꼭 꼭 집어 정리해주는 꼼꼼하기 이를 데 없는 기사도 르몽드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또, 중간 쯤에 껴있는 Décryptages, 즉 "암호해독"이라는 이름 하에 소개되는 일련의 기사들도 볼 만하다. 재조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최근의 이슈들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 등에 초점을 맞추어 찬찬히 분석하는 Enquête, 각계 인사들 및 학자들의 기고를 싣는 Le grand débat, débats (르몽드에서 가장 치열한 말싸움이 벌어지는 페이지), 어떤 사람이건 대상이 될 수 있는, 인터뷰로 이루어지는 Portrait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참고로 Enquête라는 단어는 사실 여론조사 정도의 의미로 (말그대로 앙케이트) 쓰이기도 하지만 보다 집요한, 주로 학술적인 목적에서의 조사, 연구, 혹은 수사 (inquiry, investigation) 등의 뜻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Décryptages 섹션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꼭지인 Horizons 면에서는 특히 골치아픈 ...누구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싶어 하지 않는 현대 프랑스 사회의 어둡고 창피하고, 민감한 문제들을 많이 다뤄준다.
(* 여기서도 정정합니다 ㅠ ㅠ 제가 말하려던 건 enquête아니고 horizons 면이었어요.)
이미 곪아 터진지 오래인 프랑스의 고질병 이민자 문제라든지...
청소년 범죄나 인권 문제라던가 하는 것들.
이런 일들을 계속 상기시켜주고 문제를 제기하여 자고 있는 양심을 흔들어 깨워주는 것이야말로 미디어의 가장 숭고한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매주 한번씩 들어있는 부록인 Le Monde des Livres도 좋아해서 모으고 있다.
책들을 소개하고 비평하고 하는 별지다. 무엇보다 기획 아이디어들이 참 좋다.
그리고 자꾸 책을 사게 만든다. 흑..
요일마다 다른 테마들로도 부록이 오는데, 일요일날 오는 Television, Economie와 Argent (돈!)은 그냥..잘 안 읽는다. 대중문화와 경제와 돈에 좀 둔감한 김한결의 단면.......

끝으로 아쉬우니까 내가 집착하는 맨 뒤에서 두번째 면에 있는 스도쿠 사진.




무리해서 정당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만한 영향력을 가진 언론사라면 응당, 더구나 "비판의 나라" 프랑스의 제1언론이라면 더욱이,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비화들은 물론이고 살떨리게 매서운 지적과 비판들을 피해갈 수는 없다. 르몽드가 자랑스럽게 표방하는 "중립성"이라는 가치 조차도 최근(관점에 따라서는 창립 초기부터) 강한 이의 제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1944년 첫 발행한 이래 어렵사리 쌓아온 신뢰를 튼튼하게 유지하기가 영 녹록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 자존심에, 2009년 한 해 프랑스 사회 가장 "진지한" 이슈 중 하나였던 지면 언론의 명백한 위기를 받아들이기도 여간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랑스 일간지 가운데 자국 내 및 해외 발행부수 1위를 차지하는 등, 프랑스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레퍼런스" 로 사랑받고 있어, 아무리 공격을 당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전부 입에만 쓴 약, 사랑의 매였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방심 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주세요!!!!!!!!!!!1
참, 2010년들어 70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사장이 르몽드를 이끌게 되었다. 주인공은 55년생으로 동남아시아 담당 기자였던 Sylvie Kauffmann. 축하축하.

프랑스에서 매일 200만 명의 사람들이 르몽드를 읽는다.
그 가운데 저녁마다(르몽드는 석간^_^) 소파에서 뒹굴뒹굴 끅끅 웃으며, 때로는 인상 팍쓰고 정좌한 채로 르몽드를 읽는 여기 머리 까만 유학생도 여기 한명 있다.
AND

어제부터 르몽드를 집으로 배달 받아 보고있다.
지금까지는 문화원에서 매일 르몽드와 피가로를 읽을 수 있었는데 그만두고 나니 허전해서..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 부터 끊임없이 망설이다 결국 이제서야 구독을 했다.
매일 아침 세상과 사람들을,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신문이다.
이런 좋은 기사들이 쓰여지고 읽히고 사랑받는 이 나라를 나 역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 사랑은 얄밉고 안쓰러운 어린아이같은 내 나라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동반하는 것으로.
굳이 말하자면 이루어져서도 안되고 이루어질 수도 없는 애매한 무엇이지 않을까 싶다.



올해 초 프랑스 미디어법 개정안에 관련해서 국가의 언론사 대상 지원 방안들이 선정되었었는데,
그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침.)
모든 프랑스 국민(청소년이겠지)이 18세가 되는 해, 원하는 일간지 1종을 1년동안 무료로 구독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하겠다는 안이었다.
물론 확정된 건 아니고 시범적으로 실시해보겠다 - 정도의 뉘앙스로 발표가 되었었긴 하지만.
부럽다..............

우리나라에선 저런걸 해준다고 해도, 적어도 나라면, 선택의 범위가 필연적으로 너무 한정되어 있어서 그다지 감흥도 없을 것 같을 뿐 더러, 내 몫의 구독비를 정부가 신문사에 제대로 전달해 주고 있는지 믿을 수 없어서 그냥 내 돈으로 하고 말 것 같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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