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y J. Carruthers가 쓴 "the Craft of Thoughts, Meditation, Rhetoric, and the Making of Images 400-1200" 이란 책(의 불역판) 을 읽다가 인상에 강하게 남아서 따로 적어둔 구절을 여기에 옮겨본다.

이 책은 ... 제목이 말하는 것 처럼, 그리고 내가 부족하나마 이해한 바에 의하면, 중세 시대 사람들이 (일반 lay people) 어떻게 기독교 교리와 exegese들을 받아들이고 이미지화하고 또 과학(Rhetoric 그러니까 수사법 뭐 이런 Arts 의 하나로)으로서 학습했는지에 대해 쓴 책이다. 

거기다 하나 더, 다양한 경로의 학습에 의해 종교에 대해서 갖는 이미지가 당시 사람들에게 "기억Memoria"을 돕는 도구 (Machina Memorialis) 로서 작용했다는 그런 주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중세 사회 내의 종교 철학의 흐름을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그 뿌리를 찾아서 마침내 중세 개개인의 심리까지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정말 너무 어려운 이 책은  나를 갑자기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여기에 대해서 너무 자세히 쓰면 왠지 어디선가 능력자가 나타나서 이의를 제기할 것 같다.ㅋ

첫 장부터 아 이건 아예 안 읽거나 정말 시간을 들여서 다 읽지 않으면 안되겠다 (대신 다 읽는 것은 거의 새로운 분야의 논문을 하나 쓰는 것과 맞먹겠다-) 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는데 결국 둘다 안되겠어서 대충 필요하겠다 싶은 부분만 빠르게 스캔했다. 역시 이도 저도 아닌 것이라서 내게 남은 건 인용 몇 구절밖에 없는 것 같다. ㅠ ㅠ

아무튼 너무 얘기가 길어져서 앞뒤 문맥은 일단 생략하고 나중에 다시 쓰던가 해야겠다.

다음 텍스트는 성 베드로의 고린도서 첫번째 책 (III, 10-17)의 인용이다.


Selon la grâce de Dieu qui m’a été accordée, tel un bon architecte, j’ai posé un fondement. Un autre bâtit dessus. Mais que chacun prenne garde à la manière dont il y bâtit. De fondement, en effet, nul n’en peut poser d’autre que celui qui s’y trouve, c'est-à-dire Jésus Christ. Que si sur ce fondement on bâtit avec de l’or, de l’argent, des pierres précieuses, du bois, du foin, de la paille, l’œuvre de chacun deviendra manifeste ; le Jour, en effet, la fera connaître, car il doit se révéler dans le feu, et c’est ce feu qui éprouvera  la qualité de l’œuvre de chacun. Si l’œuvre bâtie sur le fondement subsiste, l’ouvrier recevra une récompense ; si son œuvre est consumée, il en subira la perte ; quant à lui, il sera sauvé, mais comme à travers le feu.

Ne savez-vous pas que vous êtes un temple de Dieu et que l’esprit de Dieu habite en vous ? Si quelqu’un détruit le temple de Dieu, celui-là, Dieu le détruira. Car le temple de Dieu est sacré, et ce temple, c’est vous.


나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은혜(말씀?)에 따라, 훌륭한 "건축가"인 나는, (건물의) 초석을 깔았습니다. 그리고 위에 건물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집을 짓는 그 방식에 각자가 대단히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기초를 다질 때, 사실상, 그 곳에 있는 것  - 예수 그리스도 - 외에는 아무것도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이 기초 위에 금, 은, 보석, 나무, 짚, 수숫대로 집을 짓던간에, 모두의 집은 눈에 잘 띌 것입니다. 날이 밝아오면 알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날은 불 속에서 밝아오고, 이 불이 곧 각자의 집의 수준을 시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초석 위에 지어진 집이 이에 버틸 수 있다면 그 집을 지은자는 보상을 받을 것이요, 만약 그 집이 무너져내린다면, 그 값을 치를 것입니다 - 그는 구원을 받겠지만, 그러나 이는 불(지옥불 이런 뜻인듯)을 건너 지나야 할 것입니다.(이부분은 매끄럽지 않아서 그냥 하얀색으로 했음.)

당신 자체가 하느님의 정신이 살고 있는 하느님의 사원(Temple)이라는 것을 모르겠습니까?
만약 누군가가 하느님의 사원을 무너트린다면, 하느님이 그 누군가를 무너트릴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의 사원은 신성하고, 그 사원은, 바로 당신인 까닭입니다.


나는 전혀 교인도 아니고 어릴 때 성당에서 공부한 것 외에는 특별한 종교적 지식이나 믿음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인데 중세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오히려 주위 교회 다니는 한국 사람들보다 성인들의 삶이나 기적들 (hagiographie), 특정 종교적 상징과 구체적인 개념들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읽으면서 대단히 종교적으로 고양된다던가 하는 기분은 전혀 모르겠다. 당시 신자들이 대단히 종교적으로 고양되었었겠구나 하고 생각은 한다. 당연하지만..
성경을 자주 들춰봐야 하는 전공 특성상 성경 주요 구절들에도 꽤 친숙한 편인데 나는 성경을 읽을 때, 이렇게 말하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마치 장대한 스케일의 대하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이사이와 제레미아의 propheties 가 특히 흥미롭고 (예수의 탄생과 그 삶에 대한 prefiguration, 암시, 복선들이 재밌다) 그리고 the canticle of canticles도 좋아한다. 위에 인용한 Paul의 말 역시 종교적(기독교적) 인 요소들보다는 다른 의미들이 더 와닿는다. 이렇게 뭔가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와 강렬한 inspiration을 주는 말들이 정말 기독교적 카리스마인 것 같다. 특히 저 말투가 인상적이다. Ne savez-vous pas?
물론 재차 강조하건대 정말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스스로의 마음 안에 집을 짓는다는 생각이 난 정말 마음에 든다. 논문에서도 많이 다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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