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볼거리 + 들을거리가 풍부한 공연이었다.
게다가 마무리는 라벨의 볼레로.
마지막 곡으로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조셉 폰스는 스페인 국립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로,
2009년 3월 경 데 파야와 바르톡 등의 레퍼토리로 플레이옐에서 그의 지휘를 본 적이 있다.

(2009/03/28 - 26 Mars 2009 - Orchestre de Paris / Josep Pons / Bartok, Ginastera, de Falla)

조그맣고 유쾌해 보이는 이 지휘자의 음악이 나는 꽤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내가 본 중 가장 춤을 많이 추는 지휘자 중 하나다. (그런 그와 1등을 다투는 바렌보임.)

어쩌다보니 바르톡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을 금방 또 다시 듣게 되었는데 (지난번 바렌보임과 브론프만의 연주로) 이번에는 베레조프스키가 협연을 했다.
저번에 브론프만 때 보다 훨씬 더 좋은 자리에 앉아서 들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베레조프스키 연주가 더 해상도가 높게 들렸다. 둘 중 누가 더 낫다고는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ㅎㅎ 그냥 다 좋다.
베레조프스키의 박력과 민첩함도 대단하지만 브론프만의 규모있는 연주도 멋있었다. 다만 파리 오케스트라의 퍼커션은 베레조프스키의 속도와 타건을 받쳐주기 조금 모자랐던 것 같고 슈타츠카펠레 베를린은 피아노를 잡아 먹을 듯한 기세였던 점이 전체적으로 듣기엔 비교포인트인 것 같다.
조금 어려운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 반복해서 들으니 친숙해진 듯도 하다.
현악 없는 1악장 정말 특이하다.

소프라노인 노라 귀비쉬는 솔직히 별로였다. 음... 셰헤라자데 좋아하는데 노래가 기대에 못 미쳐서 집중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옆의 이상한 여자가 또 블랙베리 자판으로 공연 중에 문자를 자꾸 보내서 더 짜증났기도 하고.

어쨌든 2부의 라벨 곡들은 정말 다 훌륭했다. 워낙 조셉 폰스가 이 쪽 전문이기도 하고
파리 오케스트라의 합주도 뒤로 갈 수록 괜찮았다. 콘서트마스터인 Roland Daugareil 의 바이올린은 무척 고풍스럽고 부드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늘함이 간혹 엿보이는, 파리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에 꼭 어울리는 소리를 낸다. 첫 곡인 alborada del gracioso 에서 특히 좋았다.
 
무엇보다 볼레로는 정말 기립박수를 받을 만 했는데. 관악 솔로들 훌륭했다.
오늘의 약점은 팀파니였다. 매 공연마다 팀파니에 지나친 관심을 쏟고 있는 나인데, 너무 기대를 한 탓인지 볼레로에서도 앞서 연주된 Rapsodie espagnole 에서도 팀파니가 제 몫을 다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 때문에 다른 파트들이 바닥없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볼레로는 정말 보석같은 곡이다.
공연에서 라이브로 듣기에 가장 행복한 곡.
황홀하게 겹겹이 쌓여가는 소리들을 관찰하며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
이 곡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몇번이나 생각했다.
정말 안 끝났다면 좀 힘들었겠지만 ㅋ 빨간 구두 동화도 아니고


요 며칠 궂은 날씨의 연속으로 기분도 컨디션도 바닥이었는데
볼레로 듣고 좀 좋아진 것 같다.
그러나 내일 모레 오랜만에 정명훈 공연이었는데 건강상의 이유로 다른 지휘자로 급 교체 메일 방금 받음 ㅠ.ㅠ 울고싶다.


위에 잠깐 쓴 김에
Roland Daugareil 씨의 바이올린 같이 들어요. 들어봅시다? 들어볼까요?
ㅋㅋ어색 어색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협주곡을 설명하고 부분적으로 연주하는 영상. (embed가 안됨 ㅠ)

http://youtu.be/1sGgXKqwNqc

David Zinman과 쇼스타코비치 리허설 할 때.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blues. 처음 스타카토 때 너무 휘청거리셔서 좀 무섭지만 ㅋㅋㅋ
가눌 수 없는 주체할 수 없는 자유로운 프랑스 영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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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e Pleyel에서 지난 목요일 있었던 파리오케스트라의 공연.
바르톡 피아노 콘체르토 3번과 알프레도 히나스테라의 Variations Concertantes, 마누엘 데 파야의 l'amour sorcier 를 들었다.
지금까지 봤던 것들에 비하면 대단히 유명한 스타는 없는 공연이고 게다가 비도 오는 평일이라서
정말 운좋게 아주아주 좋은 자리를 10유로에 구할 수 있었다.
사실 난 표가 한 장 이미 있었긴 했지만 같이 간 친구랑 옆에 앉으려구 그냥 다시 샀다.
1층 발코니 앞에서 두번째 줄 정말 정중앙 자리였다. 행복.

지휘를 맡았던 조셉 폰스는 카탈루냐 사람이다. 스페인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이기도 함.
그래서 나는 잠깐 바르톡, ginastera, de falla가 전부 다 스페인 사람인 줄 알았다.ㅎㅎㅎ
생각이 너무 앞서나감. 바르톡 이름에서 o 에 있는 accent때문에 더욱이 !
그치만 바르톡은 헝가리 사람이었고 Ginastera는 아르헨티나 사람이었다.
De Falla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스페인 사람.
그러구보니 저번에 헝가리 문화원 갔을 때 이런 작곡가가 헝가리 사람이라 좋겠다고 일기도 썼었는데 . 기억력에 이런 구멍이. 슬프다 ㅠㅠ
더 웃긴건 이 콘서트 본 다음날 아침 바로 르몽드에 바르톡 기사가 났다는 거다.
아침에 도서관 가는 길에 무심코 펼쳤다가 깜짝 놀랐음.
"헝가리 출신 작곡가 바르톡은.."
역시 지나치게 좋은 신문이라니깐................
친구한테두 막 그런거같다고 우겼었는데. 오늘 정중히 사과 문자 보냈음. ㅋㅋ

그런데 솔직히 바르톡 피아노 콘체르토는 대단한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피아니스트 분은 (Elena Bashkirova) 그냥 내가 듣기엔 준수하게 잘 하신 것 같은데 왠지 음악이 좀..비어 보였다. 모르겠다 내가 집중을 잘 못한건지두..

그치만 entracte후의 ginastera는 많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콘트라베이스 솔로와 하프의 이중주는 정말 아름다웠다.
곡 자체도 독특한 구성에 자유롭고 지루하지 않은. 신선한 것이었다.
데 파야는 아주 이국적인 선율을 들려주었다. 더군다나 플라멩코 댄서를 연상시키는 의상과 무대 매너를 보여주신 메조소프라노 히네사 오르테가(Ginesa Ortega)의 노래 덕분에 곡이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웠던 것 같다.

사실 ginastera의 하프-콘트라베이스 부분 영상이 혹시 있나 찾아봤는데 없어서.
조셉 폰스가 지휘하는 파리오케스트라의 데 파야.
3일 전에 올라왔다길래 혹시 그날 공연인가 했는데 역시나 그날 리허설 영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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