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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4 George Orwell -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전인데
이 영국인 작가의 글을 "의식적으로" 읽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꽤 어릴 적 동물농장을 읽었지만 내가 기대했던 내용 (이건 요즘 TV동물농장에서 다뤄준다) 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는지 더디게 읽고 내용도 금세 잊어버렸다. 모든 일엔 다 때가 있기 마련인지, 다행히, 머리가 좀 크고 나서 읽은 오웰의 책은 어릴 때 느꼈던 배신감을 전부 잊게 해줄 만큼 강력한 즐거움이자 공포였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내 얕은 문학적 지식과 호기심을 채워주는 몇몇 이름들 가운데 조지 오웰이 잊혀지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표지에 달고 있는 책들은 이내 내 책장에서 제일 먼지 안 쌓이는 자리에 줄을 지어 놓였다.

그래서 지난 시간동안 몇 권의 오웰을 읽었는데,
요즘 푹 빠져있는 것은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 이라는 두껍지 않은 책으로,
오웰이 찢어지게 가난한 20대를 파리와 런던 이곳 저곳에서 살아낸 이야기들을 짧은 호흡으로 풀어 쓴 일종의 에세이 형태를 한 - 그러나 어쨌거나 - 소설이다.
검색해보면 정말 많은 판본들이 나오는데 내가 구입한 것은 펭귄 클래식스에서 나온 다음과 같은 표지의 책이다. 다른 예쁜 표지들도 많던데 쉽게 구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적어도 파리에선... 영국이나 미국 동네 서점들에선 아마도 좀더 선택의 폭이 넓겠지.



여기에 내용을 다 소개하기는 어렵기도 하고 그닥 유익한 것도 못 될 것인데
무엇보다 스포일러가 될 위험이 있으니 하지 않기로 했다.
오웰의 글이 우선 소설로서 정말 읽는 재미가 있는 것은 아무리 간단하고 평이한 이야기일지라도 순간 순간 긴장과 기대를 하게 만드는 남다른 단어 사용과 독특한 전개 방식 덕분인데
다음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아버리면 아마 기운이 쭉 빠질 것 같다.
어쨌든 위에서 쓴 대로 (아직 내가 읽은 부분에선 오웰이 파리에 있다)
파리와 런던에서 가난과 무기력, 배고픔과 싸우며 어렵사리 살아가는 영국인 청년의 이야기이다.
그 생활 터전이 파리인 만큼, 프랑스어가 중간중간 영어 번역이나 주 없이 정말 자주 나오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아는 것이 훨씬 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아니 실제로 훨씬 더 재미가 있다. 호텔 여주인이 투숙객 중 한 사람에게 sacrée salope! 이라고 냅다 외치는 첫 페이지부터 나는 이 책이 한동안 내 손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라 예감했다...... 이 책을 한국에서는 어떻게 번역했을런지 궁금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알고 있는 파리의 길들과 동네들 이름을 발견하고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물론 파리에 rue du coq d'or 라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5구 mouffetard 거리에 면한 rue du pot de fer 라는 작은 길이 실제로 오웰이 지냈던 호텔이 있는 곳이라던데, 실제로 그 길 18번지에는 내 친구 한 명이 살고 있다. 그 길 6번지에 작가의 거처가 있었다고는 하나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날카롭고 위트있는 묘사며, 단어들이며, 문장 하나 하나 버릴 것이 없고 무엇보다 정말로 "재미"가 있어서 도대체 손을 놓을 수가 없다.
내가 겪어본 바는 없으나 그가 묘사하는 절대적인 가난, 도시에서의 가난. 물질적 빈곤 앞에, 그로 인해 떠안은 초라함 앞에 의젓하려 애쓰는 안쓰러운 모습에 어느덧 공감하고 주인공의 상황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글의 힘이란 대단하다. 신체적 고통 앞에서 늘 한 구석 양심과 싸우는 한 작은 인간의 그다지 멋지지도 않은 그저 그런 "boring"한 나날들이 이토록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충 마무리하고 빨리 가서 마저 다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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