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Jamie's Italian | 1 ARTICLE FOUND

  1. 2010.11.09 런던다녀와서

겁도 없이 월요일 아침 궂은 비와 출근인파와 교통혼잡을 뚫고 전쟁같은 아침을 보내고 파김치가 되어 파리의 집에 돌아와, 아침에 세인판크라스역 네로에서 급히 집어온 블루베리 머핀을 테스코에서 75p주고 산 카모마일 차와 함께 먹으면서 . 이것은 참. 다른 맛이다.
정말 이상하단 말이다 딱 2시간 기차타고 왔을 뿐인데 영국과 프랑스는 너무 다르다.
비까지 내려 냄새 고약한 메트로 한 쪽 구석에 몸을 싣고 주위를 둘러보면 그래도 5년이나 살았다고 이 우스운 친근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저돌적으로 여행가방을 끌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나를 향해 짓궃게 니하오를 외치는 이 중생들마저도 반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반가움은 그때 뿐 1초도 안갔다. 아마도 그건 착각이었을거다 ㅋ)
3일 동안 런던은 정말 죽도록 추웠고 대도시답게 튜브나 길거리에 가득한 인파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그래도 파리에 있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런던에 쉽게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것 같다. (물론 파리는 런던과 비교가 안되게 좋다.나한테는!) 런던 사람들은 너무 말이 많고 슈퍼에 가도 카페에 가도 미술관에 가도 이런저런 캠페인도 선전도 이벤트도 너무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는 통에 그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조금 지워져버리는데 그 당혹스러운 느낌이 재미있다. 파리에서는 내 자신이, 내 발걸음이 너무 중요하고 내 혼잣말의 소리가 그 메아리가 너무 큰데 말이다. 런던의 소음은 내 목소리를 잡아먹는다. 뭐랄까. 아귀같은 도시. 좀 무섭네 말이............
아무튼 덕분에 알찬 주말을 보냈군.


아쿠타가와의 단편집을 몇년만에 다시 다 읽고 그 찜찜하고 우울한 기운을 벗어버리고 싶어 Jean d'Ormesson의 Et toi mon coeur pourquoi bats-tu? 를 집어 들었다. 아쿠타가와를 좋아하고 읽을 때는 늘 무섭게 집중하게 되지만 읽고 나서의 그 상상의 상실감 (뭐라고 해야하나 실제로 잃은 것은 없는데 뭔가 쑥 빠져나간 것 같은 그런 기분) 과 인간에 대한 미움은 감당하기가 두렵고 어렵다. 그러나 두자춘(杜子春)을 읽고는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을 참느라 고생을 했다.
Jean d'Ormesson은 최근에야 읽기 시작했는데 글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다 너무 좋다. 향기가 나는 글이란 과연 이런 것일까 싶다...


bond street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사진이 너무 밝아서 잘 안나왔는데 조명이 커피잔을 뒤집어 놓은 모양이었다. 귀여움 ㅋ 스타벅스에 제발로 들어가보기는 거의 1년만인 것 같다. 런던만 가면 이상하게 스타벅스가 땡기더라. 무지 단 차이티라떼에.


아, 제이미 올리버가 최근 오픈했다는 Jamie's Italian에 다녀왔는데
antipasti (프로슈또 살라미 등등 on plank)와 내가 주문한 오늘의 요리 -  Seafood Risotto는 평균 이상은 했으나 친구들 중 몇몇이 시킨 Bucatini Carbonara는 정말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맛이 없었다. 뭐 이런 음식을 만들었는지. 이 충격적이고 실험정신 넘치는 카르보나라 때문에 모두가 경악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에 대해 농담하느라 역설적으로 저녁이 더욱 시끄럽고 화기애애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것 참 고맙다고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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