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아침 나는 브뤼셀을 떠나 겐트로 갔다.
겐트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은 다른 벨기에의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제한된 것들 뿐이었는데 꼽아보자면 Jan van Eyck에 의해 1432년 완성된 겐트 제단화 (Retable de l'Agneau Mystique, retable de Gand, etc)를 볼 수 있다는 것,
음...인구의 1/2가 대학생인 대학 도시라는 것 정도 ?
아...정말 없는 것 같다
다녀온 이후인 지금 생각해 보려고 해도 사실 정말 아는 것이 없다. 공부를 너무 안 해갔다.
그래도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는 것 만은 꼭, 감히, 말하고 싶다.
그렇게 춥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딱 알 수 있었다. 정말 여러모로 "적절한" 도시라는 것.
물론 여느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과 같이 크기는 아주 작은데,
면적 만으로는 서울과 과연 비교조차 하기가 겁난다.
파리가 서울의 1/5 크기라고 하는데 행정구역 상의 겐트시는 아마 파리의 1/10이나 될려는지.
헉. 여기까지 써놓고 인터넷 찾아보니 정말 충격적인 사실 발견.
서울의 면적은 605,52 km2, 파리는 105,42 km2, 겐트는 156,18 km2 이었다.
역시 나의 여행자의 눈썰미는 그닥 믿을 것이 못되는 가 보다. 근데 정말 충격이다.
파리보다 오히려 크다니....뭐야 무어ㅑ무어ㅑ뭐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서 지도도 가져왔다.
Agrandir le plan
아무튼 겐트 정말 시내 시내 중심가만 생각한다면 정말 무지 작았던 것 같은데 주택가가 많은가.
하긴 대학 도시라는데 난 대학교를 보지도 못했으니 내가 본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나 보다.
맞다 그렇긴 하다...
날씨가 너무 흉악해서 얼마 돌아다니다가 피곤해서 호텔로 금방 돌아오기도 했고 하니.
어쨌든 내가 이렇게 겐트를 좋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도시 곳곳에 중세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겐트는 내가 공부하는 15세기 플랑드르 미술사에서 지리적으로도 그렇지만 그 시대적 중요성과 영향력으로 또한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내게 이름과 그 막연한 이미지만은 매우 친숙한 도시인 것은 분명하니깐.. 깊이 들어가면 실제로는 아는 게 없어서 그렇지...
겐트에서는 플랑드르 어를 사용한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별로 없고 프랑스어를 하냐고 물어보는 것이 꽤 실례되는 말이라고도 어디서 들은 것 같다. 벨기에를 프랑스의 한 지방 정도로 생각하는 옛날의 편견 같은 것에 대한 ㅡ 한편 매우 이해가 가는ㅡ 예민함에서 비롯된 것일까?
말이 안통하는 곳에 여행가는 것은 오랜만이라 난 정말 겁이 났지만
그냥 손짓 발짓으로 열심히 대화에 임했고
시간이 조금 지나 알고보니 사람들은 보통 무리없이 영어를 했다.
아..
아래 사진들은 내가 묵었던 monasterium 호텔. (www.monasterium.be)
정말 좋은 곳이다. 깔끔하고 조용하고 시내에서 멀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아침 식사는 15유로로 약간 비싸긴 하지만 정말 훌륭하다.
(나는 프로모션 기간이라 무료로 먹었다 ^_^)
난 정말 이 호텔이 마음에 들었다.
겐트에 꼭 다시 와서 이 호텔에서 또 묵을 생각이다.
좀 날씨 때문에 우중충해 보이긴 했는데 사실은 그도 그럴것이,
중세 수도원을 개조한 곳이라서 특유의 금욕적이고 간소한 분위기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금도 아마 수녀님들이 계신 것 같다.
호텔 내의 레스토랑이다.
역시 예배당을 이렇게 개조했다.
겐트 시내로 들어가는 Sint-Michael 교를 건너며 찍은 사진.
왼편으로 유명한 Beffroi (belfry, 시계종탑?)이 보인다.
플랑드르 화가들의 그림에 심심치 않게 배경으로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시야를 메우는 플랑드르 특유의 건축물들.
얀 반 에이크의 겐트제단화를 소장하고 있는 Cathédrale Saint-Bavon의 내부 회랑? nef에서 콰이어 chœur 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일반 고딕 건축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놀라울 만한 특징이 세가지나 있는데
하나는 사진에서 보듯이 콰이어 쪽이 흰 벽으로 막혀있다는 점,
두번째는 벽면이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이건 진짜 놀라운데 이 성당에는 !
장미창이 없다. 고딕 성당의 꽃, 정말 문자그대로 꽃인 장미창이 없다니.
그리고 고딕 종교건축의 정석이라면
뭐니뭐니해도 nef쪽에서 chœur 를 볼 때 쭉 시원하게 뻗은 공간에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를 통해 쏟아져내려오는 빛의 스펙트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성당은 참 많은 의외성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곳이었다.
벽돌건축이야 뭐... 사실 가끔 다른 양식의 성당들에서 볼 수 있기는 하다.
고딕 건축물의 뼈대에 붉은 벽돌의 조합이 이색적일 뿐이지 딱히 안될 것은 없을 것 같다.
이 콰이어 반대편 그러니까 파사드 방향 narthex쪽으로 겐트 제단화가 전시된 공간이 있다.
제단화가 본래 놓여지도록 되어있었던 주문자 Vijd의 funeral chapel에는 동일한 크기로 제작된 모조품이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서 그 유명한 나무 창살? 의 그림자를 실제 광원과 맞춰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글로 쓰려니 정말 어렵구나.
얀 반 에이크의 대단한 점은 정말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겐트제단화의 닫힌 면에서 우리를 경탄하게 하는 점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매우 정교하게 계산된 trompe l'œil 인데..
위의 이미지(수태고지 장면)에서 보듯이, 제단화의 실제 나무틀이 빛을 받아 그림 안 쪽으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다.
이 그림자는 제단화가 놓여지게 되어있었던 주문자인 Jodocus Vijd의 예배당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방향과 일치하도록 그려져있어 더욱 놀랍다.
게다가 마치 해시계의 원리처럼, 당시 예배를 드리던 시간의 태양의 고도에 맞게끔 그림자의 각도를 계산했다고 한다.
정말 무섭도록 치밀하고 비상한 사람이다.
휴 빨리 성당에서 나와야지 이거 쓰느라고 밤을 샐 것 같다
겐트 시내를 관통하는 두개의 강.
강에서 보트도 타고 하더라.
날씨 좋은 어떤 날 마음맞는 친구들이랑 놀러가서 보트도 타고 맥주 한잔 하고 오고 싶은 도시다.
내가 가보지 못한 도시 남쪽에는 커다란 공원 (시타델 파크)이 있는데
그 곳에 시립 현대미술관과 고전미술관이 있다.
큰 브뤼겔과 작은 브뤼겔, 렘브란트 등을 비롯해서 각 시대의 유명한 플랑드르 예술 작품들이 많지는 않아도 "적절히"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그림 본다는 핑계로 꼭 다시 가고 싶다.
겐트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은 다른 벨기에의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제한된 것들 뿐이었는데 꼽아보자면 Jan van Eyck에 의해 1432년 완성된 겐트 제단화 (Retable de l'Agneau Mystique, retable de Gand, etc)를 볼 수 있다는 것,
음...인구의 1/2가 대학생인 대학 도시라는 것 정도 ?
아...정말 없는 것 같다
다녀온 이후인 지금 생각해 보려고 해도 사실 정말 아는 것이 없다. 공부를 너무 안 해갔다.
그래도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는 것 만은 꼭, 감히, 말하고 싶다.
그렇게 춥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딱 알 수 있었다. 정말 여러모로 "적절한" 도시라는 것.
물론 여느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과 같이 크기는 아주 작은데,
면적 만으로는 서울과 과연 비교조차 하기가 겁난다.
파리가 서울의 1/5 크기라고 하는데 행정구역 상의 겐트시는 아마 파리의 1/10이나 될려는지.
헉. 여기까지 써놓고 인터넷 찾아보니 정말 충격적인 사실 발견.
서울의 면적은 605,52 km2, 파리는 105,42 km2, 겐트는 156,18 km2 이었다.
역시 나의 여행자의 눈썰미는 그닥 믿을 것이 못되는 가 보다. 근데 정말 충격이다.
파리보다 오히려 크다니....뭐야 무어ㅑ무어ㅑ뭐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서 지도도 가져왔다.
Agrandir le plan
아무튼 겐트 정말 시내 시내 중심가만 생각한다면 정말 무지 작았던 것 같은데 주택가가 많은가.
하긴 대학 도시라는데 난 대학교를 보지도 못했으니 내가 본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나 보다.
맞다 그렇긴 하다...
날씨가 너무 흉악해서 얼마 돌아다니다가 피곤해서 호텔로 금방 돌아오기도 했고 하니.
어쨌든 내가 이렇게 겐트를 좋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도시 곳곳에 중세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겐트는 내가 공부하는 15세기 플랑드르 미술사에서 지리적으로도 그렇지만 그 시대적 중요성과 영향력으로 또한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내게 이름과 그 막연한 이미지만은 매우 친숙한 도시인 것은 분명하니깐.. 깊이 들어가면 실제로는 아는 게 없어서 그렇지...
겐트에서는 플랑드르 어를 사용한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별로 없고 프랑스어를 하냐고 물어보는 것이 꽤 실례되는 말이라고도 어디서 들은 것 같다. 벨기에를 프랑스의 한 지방 정도로 생각하는 옛날의 편견 같은 것에 대한 ㅡ 한편 매우 이해가 가는ㅡ 예민함에서 비롯된 것일까?
말이 안통하는 곳에 여행가는 것은 오랜만이라 난 정말 겁이 났지만
그냥 손짓 발짓으로 열심히 대화에 임했고
시간이 조금 지나 알고보니 사람들은 보통 무리없이 영어를 했다.
아..
아래 사진들은 내가 묵었던 monasterium 호텔. (www.monasterium.be)
정말 좋은 곳이다. 깔끔하고 조용하고 시내에서 멀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아침 식사는 15유로로 약간 비싸긴 하지만 정말 훌륭하다.
(나는 프로모션 기간이라 무료로 먹었다 ^_^)
난 정말 이 호텔이 마음에 들었다.
겐트에 꼭 다시 와서 이 호텔에서 또 묵을 생각이다.
좀 날씨 때문에 우중충해 보이긴 했는데 사실은 그도 그럴것이,
중세 수도원을 개조한 곳이라서 특유의 금욕적이고 간소한 분위기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금도 아마 수녀님들이 계신 것 같다.
호텔 내의 레스토랑이다.
역시 예배당을 이렇게 개조했다.
겐트 시내로 들어가는 Sint-Michael 교를 건너며 찍은 사진.
왼편으로 유명한 Beffroi (belfry, 시계종탑?)이 보인다.
플랑드르 화가들의 그림에 심심치 않게 배경으로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시야를 메우는 플랑드르 특유의 건축물들.
얀 반 에이크의 겐트제단화를 소장하고 있는 Cathédrale Saint-Bavon의 내부 회랑? nef에서 콰이어 chœur 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일반 고딕 건축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놀라울 만한 특징이 세가지나 있는데
하나는 사진에서 보듯이 콰이어 쪽이 흰 벽으로 막혀있다는 점,
두번째는 벽면이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이건 진짜 놀라운데 이 성당에는 !
장미창이 없다. 고딕 성당의 꽃, 정말 문자그대로 꽃인 장미창이 없다니.
그리고 고딕 종교건축의 정석이라면
뭐니뭐니해도 nef쪽에서 chœur 를 볼 때 쭉 시원하게 뻗은 공간에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를 통해 쏟아져내려오는 빛의 스펙트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성당은 참 많은 의외성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곳이었다.
벽돌건축이야 뭐... 사실 가끔 다른 양식의 성당들에서 볼 수 있기는 하다.
고딕 건축물의 뼈대에 붉은 벽돌의 조합이 이색적일 뿐이지 딱히 안될 것은 없을 것 같다.
이 콰이어 반대편 그러니까 파사드 방향 narthex쪽으로 겐트 제단화가 전시된 공간이 있다.
제단화가 본래 놓여지도록 되어있었던 주문자 Vijd의 funeral chapel에는 동일한 크기로 제작된 모조품이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서 그 유명한 나무 창살? 의 그림자를 실제 광원과 맞춰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글로 쓰려니 정말 어렵구나.
얀 반 에이크의 대단한 점은 정말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겐트제단화의 닫힌 면에서 우리를 경탄하게 하는 점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매우 정교하게 계산된 trompe l'œil 인데..
위의 이미지(수태고지 장면)에서 보듯이, 제단화의 실제 나무틀이 빛을 받아 그림 안 쪽으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다.
이 그림자는 제단화가 놓여지게 되어있었던 주문자인 Jodocus Vijd의 예배당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방향과 일치하도록 그려져있어 더욱 놀랍다.
게다가 마치 해시계의 원리처럼, 당시 예배를 드리던 시간의 태양의 고도에 맞게끔 그림자의 각도를 계산했다고 한다.
정말 무섭도록 치밀하고 비상한 사람이다.
휴 빨리 성당에서 나와야지 이거 쓰느라고 밤을 샐 것 같다
겐트 시내를 관통하는 두개의 강.
강에서 보트도 타고 하더라.
날씨 좋은 어떤 날 마음맞는 친구들이랑 놀러가서 보트도 타고 맥주 한잔 하고 오고 싶은 도시다.
내가 가보지 못한 도시 남쪽에는 커다란 공원 (시타델 파크)이 있는데
그 곳에 시립 현대미술관과 고전미술관이 있다.
큰 브뤼겔과 작은 브뤼겔, 렘브란트 등을 비롯해서 각 시대의 유명한 플랑드르 예술 작품들이 많지는 않아도 "적절히"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그림 본다는 핑계로 꼭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