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journal gourmand 2009. 2. 23. 00:00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아마도 사과인 것 같다.
딸기도 정말 정말 좋아하는데 딸기가 토양을 망치는 제일 나쁜 과일이라고 해서 줄이려고 노력중.
귤이나 수박도 좋아하지만 역시 사시사철 제일 많이 먹는 것은 사과가 아닌가 싶다.

어릴때 할머니가 사과 사주실 때 홍옥이니 부사니 국광이니 하는 여러가지 사과들 중에 고르게 하셨었는데 나는 퍼석퍼석한 부사를 좋아했던 것 같고 할머니는 그래도 홍옥이 더 맛있다고 하셨었는데.
커서는 그냥 아무거나 먹었다. 솔직히 그게 무슨 종류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한국사과.
사과를 너무 좋아해서 사과가 경상도에 있는 영주? 에서 잘 자란다길래 그 동네를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ㅎㅎ 충청도에서도 많이 났던 것 같고
암튼 여기 오니까 홍옥 부사 정도가 아니라 사과 종류가 10가지는 족히 넘는 것 같아서 놀랐다.
그냥 일반 동네 슈퍼에서 고를 수 있는 사과 종류도 3-4가지는 된다.
1주일에 한두번 서는 동네 재래시장엘 가면 보통 과수원에서 직접 사과를 팔러 나오는데 그때는 거의 5-10가지 종류의 사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사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특히 먹는 것에 있어서는 남이 맛있더라 하고 여러번 권유하지 않으면 늘 처음 먹었던 것만 먹는 편인데, 프랑스에 처음 와서 먹었던 사과가 Royal Gala라서..계속 이것만 먹고있다.
Royal Gala(루아얄 갈라)는 굉장히 달고 부드럽고 좀 퍼석퍼석하게 부서지는 감이 있는 크지 않은 사과이다. 한국 사과는 굉장히 큰데 여기 사과들은 대체로 작다. 내 주먹만한가? 그래서 디저트로 아니면 약간 출출할 때 밖에서 깨물어 먹기도 먹기 딱 좋은 크기인 것 같다.

그 외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pink lady, golden, fuji(부사), 초록색 granny smith등이 있는데.
핑크레이디가 홍옥인 것 같고, 골든은 노랑 사과, 후지는 부사.. 그래니 스미스는 좀 시고 딱딱해서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의외로 여기 사람들은 즐겨 먹는다.
타르트 속을 채우거나 요리할 때 쓰는 작고 볼품없어 보이는 물렁물렁한 사과들이 있는데 Belchard Chantecler나 Reinette grise du Canada를 주로 쓴다.
나도 애플 크럼블을 만들 때 벨샤르를 썼었다.

사과 품종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나도 참 별걸 다 찾는다는 생각이 문득ㅋㅋ)
http://www.lapomme.org/ 라는 사이트를 찾았는데, Section Nationale de Pommes라는 툴루즈를 기반으로 한, 사과 품종을 관리하는 재단의 사이트인 것 같다.
여기에서 사과의 종류에 대한 정말 온갖 정보를 다 볼 수 있었다.
프랑스어를 하시는 분들 중 사과를 좋아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꼭 가보시길 권하고 싶음.

갈라는 8월부터 2월이 철이라고 하고 아니나 다를까 제일 달콤한 사과 중의 하나였다.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사과의 양은 연간 1700만 톤!
유럽 전체 생산량인 1억 톤에 비하면 꽤 큰 숫자 같다.
제일 많이 생산되는 품종은 Golden, 그다음이 royal gala, 세번째는 granny smith.


(출처 http://www.lapomme.org/chiffres/par-varietes.htm)

프랑스 국내 농산물 시장에서 사과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무시할 수 없는데, 연간 사과 총 생산량은 6억1010만 유로(한화 1조2천억원 가량)에 달한다고 한다.
비교를 위해 말하자면 프랑스인들의 주식이나 마찬가지인 파스타 면이나 아침식사용 씨리얼의 생산액 규모는 4억 유로정도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히 과일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과일 역시 사과(22.6%)이고 그 다음이 오렌지 (12.3%), 바나나(12.2%) 순이다. 게다가 2005년 조사에 따르면 35-49세의 프랑스인이 연간 소비하는 사과의 양은 평균 17.6kg, 50세 이상의 프랑스인이 먹는 사과는 22.4kg에 달한다고 함.

그 사이트에 가면 사과로 만드는 음식 레시피가 많이 올라와있는데 나중에 나두 시도해봐야겠다.
내가 사과를 원없이 못먹는 제일 큰 이유는 껍질 깎기가 귀찮다는 것인데,
사실 이전까지는 그냥 물로 잘 닦아서 깨물어 먹다가 턱에 무리가 갈까봐 요새들어서 그 습관을 버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너무 귀찮다.흑흑
그래서 요즘 애용하고 있는 대체식품. 사실 애기들 학교다닐 때 들고다니는 디저트인데.
갈아만든 사과 이런거...je suis trop forte ou quoi..


그냥 plain사과 뿐만이 아니라 pomme-fraise(사과+딸기) 맛도 있는데 너무 달아서 별로.
근데 플라스틱 낭비도 그렇고 아무래도 진짜 사과보다는 영양도 덜 할 것 같아서 이젠 귀찮아도 진짜 사과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얼마전 르몽든지 피가로에서 보니까  요샌 환경오염으로 인해서 진짜 사과도 함유 비타민이 점점 주는가 하면 날 때부터 이미 영양소가 예전에 비해 많이 파괴되어 있어서,
같은 사과도 그 사과가 그게 아니라고 한다.
백설공주가 깨물어 먹고 쓰러졌던 그 사과가 요즘 사과보다 오히려 더 몸에 좋고 이런건 아닐런지.
우리 할머니 같았으면 독이 든 부분만 능숙하게 칼로 파내고 나머지를 드셨을텐데, 갑자기 짠하다.
모야 이 결론은 또..


AND

Metric - Combat Baby

ouïe/today's 2009. 2. 22. 23:44
지난 여름 많이 들었던 메츄릭
raw sugar랑 white gold도 좋은데.
AND


올해는 문화통신부가 생긴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문화정책은 프랑스의 발명품이다." 라는 장-미셸 지앙의 말[각주:1]을 굳이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프랑스가 비단 정책 뿐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에서도 "문화종주국"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구태여 부인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식민주의역사 이런 걸 생각하면 좀 껄끄럽고 단어 자체도 낯간지럽지만 딱히 다른 표현이 생각이 안난다.
아무튼 이런 프랑스의 '문화' 한 가운데 문화통신부가 있다.

1959년 샤를드골 대통령과 앙드레 말로에 의해 처음 개설된 문화사업부(ministère des affaires culturelles)는 수회의 명칭 변경을 거쳐 지금의 문화통신부가 되었지만 그 업무내용과 기본원칙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인간문명의, 그리고 무엇보다 프랑스 문명의 주요 창작물들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접근을 가능케 하고, (...)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최대한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샤를 드골의 문화부 출범사 중)"이 문화통신부의 지상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저 "접근을 가능케 하는 것(rendre accessible)" 이라는 말이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들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예술 작품을 가까이하고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길을 열어주는 것.
문화예술은 사실 먹고사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바쁘게 살다보면 전시고 공연이고 뭐고 다 사치로 느껴지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치는 꼭 필요한 사치가 아닌가 싶다. 너무 당연해서 말 조차도 새삼스럽지만 예술은 삶을 보다 윤택하고 풍요롭게 하고 바쁜 가운데도 잠시 한숨을 돌리게 해준다.
스스로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작품을 통해 세상과 대화를 나누고,
일상생활에서 쉬이 무뎌지는 감각의 세계 속에서 다름아닌 바로 내 자신을 만나는 일,
이것이 예술이 주는 선물이다.

미와 사유와 역사와 타인을 만나는 기회를 스스로 찾아 누릴 용기가 있어야
살기 위해 끌려가듯 사는 삶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거창한 말까지 끄집어내지 않아도, 그냥 예쁘고 신기한 것들을 보고 듣는 일만으로도 인간은 충분히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은가.
개인과 사회에 대한 문화와 예술의 유익한 점은 도무지 꼽을 수도 없을만큼 많다.
한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예술 창작물들을 잘 관리, 보존하고 행사나 전시의 형식으로 이를 조직하고 홍보하여 개인에게 더 많은 문화활동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그 질을 높여주는 것이 국가, 그러니까 문화부의 존재의 이유인 것이다. 각설하고.

프랑스 문화통신부는 50주년을 맞아 2월 4일 학생들, 예술가들과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한편 관련 콜로키움과 전시회도 파리 시내 이곳저곳에서 개최하고 있다.
그 중 문화부 청사(182 rue Saint-Honore, 4월 3일까지) Espace d'expositions des Bons Enfants 에서 열리는 문화부 역사에 대한 전시에는 꼭 가볼거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Opéra Comique에서 열릴 "21세기의 공공문화정책" 콜로키움이다. 아직 장소와 날짜는 미정이지만 가을 즈음 열릴 "Économique de la Culture" colloque에도 꼭 가고 싶다.

그리고 2월 11일에는 문화통신부의 가장 큰 후원자들인 Grands Mécènes 들을 발표했다.
올해는 부이그, 에르메스 재단, 소시에떼제네랄등의 자국 기업들을 비롯한 해외 재단들이 이름을 올렸다. Société Générale 은 내가 이용하는 은행이기도 한데, 알고보니 Salle Pleyel, 그리고 아마도 Cit
é de la Musique의 가장 큰 후원자였다. 이뻐라

문화 메세나가 활발하고 적극적인 것이 (심지어 암묵적인 의무인 느낌까지 듦) 이곳 기업가들을 비교적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는 큰 덕목인 것 같다. 프랑스 내노라하는 유력 기업가들의 때아닌 귀족적인 면모와 snob한 모습들도 그들이 그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밉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니 이번 글도 완전 다 삼천포로 빠졌네.아..
나중에 좀 더 정돈해서 써야봐겠다. 맨날 미뤄



  1. Jean-Michel Djian, "Politique Culturelle : la fin d'un mythe", P.9, Gallimard, 2005, Paris [본문으로]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