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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30 3월 29일 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는 얼마나 쉬운가.
피곤함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밤은 그만큼 더 달콤하다.

하루 종일 이것저것 쓰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았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실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그 망각에 한 몫 하는 것 같다.
애써 생각했다 지우고, 떠올렸다가 다시 가라앉히고 반복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그렇게 무서운지. 읽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가 읽는 것에는 무척 적극적이고 때로 전투적이기까지 한 것을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다.

문득 Ayn Rand가 쓴 The Fountainhead 책이 생각난다. 사실 컴퓨터 바로 옆에 놓여있어서.
오랫동안 시간과 공을 들여 열심히 메모해가며 읽은 책인데 아무 말도 안하고 넘어가긴 아쉽다.
아무래도 작가의 세계관은 나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것은 각자 처해 있는 시대 상황이 다른 까닭인지도 모르고, 작게는 그저 개인의 견해 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숭고한 의지, 삶의 의미를 물질적 창조와 자연에 대한 극복, 나아가 정복에서 굳이 찾으려 하는 그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 뉴욕의 마천루 펜트하우스에서 널찍한 유리창을 통해 인간의 손으로 건축한, 불이 꺼지지 않는 밤의 도시를 바라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주인공들의 개척자로서의 심리를 아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좀 느끼한 것은 사실이다.

거의 신격화되다시피 한, 실제로는 별 하는 일도 없는 여주인공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크게 감정이입은 되지 않았고. 남자 주인공 역시 무척 매력있는 캐릭터였으나 후반으로 갈 수록 마치 이 시대 마지막 히어로처럼 묘사되고 많이 겉멋이 들었다는 느낌이 들면서 처음과 같은 신선함은 곧 사라졌다. 차라리 일종의 anti-hero ㅡ 도 아니고 사실은 조연 정도 ㅡ 인 Peter Keating이 훨씬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래도 정교한 묘사와 날카로운 은유로 각 인물이 내포하는 상징성에도 현실적으로 동의할 만 하다. 작가의 철학이 조금 아쉬워서 인물들에게도 조금 정이 덜 갈 뿐인 듯도 싶다.

그 밖에, 스스로가 진정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 ㅡ 따라서 가장 옳다 ㅡ 는 격언과도 같은 반복적인 메세지 등에는 그래도 공감할 수 있었고 심지어 꽤 깊은 감명을 받기도 했다.

아. 이제 공부로 돌아가야지.
헤세의 크눌프를 읽고있다. 사람을 참 쓸쓸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아직까지는.
그리고 수잔 손탁의 젊은 나날이 그대로(아마도) 담긴 일기모음집 Reborn. 이 책은 나를 참 부끄럽게 만든다. 그래도 읽어야지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친구 부모님이 참여하시는 와인박람회에도 다녀오고
내가 좋아하는 무화과빵도 샀다. 내일 아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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