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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18 Shostakovich: Prelude no.1 in C - Tatiana Nikolayeva 2



지난 일주일 간 날씨가 무척 궂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인 지금까지 잦은 비는 물론이고 찬 바람이 정말 쌩쌩 불어서
파리가 자랑하는 최악의 겨울 날씨를 아주 원없이 맛볼 수 있었다.
그나마 방학이 시작되어 집에서 웅크리고 있을 수 있어 다행이지, 계속 학교도 가야하고 도서관도 가야했다면 몸도 마음도 좀 힘들었을 것이다.
어디를 나가도 장갑과 모자 없이는 너무너무 춥다. 보통 때처럼 양말에 부츠를 신어도 발가락이 시려서 평소에는 자각하기 어려운 발가락이라는 신체 부위에 대해서 계속 신경을 집중하게 되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아....쓰면서도 생각만 해도 추워.

작년 겨울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추위를 (프랑스의 그것과는 개성이 또 다른) 겪으면서 열심히. 나름 열심히 연습했던 곡인데. 손끝이 곱아오고 입김은 무슨 액토플라즘같고 코 끝이 빨갛다 못해 아슬아슬 저리는 이 추위를 다시금 맞이하며 - 오늘은 정말 이 곡을 듣고 싶었다.

바흐, 쇼팽,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의 프렐류드와 푸가 (쇼팽과 라흐마니노프는 전주곡만) 가 다 좋지만 내가 듣기에 가장 개성이 강렬하면서도 탄탄한 - 심지어 아주 탄탄한 - 음악적 구조를 잃지 않는 곡이라면 단연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이다. 그리고 하필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갑자기 너무너무 듣고싶어 어쩔 줄 모르게 하는 곡들 역시 쇼스타코비치의 것이다. 정말 오늘 지금 이 순간 이 곡이 안되면 안되겠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끼게 하는 그런 곡.
아빠가 작년에 알려준 타티아나 니콜라예바의 연주는 흠잡을 곳이 없다.
리히터의 연주도 괜찮지만 내가 가진 앨범에는 전곡이 아니고 5곡 밖에 들어있지 않아서 전체를 듣고 판단할 수가 없어 아쉽다.
왠지 작년에도 이 곡을 블로그에 올렸던 것 같은데.
아무튼 작년 겨울이 조금 그리워지기도 한다. 지금 보리와 아빠와 가까운 곳에 함께 있는 것이 작년보다 더 행복하지만, 또 더 많이 그리워질 순간이겠지만, 작년 겨울 피아노 연습하러 다니던 때가 눈앞에 선해서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추억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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