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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2 Valery Gergiev + Orchestre du Mariinsky @ Salle Pleyel, 11 12 2010 8



게르기에프와 마린스키극장오케스트라의 말러 싸이클 중 아마 두번째 날짜.
오늘 들은 곡은 교향곡 제 2번 Résurrection 이었다.
지난 9월 8일인가 교향곡 8번 공연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돌아오는 날짜를 미룬 관계로 표도 예매해놓고 가지 못해서 너무 안타까웠는데 그 뒤로 벌써 세달이 넘게 흘렀으니 꽤 오랜 기다림이었다.

말러의 교향곡들은 정말 재미있다.
혼을 빼놓을 듯 웅장하고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고고하고 성스럽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또 한없이 진부하고 청승맞고 촌스럽고 신파적이다. 그것도 대놓고...
듣다보면 "이 쯤에선 너는 감동에 겨워 울어라." 하고 자막이 따라 나올 것만 같다. 그것도 아마도 뻘건 궁서체로다가.
베토벤이나 다른 진지한 작곡가들의 allure가 느껴지는 담대하고 영웅적인 패시지에 흠뻑 젖어있는 그 때, 아 정말 좋다, 하는 그 때
곧바로
"뻥이야." 하듯 이어지는
satirique 하고 난스러운 음의 뒤섞임이 순진한 청자를 당혹케 한다.
두 상반된 감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어떤 단어로도 정의"되고 싶지 않아보이는" 그런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대단한 매력이다.

팀파니가 두 대에 다른 타악기들도 많이 나와서 처음에 너무 신이 났는데 (분주한 타악기 연주자들를 보는 건 정말 신기하고 즐겁다) 1악장이 겨우 끝나고부터는 귀도 아프고 머리도 멍멍하고 자꾸 깜짝깜짝 놀래느라 체력 소모가 생각보다 컸다.
나중엔 제발 끝내 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찌나들 때려대던지. 어쨌거나 마린스키의 타악기 주자들의 능수능란한 솜씨는 과연 관객들의 박수를 독차지할 만 했다. 정말 "솜씨"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퍼포먼스였다.
특히 객석을 향해 장풍이라도 쏠 듯 오오라를 마구 뿜어내던 심벌즈 주자와 역시 박력 넘치는 2명의 팀파니 주자들은 정말 이 곡을 위해 태어난 사람들같이, 또 이 곡이 그들의 마지막 무대인 것 처럼 대단한 연주들을 했다. 심벌즈가 그렇게 화려한 악기인지 처음 알았다. 전자렌지가 아니라 무슨 마이크로 웨이브가 꾸불꾸불 장내를 까득 채우는 느낌에 소름이 다 돋았다. 내가 그 바로 앞에 있었다면 그 기에 눌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공연 도중에 몇몇 트럼펫? 주자들과 타악기 주자들이 황급히 무대 밖으로 나갔다가 합창 시작 전에 돌아오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원래 기술적으로 그렇게 하게 되어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 공연에서만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마지막 악장에서의 합창에서는 ...갑자기 왜 사람을 감동의 도가니에 밀어 넣는지 좀 뻘쭘했다.
그렇지만 그 망설임도 잠시, 어떻게든 거리를 유지하며 비꼬고 싶은 유치한 마음을 망각한 채, 코끝이 시큰해져 울컥하는 결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역시 마무리는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었다.
1악장은 정말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갑자기 9번이 너무 듣고 싶어진다.

옆 뒤 앞 사람들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브라보를 외쳐댔지만
아직도 머리가 딩 딩 울리고 엄습하는 피로감에 즐거움과 환호마저도 힘들었던 나는 내 몫의 박수를 보낸 후 서둘러 집에 돌아왔다.
내일은 1번과 5번 공연이 있다.
5번이 기대된다. 머리가 좀 덜 아팠으면 좋겠다.
어쨌든 말러의 교향곡은 그냥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것 같다.

오는 18일 미하일 플레트네프 (범죄자.ㅠㅠㅠㅠㅠ), 러시아국립오케스트라와 기돈 크레머의 공연으로 올해 스케줄도 마지막이다. 우와. 어쩐지 정말로 방학을 맞이하는 기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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