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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8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듣고싶은 음반


레슬리 하워드(Leslie Howard)의 리스트 왈츠 모음집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 열심히 들었었던 기억이 이제서야 난다.
내가 태어난 해에 녹음된 음반이라고 괜히 의미부여하고 좋아했던 기억도 난다.
피아노 듣고 싶다고 하니까 아빠가 던져주셨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이것저것 뒤지다가 멋대로 가지고 와서 그냥 틀어놓고 그랬던 거였는지 아무리 기억을 짜내봐도 캄캄하다.
이 씨디를 내가 프랑스에 가지고 왔었는지조차도 얼마전에 씨디장을 정리하다가 겨우 알게되었다.
클래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오히려 이유 없이 어설픈 반감마저도 가지고 있었던 어린 시절
피아노의 마력에 홀리게 했던 그 음반이다.
홀렸다고는 해도 그 이후에 한참 또 재즈에 빠져서 클래식은 거의 듣지 않았지만.
이 음반 만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다른 연주자들과 비교도 하지 않고
무조건 소중히 아끼면서 듣고 싶다.
자꾸 들으면 흔해져버릴테니 아이팟에 옮기는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거다.

사실 방금 한 30분 전에 몇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듣고 있는데,
첫 곡의 첫 마디가 흘러나오는 순간부터 옛날에 이 씨디를 듣던 그 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돌아와서  한 대 얻어맞은 것 처럼 잠시 멍해져 있었다.
이 곳 라디오클래식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Passion Classique" 에 내가 손님으로 출연한다면, 세개의 petites madeleines musicales* 중 하나는 이 곡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아 나도 벌써 옛날 생각을 하면서 (별 또렷하지도 않은) 상념에 잠기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특히 깊이 인상에 남는 2번 트랙 mephisto waltz no.2 동영상이 있길래 가져왔다.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사실 다른 누구의 연주와 비교하더라도 모자라지 않는 훌륭한 연주다.
씨디 자켓도 고야의 그림으로 무척 센스있게 잘 골랐다고 생각한다.
(반면 유튜브 영상의 정지화면으로 설정되어있는 Renoir의 그림은 좀 덜 어울리는거같다)





* 세개의 "음악" 마들렌 : 한글로 번역하니 좀 이상하지만, passion classique 이라는 방송은 진행자인 olivier bellamy와 매일 다른 한 명의 게스트에게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그 중 게스트가 직접 고른 유년 시절의 추억이 얽힌 3 곡의 "마들렌"을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이 있다. 이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어머니와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매개, 마들렌의 모티브를 차용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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